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은 왜 권한쟁의에 나섰나

2022년 10월 25일 17시 00분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조정한 개정 형사소송법을 두고 지난 6월 검사들이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 특히 검사가 아닌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권한쟁의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나와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권한쟁의 청구가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법분야 전문가가 많다. 설령 개정 형사소송법이 부당한 법률이거나, 개정 과정이 부당하다 해도 권한쟁의가 이를 무효로 만드는 과정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검사 측 대리인의 주장에는 ‘헌재가 결정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다. 왜 한동훈 장관과 검사들은 이런 소송을 제기했을까.

1. 위헌결정 재판관 6명 필요, 권한쟁의는 4명으로도 가능

헌법재판소의 5가지 심판 가운데 하나인 권한쟁의란 무엇일까. 헌법재판은 국가의 통치 과정을 통제하는 헌법 작용이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국가의 설계도인 헌법을 근거로 헌법재판소가 심판한다. 입법부의 법률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심판하는 위헌법률심판, 행정부의 공권력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심판하는 헌법소원 심판이 대표적인 헌법재판이다. 다만 사법부의 재판은 헌법재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헌법재판소법이 정했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법원의 판결도 헌법재판의 대상이 된다.
그 밖에 3가지 헌법재판이 더 있는데 탄핵, 정당해산 그리고 권한쟁의이다. 이렇게 모두 5가지 유형의 헌법재판 가운데 권한쟁의만이 특별하다. 가령 헌법재판에 필요한 재판관 수는 7명이고, 의결에 필요한 재판관 수는 6명이다. 위헌선언, 탄핵파면, 정당해산 모두 6명이 필요하다. 심판 참여 재판관 수가 9명이든 7명이든, 필요한 재판관 수는 6명이다. 이와 달리 권한쟁의는 의결 정족수가 과반이다. 따라서 재판관 7명이 심판하면 재판관 4명의 찬성으로 권한쟁의에서 이길 수 있다. 이유는 권한쟁의가 권한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 위헌성을 다투는 심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를 이용해 법률 폐지를 주장하기에, 검사들이 헌법에 우회로를 뚫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 “권한쟁의 헌법기관만 가능하지만, 검사는 헌법기관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권한쟁의는 헌법기관 사이의 다툼이다. 헌법기관 사이의 다툼이기에 헌법재판소에서 담당하는 것이다. 헌법기관이 아닌 법률기관 사이의 다툼은 일반 법원에서 한다. 행정법원이 담당하는 기관소송이 대표적이다. 헌법기관과 법률기관의 차이는 뭘까. 헌법에 등장하면 헌법기관일까. 그렇다면 경찰, 대학총장, 국영기업체 관리자도 헌법기관이어야 한다. 헌법기관은 헌법에 따라 조직, 구성, 권한이 규정된 기관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 국회의원, 판사, 대법원,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각급 지방자치단체 등이다.
검사는 법률기관이지 헌법기관이 아니라고 헌법학자들이 설명한다. 검사의 구성과 권한은 검찰청법에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헌법학자 이효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의 규정 내용을 고려할 때 검사는 헌법에 의하여 그 조직, 구성과 권한이 규정되지 않으므로 이른바 ‘헌법기관’은 아니라고 해석된다”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도 “우리 헌법은 수사나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 등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입법자는 … 수사 및 공소제기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어떠한 절차나 형식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공수처 제도가 헌법위반이 되지 않은 이유도, 검찰청 검사나 공수처 검사나 모두 법률기관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개정 형사소송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첫 공개 변론에 청구인 측 대표로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강일원 변호사. (출처: 연합뉴스)

3. 검사 측 “검사도 헌법기관, 헌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만 권한쟁의 부당해”

이번 권한쟁의심판에서 검사들은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만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은 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 다툼이 있는데 해당 국가기관이 법률에 따라 설치되었다는 이유로 그 권한 다툼을 방치하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검사 측 논리를 확장하면 동대문경찰서 김 순경과 서대문경찰서 박 순경의 권한 다툼도 헌법재판소가 가려줘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하는 사법 분야 전문가도 있다.
검사를 헌법기관이라고 가정한다면, 검사의 어떤 권한이 침해됐다는 것일까. 검사들은 ‘검사의 수사‧소추권’이라고 한다. 헌법에 수사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고, 소추라는 단어는 탄핵소추 등에서 나온다. 이에 검사들은 “영장청구권에는 수사‧소추권이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2조 제3항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이는 검사 권한 조항이 아니라, 국민 보호 조항이라고 학자들은 본다. 설령 영장 신청권 조항이라고 해도, 그것이 수사‧소추권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 강하다. 이에 대해 검사들은 “영장 신청을 제대로 하려면 수사권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4. 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헌재 심판정에 나온 것일까

이번 권한쟁의 심판에서 검사들이 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면 이렇게 된다. ‘검사는 법률기관이 아닌 헌법기관이고, 검사에게는 영장청구권이라는 헌법상 권한이 있으며, 이 영장청구권에는 수사권이 포함된다.’ 이렇게 거듭되는 가정을 모두 인정하더라도, 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청구인이 되고 심판정에서 변론까지 한 것인지 의아하다는 헌법 전문가가 많다. 법무부 장관은 검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한쟁의 청구서를 보면 검찰 측 청구인 1번이 검사가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다. 2번에야 김선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 검사 6명이 있다. 청구서에서 밝힌 침해된 청구인 권한에도 ‘법무부 장관이 관장하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검사의 수사‧소추권’과 함께 있다.
검사의 청구인 적격은 가정에 가정을 거듭해 인정한다고 해도, 법무부 장관이 청구인이라는 주장은 아무리 가정해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구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권한쟁의 공개변론에 국회 측 참고인으로 나온 이황희 교수는 국회 측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와 다르게 검사의 청구인 적격을 다소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구인 적격은 부정한다. “만약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는 이유로 법무부 장관의 청구인 적격을 인정한다면, 이 논리를 좀 더 밀고 나갈 경우 법무부 장관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권한 혹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침해 여부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러한 청구가 가능하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입법에 일일이 시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5. 윤석열 대통령 조만간 대법원장, 헌재소장 잇따라 임명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권한쟁의를 청구한 상태다. 법률 통과 과정에서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표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과거 여당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던 때 야당이 제기하던 권한쟁의를 모델로 삼았다. 국민의힘의 이러한 권한쟁의 청구는 법무부가 청구하기 전에 먼저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은 자신들의 권한쟁의 청구서에서 국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절차가 잘못됐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결국 한동훈 장관과 검사들이 제기한 이번 권한쟁의는, 국민의힘 의원의 권한이 침해됐다고 제삼자가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황희 교수는 “타 기관의 권한 침해를 다투게 되는 이와 같은 주장이 우리 제도상 허용되는지는 큰 의문이 있다”라고 했다.
국회가 검사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법무부 장관 주장은, 검사와 국회가 대등한 헌법기관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검사의 권한 축소는 곧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도 한다. 기본권 침해 호소는 공권력의 대상인 국민만 가능한데 공권력 주체인 법무부 장관이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권한쟁의 공개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심판청구인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 한동훈입니다. 이 입법은 잘못된 의도로 잘못된 절차를 통해 잘못된 내용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서 위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부터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을 연달아 임명한다. 검사들과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이번 권한쟁의 변론 과정과 결론이 주목되는 이유도 오히려 여기에 있다고 말하는 사법분야 전문가가 많다.
제작진
취재이범준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