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어제(7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국정원 1차장으로 오호룡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을 임명한 사실을 숨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오늘(8일)에야 '12월 6일에 홍장원 전 1차장 후임으로 오호룡 현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어제(7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는 신임 오 차장이 출석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어제 오전 10시부터 약 35분간 열렸다. 정보위 출석 대상에는 국정원 1차장도 포함됐지만, 이때까지 민주당 정보위원들은 오 차장의 임명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위원회에 출석한 조태용 원장이 윤 대통령이 오태룡 1차장을 임명한 사실을 철저하게 함구했기 때문이다.
어제 정보위에 참석한 박선원 의원은 “국정원은 정무직 직원의 교체 사실을 당연히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 사실을 이틀이 지난 오늘에서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심지어 그 사이에 개최된 정보위원회에서조차도 그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내란수괴 대통령이 여전히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탄핵 표결이 있을 때까지 은폐하려 한 것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 대통령은 박선영 전 의원을 진실화해위원장에 임명했다. 이어 오태룡 국정원 차장을 임명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표까지 수리하는 등 "모든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자신의 대국민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어제 2차 대국민담화를 열고 난 뒤에, 오 차장을 임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일보가 오 차장 임명 소식을 처음 전한 건 오늘 오후 4시다. 대국민 사과 하루 만에 기사가 나오자 임명 날짜를 7일→6일로 소급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 1차장의 임명과 해임은 모두 대통령의 인사권에 속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오 차장에게 임명장을 언제 줬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오 차장을 임명하고 날짜를 조작한 것이라면 이는 조태용 국정원장은 물론 윤 대통령이 대국민 거짓말을 한 것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