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이태원 참사 1주기 : 무책임, 무시 그리고 흩어진 목소리

2023년 10월 26일 20시 00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로 공식 통계로만 159명의 사망자와 33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참사 피해자는 최소 5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지난 1년은 그야말로 '무책임과 무시, 그리고 흩어진 목소리'의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참사의 진상은 사법적 판단에만 국한되지 않지만, 정부는 경찰 수사와 재판으로만 잘잘못과 책임을 가려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야심차게 시작된 국회 국정조사도 자료 미제출과 부실 검증으로 흐지부지됐습니다. 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파 집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왜 경찰은 인파 관리를 하지 않았고 빗발치는 신고를 무시했는지, 왜 기관별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 구조적 원인에 대해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한 것과는 반대로 참사 피해자를 향한 공격과 비난은 신속하고 거대했습니다. '놀다 죽었다', '보상금이 목적이다', '이태원에 간 피해자의 잘못이다' 같은 2차 가해는 참사 직후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참사의 후유증을 이겨내기에도 벅찬 피해자들은 또 다른 고통에 시달려야 했고, 혹여 2차 가해를 당하진 않을까 자신을 숨겨야 했습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알면서 방치했습니다. 
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는 뉴스타파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가 고통스러워요. 또 2차 가해를 당할까 무섭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참사 이후에 정말 극단적인 생각을 진짜 많이 했었어요. 누군가 내 뒤에서 칼로 날 찔러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몇 번 했던 것 같고. 심장을 아예 그냥 칼로 도려내서 완전히 빼서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진짜 많이 해요. 저의 아픔을 이해해 줄 사람은 이 세상에는 거의 없겠구나...

김소민(가명) / 이태원 참사 생존자
수백 명에 달하는 생존자와 목격자들은 지금도 뿔뿔이 흩어져 있습니다. 정부의 도움 없이 이들이 서로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얼굴도 이름도 연락처도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피해자들의 연대'를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모임인 유가족협의회만 겨우 구성돼 있을 뿐입니다. 
결국 참사의 후유증도, 2차 가해도 '홀로 견뎌내라'는 정부의 방침 앞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흩어졌고 또 흐려졌습니다. 
뉴스타파는 그렇게 '흩어진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신고자, 목격자, 추모 활동가들을 찾아가 만났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영상취재김기철 신영철 오준식 이상찬 정형민 최형석
영상편집윤석민 정애주
CG정동우
데이터김강민
영상제공연분홍치마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