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이원석 검찰총장 국회 위증혐의 수사 착수... 고발 사건 배당

2024년 06월 24일 15시 30분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이원석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한 이원석 총장의 혐의는 국회 위증 혐의다. 
공수처는 지난 18일, 2022년 9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이원석 총장이 고발된 사건을 수사 4부 (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 공수처가 현직 검찰총장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원석 위증 혐의 배경은 <죄수와 검사> 김형준 부장 검사 사건

이원석 총장이 받고 있는 국회 위증 혐의의 배경이 된 사건은 뉴스타파가 지난 2019년 <죄수와 검사> 연속 보도 첫번째 시즌에서 다뤘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이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은 2016년 9월에 불거졌다. 김형준 부장검사가 이른바 ‘고교동창 스폰서’ 김희석 씨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게 사건의 골자다. 뉴스타파는 2019년 <죄수와 검사> 연속 보도에서, 당시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에 검찰 출신 전관인 박수종 변호사가 깊이 개입했으며 그 뒤 석연치 않은 이유로 피의자로 수사를 받던 금융범죄 사건이 불기소 처분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기에 국회 위증 혐의로 고발이 된 것일까.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소 긴 설명이 필요하다.

‘박재벌’의 금융범죄 혐의…‘친구’ 김형준 부장검사에 배당

박수종 변호사는 지난 2000년 검사로 임관해 7년간 검사 생활을 하다 2007년 퇴직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검사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퇴직 이후에는 여러 건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서 금융범죄자들을 변호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스스로 주식 투자와 기업 인수에 나섰다. 주식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하며 어느새 ‘박재벌’로까지 불렸다. 코스닥 상장사 여러 곳의 사실상 대주주 노릇을 해왔고, 그 가운데 몇 곳은 상장폐지됐다. 
그의 주식 투자와 재산증식은 곧 불법으로 이어졌다. 2015년 금융위원회는 박수종 변호사가 주식 시장에서 저지른 금융범죄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시작했다. ‘라이브플렉스’라는 회사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였다. 금융위원회는 박수종 변호사에게 2차례나 출석을 요구했지만 박수종 변호사는 이를 무시하고 응하지 않았다. 
검사 : 진술인은 금융위 조사에 출석 불응한 사실이 있나요

박수종 : 예 그것은 맞습니다. 저는 죄가 없으니까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수종 진술 조서 중 (대검 특벌 감찰팀, 2016.10.) 
2015년 10월 29일, 금융위는 대검찰청에 박수종을 수사의뢰했다. 11월 9일 대검찰청은 박수종 사건을 서울 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에 배당했다. 그런데 당시 서울 남부지검 금융합동수사단 단장이었던 김형준 부장 검사는 박수종의 친구였다.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근무했고 이후에도 자주 만나 술을 마시던 사이였다. 한 번에 수십만 원씩 하는 술값은 물론 박수종 변호사가 냈다. 
결과적으로 보면 박수종 변호사는 금융위 조사를 거부한 결과, 전 직장 동료이자 오랜 술 친구가 책임자로 있는 서울 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금융범죄 수사는 사건의 내용이 복잡하고 하나의 혐의가 다른 혐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만큼 더 팔 것인지 멈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검사의 재량이 중요하다. 
김형준 검사는 2016년 1월 예금보험공사로 파견됐다. 김형준 검사의 파견 발령 다음 날인 2016년 1월 12일 서울 남부지검 금융범죄 합동수사단의 안광현 검사는 박수종을 불러 조사했다. 그날 박수종 변호사는 김형준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 

김형준 구속됐지만 박수종은 처벌 피해

그런데 뜻밖의 위기가 찾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형준 검사의 이른바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김형준 검사가 오랜 친구였던 고교 동창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사건이다. 
김형준 검사는 ‘고교 동창 스폰서’였던 김희석 씨에게 박수종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라고 추천했다. 김형준 검사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에게 약점이 잡혀있던 박수종 변호사를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교동창 스폰서 김희석 씨는 자신에게 박수종 변호사를 추천했던 당시 김형준 검사와의 대화를 이렇게 기억했다. 
김희석 : 김앤장에도 너 친한 변호사 많은데 왜 옷 벗은지 10년이나 된 박수종을 자꾸 전면에 내세워 일처리를 하자고 하냐? 

