<김건희 녹취록> ② 김건희, 도이치 ‘0차 작전’ 때도 직접 통정매매했다

2023년 12월 14일 14시 00분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 시기 이전에도 통정매매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새롭게 확보한 통화 녹취록에는 2009년 7월에도 김건희 여사가 증권사 담당 직원에게 통정매매를 지시한 상황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검찰이 주장해 법원이 인정한 1차 작전 시기는 2009년 12월부터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증권사 직원의 진술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지만, 일명 ‘0차 작전’ 내용을 공소사실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0차 작전’ 시기 김건희 여사 통정매매, 검찰은 이미 알고 있었다

2009년 12월 23일.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점으로 보는 날이다. 1차 작전의 주범 이 모 씨가 시세 조종에 동원한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 주문이 나온 것으로 확인된 시점이다. 2009년 11월 하순에 이 모 씨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시세 조종을 의뢰받은 이후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과 서울중앙지검의 사건 종합의견서 등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취재 결과, 검찰은 이 1차 작전이 시작되기 전 ‘0차 작전’ 시기에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비정상적으로 매매된 정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점이 2009년 12월 23일이라고 했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2009년 7월에도 김건희 여사의 통정매매가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이 시점을 포함한 2008년부터 2009년까지의 시기를 ‘0차 작전’이라고 명명했다.
뉴스타파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해 1월 26일 진행된 신한금융투자(현재 신한투자증권) 당시 직원에 대한 진술조서를 입수했다. 이날 검찰은 2009년 7월 24일부터 30일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김건희 여사가 직접 통정매매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① 2009년 7월 27일, 9초만의 통정매매

김건희 여사와 신한금융투자 직원 사이 통화 내용 그리고 이 직원의 진술조서를 종합해 2009년 7월 27일의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2009년 7월 27일 오후 1시 59분 2초, 임 모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13,000주를 4,640원에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냈다. 임 씨는 권오수 전 회장의 지인으로, 도이치모터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김건희 여사와 함께 받았던 인물이다. 
임 씨의 매도 주문 불과 9초 뒤인 오후 1시 59분 11초, 김건희 여사의 신한금융투자 계좌에서 정확히 같은 가격과 같은 물량의 매수 주문이 나왔다. 
거래가 체결되고 약 5분이 지난 오후 2시 4분. 김건희 여사가 신한금융투자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26일 참고인 조사에서 세 가지를 지적했다. (1) 주문 내역을 보면 당시 김건희 여사가 주문 시간과 수량, 가격을 지정해준 것으로 추정되고 (2) 13,000주에 대해 임 씨와 4,640원에 통정매매를 한 것으로 보이며 (3) 이는 시세를 조종하려는 통정매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전 증권사 직원은 각각 “김건희 여사로부터 별도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거래 형태로는 통정매매가 맞는 것 같다, (임 씨와) 지인 관계라면 시세 조종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검찰이 의심한 내용들을 사실상 인정한 답변이었다. 

② 2009년 7월 24일, 4초만의 통정매매

비슷한 형태의 통정매매는 사흘 전에도 있었다. 
2009년 7월 24일 오전 11시 58분 4초, 이번에는 권오수 전 회장의 지인이자 도이치모터스 대주주인 정모 씨가 15,000주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주당 4,580원에 팔겠다는 주문을 냈다. 
그로부터 4초 뒤인 11시 58분 8초, 김건희 여사 계좌에서 똑같이 15,000주를 4,580원씩에 사겠다는 주문이 나왔다.  
김건희 여사 계좌를 맡았던 당시 증권사 직원은 이 거래 역시 통정매매가 맞다고 말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매수 시간이나 물량, 호가 등을 김건희 여사가 지정해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검찰이 정 모 씨와 김건희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과 아는 사이임을 지적하며 “의도된 거래”로 보인다고 묻자 “네, 그렇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③ 2009년 7월 30일, 7초만의 통정매매

검찰이 파악한 ‘0차 작전’ 시기 김건희 여사의 마지막 통정매매는 2009년 7월 30일에 이뤄졌다. 
이날 오후 1시 30분 7초, 엿새 전에도 매도 주문을 냈던 권오수 전 회장의 지인 정 모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17,890주를 주당 4,680원에 매도하는 주문을 냈다. 7초 뒤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18,000주를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했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 중에 다시 한 번 증권사 전 직원에게 이렇게 확인했다. 
◼ 검사 : 위 거래를 정리하면, ① 김건희와 정OO의 인적 관계와 ② 7초 사이의 거래 시각, ③ 단 110주 차이의 주식 수량 ④ 매수 및 매도 호가 가격을 고려하였을 때 위 거래는 시세를 조종하기 위한 통정매매일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데 어떤가요.

◻ 증권사 직원 : 그럴 가능성도 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상하기는 한데, 당시에 시세를 조종한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2022.1.26 증권사 직원 검찰 진술조서 중

‘2009년 7월 통정매매’ 공소사실서 빠져…죄 물을 수 없어

2009년 7월 24일, 27일, 30일.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김건희 여사가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모두 4만 6천 주로,  총 2억 1천 3백 26만 원 어치에 달한다. 
이 거래들은 앞서 살펴봤듯이, 아는 사람과 사전에 짜고 한 통정매매였다. 이 세 번의 거래가 시세를 조종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검찰은 의심했다. 여기까지 내용 전부, 검찰이 쓴 수사기록을 정리한 바다. 
검찰은 2009년 7월의 일들을 인지하고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을 그로부터 5개월 뒤인 2009년 12월 23일로 정했다. 결국 검찰 스스로가 의심했던 ‘0차 작전’, 김건희 여사의 2009년 7월 통정매매들은 이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태다.
제작진
취재심인보 박상희
영상 취재정형민
편집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