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강의 습격

2021년 04월 02일 15시 59분

녹조 물을 마시고 죽은 코끼리

2020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코끼리 35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원인은 코끼리가 마신 물. 코끼리가 녹조물을 마셨고, 그 녹조에 있던 독성이 거대한 체구를 가진 코끼리들을 급사하게 만든 것이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올라가고 질소,인 등 영양 물질 공급이 늘어나자 지구 곳곳에 녹조 발생이 확산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코끼리 뿐 아니라 돌고래, 수달, 심지어 사람이 키우는 애완견들도 녹조 독에 죽고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수천 마리의 개들이 녹조 독으로 죽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2020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는 코끼리 350마리가 녹조 독성이 있는 물을 마시고 죽었다.

녹조라 불리는 남조류의 정체는 박테리아.

여름 번성기에 초록빛 겔처럼 물컹물컹 걸쭉해져 시궁창 냄새를 풍기는 바로 그 것, 우리가 많이 보아 온 흔히 녹조라고 불리는 그것의 정확한 명칭은 남조류(cyanobacteria)다. 남조류는 조류라기보다 세균이라는 점에서 남세균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남조류에는 무서운 독이 있는 경우가 많다. 간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마이크로시스틴은 만성 독이다. 반면 아프리카 코끼리를 죽인 아나톡신은 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급성독이다. 최근에는 BMAA라는 독이 루게릭병, 파킨슨병, 심지어 치매를 일으킨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남조류에는 수십 가지 독이 있는데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것이 바로 간독성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틴이다. 한국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것이 바로 이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남조류 독이다. 

미국, 중국, 세르비아 등 여러 곳에서 녹조 번성 지역에 간질환 증가 관측돼

마이크로시스틴은 지방간이나 간염이 있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노출되면 간질환이 심해지고 간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중국과 세르비아 등의 남조류(독성이 있는 녹조)가 번성한 지역에서 간질환 발생이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는 오하이오주립대 이지영 교수팀이 ‘남조류가 번성하는 면적이 1% 증가하면 비알콜성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0.3%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Cyanobacteria blooms and non-alcoholic liver disease: evidence from a county level ecological study in the United States 미국의 남조류 발생과 비알콜성 간질환의 생태 역학적 연구)
그렇다면 여름철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나타나는 녹조는 괜찮은 것일까? 

4대강 녹조와 간질환

4대강 사업이 완공된지 7년 후인 2019년. 국제학술지에 <한국 4대강 유역에서의 남조류 발생과 비알콜성 간질환(Harmful algal blooms and liver diseases : focusing on the areas near the four major rivers in Korea.)> 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환경보건학과 이지영교수 팀. 논문의 내용은 ‘4대강 사업 후, 4대강 공사구간에 남조류가 번성했고, 공사구간 지역의 비알콜성 간질환이 증가 했는데 남조류 번성과 간질환 사이에 통계적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지영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한국 4대강 유역에서의 남조류 발생과 비알콜성 간질환’
이지영 교수팀은 4대강 공사 전 후 환경부가 조사해온 클로로필a 수치(녹조의 농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4대강 공사 전(2005-2012)보다 4대강 공사 후(2013-2016)에 한강을 제외한 영산강, 금강, 낙동강에서 남조류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 클로로필a 수치가 현격하게 증가하면서 간질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4대강 지역 중에서도 공사를 한 구간의 경우, ‘클로로필a 증가’와 ‘비알콜성 간질환의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는데 반해 비공사구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지영 교수팀의 연구는 4대강 공사와 간질환 간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고 더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지영 교수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나왔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정확한 역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 지금은 녹조 세포의 수를 세는 방식으로 녹조가 얼마나 심한 지를 판단하는데, 독성을 직접 측정하는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물을 비롯해서 주변의 토양, 작물 등 총체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숨쉬는 공기를 통해 우리 몸속에 들어 오는 녹조의 독성

그렇다면 녹조의 독성은 어떻게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걸까? 
수돗물, 수상 활동, 독성이 축적된 농산물이나 물고기를 통한 경로들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수돗물의 경우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거의 완벽하게 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 답변이다. 그런데 이지영교수는 수돗물보다 수상 활동이나 농작물, 물고기를 통한 경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저희 연구팀에서 한 연구로는 먹는 물로 인한 노출은 오히려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요.  물과 관계되는 레크레이션. 예를 들어서 낚시 또 수상에서 하는 스포츠 그다음에 그 주변에는 이제 그럼 에어로졸로 이제 다 들어가게 되죠. 코로 들어가면 사실 더 위험합니다. 코 점막에 마이크로시스틴이 들어가면 바로 혈관으로 들어갑니다.. 녹조 성분을 물로 마셔서 소화기관으로 들어가면 일단 위나 장을 통해서 또는 간으로 가고 어느 정도 해독 작용도 있는데, 코로 들어가면 더 위험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그렇게 결론이 나 있습니다. 