김형준 : 걔 주식도 많이 돌리고, 함께 엮인 게 있으니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내 말 들어. 

김희석 : 무슨 주식을 돌리는데? 

김형준 : 걔 주식해서 돈을 좀 만졌는데 문제가 좀 있거든. 지금은 내 말 들을 수 밖에 없어. 그런데 이런 일 처리는 잘해. 베스트야.

김희석 씨가 진술한 김형준 전 검사와의 대화
고교 동창 스폰서 김희석 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박수종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서 일하는 대신 김형준 검사의 구명 활동에 나섰다. 술집 여성들의 입단속부터 자잘한 돈 심부름, 언론 대응까지 도맡았다. 김희석 씨가 사건을 언론에 제보하고 잠적하자 김희석 씨의 차명 휴대전화를 검찰에 알려주면서 김희석 씨 체포에 협조했다. 변호인이 의뢰인을 검찰에 넘긴 것이다. 그러나 사건 무마는 실패했다. 2016년 9월 한겨레 보도가 나오자 대검은 특별 감찰팀을 꾸렸고 김형준 검사는 결국 구속됐다. 
박수종의 ‘믿는 구석’이었던 김형준 검사가 구속된 상황, 박수종에게도 위기가 올 것으로 보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박수종은 처벌을 모두 피했다. 
이듬해인 2017년 4월 검찰은 문제가 됐던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범죄혐의를 불기소 처분했고, 2016년에 새롭게 포착된 별도의 금융범죄 혐의 3건도 모두 약식기소했다. 

이원석, 박수종과 30여 차례 연락

김형준이 구속됐음에도 박수종이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짐작이 가는 정황이 있다. 
지난 2019년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연속 보도에서 박수종의 통화 내역 1년치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현직 검사 22명과 통화한 내역이 나왔다. 2015년부터 9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1년 동안 20번 넘게 통화한 검사만 7명이었다. 김형준을 빼고도 박수종이 당시 요직에 있던 검사 여러 명과 끈끈한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박수종과 빈번히 연락을 주고 받았던 22명의 검사 중 한 명이 바로  이원석 총장이다. 그는  2016년 1월 7일부터 8월 16일 사이 약 7개월 동안 박수종 변호사와 33차례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원석 검사는 당시 대검찰청 수사지휘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이원석, 인사청문회서  “박수종이 피의자인 줄 몰랐다”

뉴스타파가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지 열달 만에 검찰은 박수종 변호사의  또다른 금융범죄 혐의를 수사해 구속시켰다. 그러나 그와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현직 검사들은 어떤 징계도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뉴스타파 보도 3년 뒤, 이원석 검사는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지난 2022년 9월 5일 열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는 박수종 변호사와의 잦은 연락이 쟁점이 됐다. 
박주민 의원 :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인 박수종 변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데, 이때부터 8월까지 무려 33회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취재진은 왜 이렇게 많이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냐, 라고 당시 이원석 검사에게 질문도 하고 전화도 하고 메일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라고 돼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통화하셨어요?

이원석 후보자 :  법조 브로커라고 하는 사람이 1월달부터 도주했었는데 검거하는 것이 대단히 큰 문제였습니다. 그 법조브로커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박수종 변호사가 검사로 재직할 동안 구속 기소한 법조 브로커였습니다. 당시 그 법조브로커의 검거를 위해서 박수종 변호사에게 여러 참고 사항을 제가 문의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중 (2022.9.5.)
특히 이원석 총장은 당시 박수종 변호사가 금융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피의자였다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고 증언했다. 
이원석 후보자 : 해당 변호사가 당시에 수사대상이었거나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만약 알았다고 한다면 이런 전화도 제가 안 했을 겁니다.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중 (2022.9.5)

