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전남 여수시갑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주철현 전 여수시장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주철현 당선자의 해명과는 다른 녹음파일이 공개된데 이어 여수 상포지구 특혜 과정에 측근과 여수시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4월 11일 총선 전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주철현 당선자를 둘러싼 몇가지 의혹을 보도했다.(관련기사:[총선후보 검증] 여수 상포지구 수상쩍은 돈거래...주철현 후보는 "검은 돈 없었다")
하나는 주철현 당선자가 여수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5촌 조카사위 김 모씨가 상포지구에서 100억 원대의 매각 차익을 얻은 특혜에 대해 사실과 다른 해명을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난 2014년 주 당선인이 여수시장 선거에 입후보할 당시 후보자 경선과정에서 경쟁후보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박 모씨가 2년 뒤 주 당선자의 5촌 조카사위로부터 수천만 원의 사례금을 받은 것이 정치 공작의 대가일 수 있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대해 주 당선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쟁후보 관계자들을 추적 끝에 적발한 것으로 알고 있을 뿐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용주 의원은 지난 13일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대화의 주인공은 주 당선자와 그의 5촌 조카사위 김 모씨로 대화 시점은 여수시장 선거를 보름여 앞둔 지난 2014년 5월이었다.
이들이 만난 이유는 선관위에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한 박 씨 때문이었다. 주 당선자는 박 씨의 근황을 궁금해했고, 조카사위 김 씨는 “선거 끝날 때까지 잘 데리고 있겠다”며 안심시킨 뒤 돈 문제를 꺼냈다.
김 씨는 박 씨에게 3억 원을 주기로 했는데 주철현 후보 측 인사로부터 2억 원만 받았다며 나머지 1억 원을 받을 수 있게 지시해 달라고 주 당선자에게 요청했다.
이 대화를 보면 주철현 당선자는 6년 전 여수시장 후보 경선 당시 상대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 정치 공작이 추진됐고, 그 대가로 돈이 지급된 사실도 알고 있었다.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기존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다.
지난 11일 뉴스타파의 후보자 검증 보도가 나가자 주철현 후보캠프 유세단장은 곧바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뿌렸다. 뉴스타파의 4.15총선 후보검증 리포트 도입 부분과 MBC 보도를 이어붙여 마치 뉴스타파가 이용주 후보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이었다.
주철현 당선자는 또 뉴스타파 보도가 특정 정치인과 교감하에 이뤄졌다는 허위 사실도 지역 언론에 유포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주철현 후보 검증 리포트와 관련 어떠한 정치 세력과도 교감을 했거나 정보를 주고 받은 적 없다.
그런데 그는 왜 거짓 주장을 한 걸까?
뉴스타파는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주철현 당선자를 만났다. 그는 이용주 후보측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문자 메시지가 증거라고 주장했다. 문자메시지에는 뉴스타파 동영상 플레이 중단 이유가 음성 변조 문제이며, 30분 후 시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뉴스타파는 음성변조 문제로 주철현 후보 관련 검증 리포트를 유튜브에서 한 시간 동안 비공개 처리하고 이같은 사실을 여수 상포지구 비대위 관계자 한 명에게 설명한 적 있다. 상포지구 비대위 관계자가 자신들과 관련있는 내용을 다룬 뉴스타파 보도를 언제 볼 수 있는지 궁금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이같은 내용을 이용주 후보 캠프에 알린 사실이 없다. 문제의 문자 메시지를 쓴 이용주 의원실의 조훈환 보좌관은 여수 지역 언론인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타파 보도가 나오다가 안 나와 우리 지지자들 전화가 빗발쳤고, 주철현 후보측에서 보도를 막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어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여수의 진 모 기자로부터 귀동냥으로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주철현 당선인의 5촌 조카사위 김 씨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상포지구 특혜에 주철현 당시 여수시장의 비서실장 김 모씨가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또 "상포지구는 김 실장을 통해 알게됐고. 공사과정에서 김 실장이 일주일에 두세 번씩 와 현장을 체크하고 갔다"고 말했다.
5촌 조카사위뿐아니라 주철현 당선자의 최측근도 상포지구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조카사위 김 씨는 상포지구를 매입할 당시 사실상 빈털터리였다. 검찰 조사에서 김 씨는 상포지구 토지외 다른 재산이 없다고 진술했다. 김 씨의 범죄 일람표를 보면 김 씨는 상포지구 땅을 매각한 돈이 회사 계좌에 입금되자 이를 횡령해 개인 채무 변제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뉴스타파는 김 씨에게 상포지구 투자금의 실제 전주를 물어보려 했다. 그러나 횡령과 자금세탁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총선 다음날인 지난 16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뉴스타파는 김 씨의 검찰 신문조서에서 상포지구의 숨겨진 전주 한 명을 찾을 수 있었다.
2016년 4월 27일까지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의 주주였던 정 모씨였다. 정 씨는 놀랍게도 여수시 건축직 공무원이었다.
정 씨는 차용증을 받고 1억 원을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씨가 돈을 빌려주고 받은 것은 상포지구 개발 회사인 여수국제자유도시개발 주식 2천 주와 사내이사 자리였다.
정 씨는 공무원이 사기업에 이중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때문에 법인 등기부 등본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상포지구 인허가 관련 서류를 조카사위 김 씨에게 제공하는 등 상포지구 특혜 의혹에 적극 개입했다.
조카사위에 이어 비서실장, 여수시 공무원까지 상포지구 이권에 연루돼 있는데도 주철현 당선자는 여전히 상포지구에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재 | 황일송 |
촬영 | 정형민 최형석 |
편집 | 정지성 |
CG | 정동우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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