이지영 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미국에서는 코로 흡입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결론 나 있다.’
녹조 독성의 전달 경로로 에어로졸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에어로졸이란 공기 중에 떠 도는 아주 작은 알갱이를 말하는 것으로 녹조가 있는 강에서 보트나 수영 같은 활동을 할 때, 미세 알갱이 형태로 코를 통해 몸에 흡수된다고 한다. 이 알갱이들은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이지영 교수는 이렇게 에어로졸 형태로 흡수되는 독성은 코 점막을 통해 혈관을 타고 막바로 몸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먹거나 마시는 것 보다 더 위험성이 높다고 말한다. 녹조 발생이 많은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미국에서는  에어로졸에 의한 독성 전파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대 연구진이 호수에서 나오는 에어로졸을 채취하고 있다.

환경부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할 확률은 높지 않다'

이지영 교수의 논문에 대해 박미자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장은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답했다. 박 단장은 우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정수된 수돗물 검사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농작물이나 물고기에 마이크로시스틴이 농축돼 사람에게 전달될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 국가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라고 했다. 
건강 질환이라든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부분에 대해서는 어쨌든 다양하고 연구들이 더 많이 이뤄져야 될 것 같구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수용체, 생태계 생물체도 그렇고 인간 수용체 경우에는 어떤 질환이 발생하기 까지는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시스틴 이라는 독소만 놔두고 다른 변수들을 다 통제 한 상황에서 그거를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것인지 연구의 한계도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통계적 유의성만 가지고 따질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박미자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장

국가연구기관도 인정하는 에어로졸 전파, 그러나 대비책은 없다

환경부는 녹조 독성이 에어로졸로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하다. 그러나 에어로졸 문제는 국가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낸 보고서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2015년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담수환경에서 조류독소의 생물농축에 관한 연구’는 ‘수상스키 등 수상활동을 할 때 에어로졸이 인체에 흡입될 수 있고 어린이가 녹조가 많은 수변에서 노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 이후에도 에어로졸 문제에 대한 정부의 조사 연구나 대비책은 전혀 없었다. 에어로졸 전파가 우려되는 수상 스포츠 시설의 경우 기존에 있는 경보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이 수상스키, 모터보트 등을 운영하는 낙동강레포츠센터(대구 달성군 운영)에 물어봤을 때 담당자는 ‘지금까지 녹조 때문에 운영을 중단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녹조가 경계단계를 넘어서면 수상 레포츠나 어로행위, 낚시를 못하게 되어 있는데도 운영을 계속했다는 뜻이다. 

고여있는 물은 녹조의 배양지

4대강 사업 후, 우리의 강은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녹조의 성장조건은 풍부한 영양소, 따뜻한 온도, 많은 빛이다. 거기에 물살이 잔잔하면 녹조는 물 표면에 군집을 이루며 번성하게 된다. 이런 녹조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보를 열어 물을 흐르게 만들어 녹조가 군집을 이루어 자라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금강은 우리에게 보를 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 지를 보여 주었다. 4대강사업으로 보가 생기고, 물이 흐르지 못하자 녹조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던 금강은 3년 전 보 문을 열고 물을 흘려보낸 결과 지금은 맑은 강으로 되돌아 왔다.  그리고 맑은 강변에는 하얀 모래톱이 펼쳐져 있다. 
강 바닥 모래는 모래 알갱이 사이에 많은 산소를 품고 있다. 물은 모래 알갱이 사이를 흐르는 동안 산소를 공급 받고,  수질을 나쁘게 하는 물 속 유기물은 모래 알갱이에 부착되면서 맑아진다. 모래는 물을 맑게 걸러주는 필터인 것이다. 이지영 교수는 모래가 녹조의 독성을 없애준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실험실에서 수족관에 모래를 깔고 자연적인 파도를 만든 뒤 마이크로시스틴을 넣으면 물이 모래 속을 왔다 갔다 하고, 모래가 마이크로시스틴을 흡착한 뒤 여러 가지 작용으로 분해한다.”고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서 무리한 준설로 많은 모래를 파낸 것에 대해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보가 열리면 물이 흐른다. 물이 흐르며 강에 쌓인 찌꺼기가 씻겨 나가고 모래가 다시 쌓인다. 물은 모래톱 모래 알갱이 사이를 흐르며 맑은 강이 되는 것이다. 맑은 물을 되찾는 그 모든 것은 보를 여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녹조의 독성이 위험하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다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 물이 흐르면 녹조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보를 열어야 한다. 
제작진
촬영오준식
글.구성이근수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