박수종 사건 배당 지휘서에 이원석이 직접 결재

그런데 ‘박수종이 수사대상이라는 걸 몰랐다’는 이원석 총장의 국회 증언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공수처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 박수종 변호사를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공수처의 1호 기소 사건이다. 2022년 11월 1심에서 김형준 박수종 두 사람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바로 이 2심 재판 과정에서 이원석 총장의 국회 증언이 거짓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증거가 법원에 제출됐다.   
지난 해 10월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김형준 전 검사와 박수종 변호사의 뇌물 사건에 대한 2심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공수처 검사는 지난 2015년 11월 대검찰청이 작성한 박수종 사건의 ‘사건 배당 지휘서’를 공개했다. 금융위가 수사의뢰한 사건을 대검이 서울 남부지검에 배당한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다. 그런데 이 사건 배당 지휘서에는 이원석 당시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의 서명이 있었다. 즉, 2015년 11월 금융위가 의뢰한 박수종 사건을 ‘친구’ 김형준 부장검사가 단장으로 있던 서울 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에 배당한 장본인이 바로 이원석 총장이었던 것이다. 
이원석 당시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이 이 서류에 결재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2015년 11월 당시 적용되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6조 2항을 보면, 수사지휘과장은 "다른 기관에서 이첩된 사건 및 범죄 정보의 처리 및 관리에 관한 사항" 을 관장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변호사와 그 밖에 법률 사무에 종사하는 자의 범죄 사건" 역시 수사지휘과장의 업무로 되어 있다. 금융위에서 대검에 수사의뢰한 박수종 변호사의 사건은 2중으로 이원석 당시 수사지휘과장의 업무였던 것이다.  
2015년 당시 적용되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이원석 총장이 맡고 있던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의 업무 분장 중 "변호사의 범죄사건", "다른 기관에서 이첩된 사건" 등이 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1) 이원석 총장이 자신이 직접 결재한 사건 배당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렸다. 2) 이원석 총장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다. 30여 차례나 통화한 전직 검찰 출신 변호사의 사건 배당 지휘서에 스스로 결재한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었을까?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면, 결국 거짓말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 사건을 공수처에 고발한 이른바 '고교동창 스폰서' 김희석 씨는 고발장에서, "이원석 수사지휘과장이 피의자인 변호사 박수종의 범죄  사건을 몰랐다는 것은 전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전국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자리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게 하는 행위로 검사징계법 제2조 3항도 위반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희석 씨는 이와 함께 "이원석 검사가 법조 브로커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것은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부임을 한 2016년 1월 13일인데, 박수종 변호사와의 첫 연락은 2016년 1월 7일이어서 앞뒤가 맞지 않으며, 통화 내역을 살펴보면 먼저 연락한 쪽도 이원석 검사가 아니라 박수종"이라며 법조 브로커 검거를 위해 연락을 했다는 이원석 총장의 국회 증언도 위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공직후보자 본인 증언도 국회 위증 혐의 성립? 법리 다툼 예상돼

지난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다. 윤대진 검사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적이 없느냐는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자신의 육성이 뉴스타파 보도로 공개돼 거짓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는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인사청문회에 요구되는 선서가 달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회에서 증언하는 증인은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렇게 선서한다.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에 나선 공직후보자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이렇게 선서한다.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서합니다.” 이게 끝이다. 위증할 경우 처벌을 받겠다는 선서 내용이 없다. 이에 따라 공직후보자 본인이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을 했을 경우에는 처벌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어떻게 이원석 총장을 인사청문회에서의 위증 혐의로 수사할 수 있을까. 뉴스타파 취재 결과 공수처는 ‘인사청문회에서의 위증도 국회 고발이 있을 경우 소추권이 생갈 수 있다’는 취지의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이원석 총장을 기소할 경우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사건을 공수처에 고발한 김희석 씨는 같은 내용으로 법무부에 "이원석 총장을 감찰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접수했으나 법무부로부터는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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