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복마전이 된 부산 택시 노조

2020년 09월 11일 16시 58분

뉴스타파는 지난 8월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간부 6명이 임단협 교섭 후 사용자 측으로부터 각각 천만 원씩 모두 6천만 원의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택시 노조 관련 제보가 이어졌다.

노조 간부들이 해외여행을 간다며 상생기금을 몰래 빼내 썼고, 전체 노조원의 동의 없이 수십억 대 노조 자산을 제3자에게 증여해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이다. 또 사용자 측과 이면 합의를 통해 노조 전임자 급여를 인상하고, 노조 운영비를 부당하게 지원받았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뉴스타파는 제보받은 내용을 하나하나 검증했다.

노조간부 해외여행경비 명목으로 회사 돈 받고, 상생기금도 빼돌려

전국택시노조 부산본부 노조 간부 68명은 지난 2018년 9월 필리핀 팔라완으로 여행을 갔다. 4박 5일의 일정 대부분은 관광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노조 측은 택시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행사라며 각 택시회사에 공문을 보내 여행 경비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노조 분회장 70여 명에게 1인당 75만 원씩 택시회사들이 지원한 총 5,000만 원가량의 돈은 실제 여행경비로 사용되지 않았다.


전국택시노조 부산본부의 전 간부 A씨는 “회사측이 지원한 여행경비는 각 분회장들이 호주머니에 따로 챙기고, 실제 여행 경비는 전택 부산본부가 지원한다”고 말했다.

전택 부산본부 내부 문건에는 노사상생 협력사업 해외 연구 비용으로 노사상생협력기금에서 4,766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 있다. 상생기금 계좌 입출금 내역에 2018년 8월 29일 윤 모 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나온다. 윤 씨는 팔라완 여행을 담당한 여행사 대표다.

이 여행사는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상태. 수소문 끝에 만난 여행사 대표 윤 씨는 취재진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여행경비가 전택 부산본부의 상생기금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윤 씨는 노조간부들의 여행경비 입금 과정과 관련해 한 노조 간부가 여행 경비를 또 입금하겠으니 그것을 현금으로 되돌려 달라고 부탁했다며 “여행경비를 두 번 받을 수는 없다고 거절했으나 (노조 간부) 양 모 씨가 재차 돈을 송금하겠다고 했고, 하는 수 없이 개인 계좌로 받아 현금으로 되돌려줬다”고 말했다.

여행사 대표 윤 씨가 말한 양 모 씨는 당시 전택 부산본부 조직실장이었으며 상생기금 관리 업무도 맡았다. 양 씨는 지난해 상반기 노조를 떠나 현재 부산 사하구근로자종합복지관장을 맡고 있다.

양 씨는 ‘상생기금을 왜 노조 위원장들의 해외여행 경비로 사용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양 씨는 또 여행사 대표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여행사 대표 윤 씨는 “개인계좌로 송금받은 금액을 전부 양 씨에게 전달했으며 양 씨가 직접 손으로 쓴 수령증도 받았다”고 반박했다. 양 씨가 여행사에 입금했다가 현금으로 돌려받은 돈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취재진은 전택 부산본부를 찾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전택 부산본부 관계자는 ‘횡령 의혹이 생기면 조사를 하고, 횡령액을 회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자한테 제보를 한 사람에게 조사를 시켜라”고 답했다.


노조간부 해외여행경비를 실제 대준 곳은 부산의 한 요양병원이었다. 이 요양병원은 2018년 8월 17일 5,448만 원을 윤 씨가 운영하는 여행사 법인계좌로 입금했다. 요양병원 측은 전택 부산본부 간부들의 해외여행 경비를 대납한 이유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여행경비 대납한 요양병원, 택시 노조와 특수관계?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요양병원은 전택 부산본부와 오래전부터 특수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교통문화의료재단과 전택 부산본부는 지난 2012년 이면계약을 맺었다. 전택 부산본부는 46억 원 상당의 노조 건물과 땅을 증여하는 대가로 의료재단 측으로부터 일시금 10억 원과 매달 천만 원을 받기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선재성 변호사는 “출연자와 운영자 사이에 이면 계약을 통해 이익을 나누는 약정을 맺는 것은 의료법과 민법 등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재단 측은 이면계약에 따라 2014년부터 최근까지 후원금 명목으로 매달 천만 원씩 전택 부산본부에 입금했다.

현재 이 의료재단은 전국택시노조 부산본부장 출신인 권오만 상임이사가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 권오만 씨는 1997년 전택 부산본부 노조 건물을 건립할 당시 땅값을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수의계약한 혐의로 고발당한 인물이다. 권 씨는 또 택시 기사 근무복 납품 과정에서 7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권오만 상임이사는 전택 부산본부의 묵인하에 실질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권오만 이사는 아예 병원장이라고 적힌 명찰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비의료인이 의사 행세를 하거나 병원장을 사칭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다. 뉴스타파는 권오만 이사를 만나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고, 문자에도 답이 없었다.

앞서 전택 부산본부 분회장들은 지난 2012년 임시총회를 열고 부산 신평동 노조 건물과 땅을 의료재단에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노조 건물은 택시기사 처우 개선에 사용하라며 정부가 지원한 부가가치세 감면액으로 건립됐다. 하지만 노조 자산을 증여하면서 전체 노조원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없었다.

이면합의로 조합원보다 월급 2배 받는 택시노조 간부

전국택시노조 부산본부 노조 분회장들은 일반 택시기사와는 달리 업적금이라는 수당을 별도로 받는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부산의 A 택시 노조 분회장의 업적금은 84만 원으로, 급여 총액 210만 원의 40%를 차지했다. 이 노조 분회장이 특별 대우를 받은 것은 전택 부산본부가 사용자 측과 맺은 이면합의 때문이다. 이면 합의를 통해 택시 노사는 노조 분회장들의 임금 손실을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월 84만 원을 지급하고, 이를 퇴직금 산정 근거인 평균임금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노조가 사용자 측과의 이면 합의를 통해 노조 분회장에게 제공한 특혜는 또 있다. 노조 분회장들은 수년 전부터 경비 보조 명목으로 임금 외 별도로 월 40만 원을 받는다. 연수입으로 치면 수입이 500만 원 정도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전택 부산본부측 은 지난해 2월 노사합의를 통해 더 이상 40만 원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택시노조 측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부산 B 택시 노조 분회장은 업무 교통비 형식으로 매달 40만 원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노조 분회장들은 실제로 택시 운전을 하지 않지만 택시기사 한 명 분의 월급, 약 120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업적금 84만 원과 활동비 40만 원을 합치면 노조 분회장들이 실제 받는 급여는 택시 기사 평균보다 2배 정도 많다.

게다가 노조 분회장에게 지급한 업적금은 퇴직금 산정기준인 통상임금에 포함돼 있어 같은 기간 일한 일반 택시기사보다 더 많은 퇴직금을 받게 된다. 노조원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할 노조 간부들이 노조활동을 하며 제 이권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제작진
취재황일송
촬영김기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