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강제 식사와 강압 서명...대학이 지운 학생들의 목소리

2022년 08월 19일 16시 52분

- <등록금과 총장님의 리조트…검찰의 면죄부>보도 이후
- 수원과학대 학생들, "이인수 씨 리조트에서 진행된 학생 행사는 반강제" 제보
- '수원대-수원과학대 통폐합' 과정서 교수들이 학생 가두고 동의 서명도 강요
보도 이후 수원과학대 학생 여러 명이 이메일과 전화로 제보를 보내왔습니다. "올해 학교가 리조트에서 진행한 행사 가운데 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던 부분은 사실상 반강제로 진행된 행사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올해 학교가 재학생들에게 리조트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행사를 했다고 나오던데요. 그 행사는 사실상 반강제로 진행된 것이었어요. 학교 수업 대신 진행된 행사라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 밥값이 우리 등록금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 리조트가 이인수 전 총장 소유라는 걸 알았다면,
그곳에서 식사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었다면, 굳이 거기서 밥을 먹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희는 이용당한 느낌이에요.

    수원과학대 학생 A씨   

수업과 맞바꾼 그날의 행사…불참하면 ‘결석' 처리

수원과학대가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라비돌 리조트에서의 점심 식사. 그런데 그 행사가 반강제로 진행된 것이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잠시 상황을 과거로 돌려보겠습니다. 
수원과학대는 지난 3~4월 한 달간 33개 학과의 신입생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진로체험'이라는 명칭이 붙긴 했지만, 신입생 수십 명씩 팀을 이뤄 같은 학교법인 소속의 수원대학교를 견학하는 수원대 건물 투어 행사였습니다. 
이제 막 수원과학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도 아닌 수원대의 강당과 도서관을 둘러보는 다소 의아한 행사. 이 행사의 시작과 끝은 ‘라비돌 리조트’였습니다. 오전 팀은 수원대 투어 이후 라비돌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팀은 라비돌에서 점심을 먹은 뒤 수원대로 출발하는 일정. 이 행사로 1인당 11000원씩, 총 1600만 원가량의 식비가 수원과학대 교비에서 지출됐습니다.
▲수원대 이인수 전 총장 가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의 라비돌 리조트. 
앞서 뉴스타파가 보도했듯이 라비돌 리조트는 2017년 말, 교비 횡령으로 유죄 판결받고 해임된 전 수원대 총장, 이인수 씨 가족이 100% 지분을 보유한 곳입니다. 이 때문에 기자는 지난 7월 취재 당시, 학교가 이 씨 리조트의 매출을 올려주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한 게 아닌지 학교 측에 질문했습니다. 학교 측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고요.
당시 수원과학대 관계자는 “전문대에는 4년제 대학에 편입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들에게 미리 4년제 대학 진학 체험을 시켜준다는 의미로 수원대를 투어 행사를 마련했던 것”이라며 “이 행사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심 식사 장소를 라비돌 리조트로 정한 건,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밥 한 끼 좋은 곳에서 먹이고 싶다는 취지였지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서 좋은 취지로 마련한 행사까지 색안경 끼고 보지 말라”는 충고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행사는 몰라도 학생들에게 쓴 ‘밥값’만큼은 순수한 의도로 지출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수원과학대학교가 각 학과장에게 보낸 '수원대 투어' 학생 참여 독려 공문. 수원대 투어 일정에 이인수 씨 소유 리조트 라비돌에서 진행하는 점심 식사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제보한 실상은 달랐습니다. 복수의 학생 설명에 따르면, 수원대 투어 행사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 게 아니었습니다. 학교는 각 학과로 공문을 보내 학생들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도해달라고 요구했고, 학과 교수와 조교들은 “이날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수업에서 결석 처리된다”며 사실상 행사 참여를 강제했다고 합니다. 
이 행사에 참여했던 수원과학대의 한 학생은 “수원대 투어 일정이 수업 시간과 겹쳤는데, 지도 교수님께서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날 수업에 결석 처리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 진로체험이라고 했는데, 수원대 건물 둘러보고 리조트에서 밥 먹은 게 전부였다. 그런 행사를 왜 수업 빠지고 참여해야 했는지 황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다른 학과의 1학년 반 대표도 “학과 조교가 모든 학생들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라고 했다. 그래서 따로 학생들의 참가 신청을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라비돌 리조트에서의 점심도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없었다고 합니다.
 수원대 투어 행사 자체가 리조트에서 집결해 점심 식사를 하고 출발하는 일정이었어요.
그래서 모든 학생이 당연히 리조트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줄 알았고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단체로 셔틀버스에 태운 뒤 리조트에 내려다 주고
무료로 주는 거라며 선심 쓰듯 점심 식사를 제공했는데요.
뉴스타파 보도를 보고 그 밥값이 우리 등록금에서 나간 거라는 걸 알고 학생들이 황당해 했어요.
우리 등록금으로 진행하는 행사라면, 적어도 학생들에게 참여 의사 한 번쯤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수원과학대 학생 B씨

수원대-수원과학대 통폐합 추진 중 학생들에게 ‘동의 서명’도 강요

그런데 수원과학대학교는 왜 ‘수원대학교’를 견학하는 행사를 진행했을까요? 
학교법인 고운학원 소속인 두 학교는 현재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입생 충원이 미달되고 있는 수원과학대를 2026년까지만 운영하고, 4년제 대학인 수원대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두 대학의 통폐합 안이 교육부 승인을 얻으면, 수원대는 앞으로 1100명가량의 학생을 추가로 모집할 수 있게 됩니다. 당연히 지금보다 등록금 수입도 늘어날 테고요. 
두 학교의 통폐합 소식은 방학 중인 지난 7월 초 갑작스럽게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입학했다가 갑자기 폐교 소식을 들은 수원과학대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진행된 ‘수원대 투어’ 행사가 학교 통폐합을 염두에 둔 학교의 사전 작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수원대 건물 구경을 시켜주고, 리조트에서 음식도 제공하면서 통폐합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학교 측의 통폐합 신청이 교육부 승인을 받으려면 중요한 게 구성원들의 동의입니다. 교육부 ‘사립대학 통폐합 신청서에 따른 안내서’에 따르면, 대학 통폐합을 위해서는 각 대학과 관련된 이해관계자(교수, 직원, 재학생, 동문)들과 장기간에 걸쳐 충분한 협의 및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 결과를 구비해서 교육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교수 4명이 학생 1명 에워싸고 “동의 서명해라” 강요

하지만 수원과학대는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하는 대신 학생 대표들의 동의 서명을 강요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수원과학대 학생들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 7월 15일 A학과 교수 4명은 학과 대표 학생 1명을 강의실로 불러 에워싼 뒤 강제로 동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학과 대표 학생이 동의 서명을 할 때까지 강의실 밖을 나가지 못하도록 교수들이 막은 겁니다. 결국 학과 대표는 동의서에 서명을 했고 학과 학생들에게 “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수원과학대 일부 교수들이 학생 대표들에게 강제로 받은 통합 동의서 
비슷한 일은 다른 학과에서도 발생했습니다. 수원과학대 학생들이 제보한 과대표 단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강제 서명에 대한 학생들의 하소연이 담겨있습니다. 
▲수원과학대 학생 과대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 중
해당 사실이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며 학생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 27일 비민주적인 통폐합 절차를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진행했습니다. 
비대위의 한 학생은 “학교가 방학 중에 기습적으로 통폐합 소식을 발표하면서, 여전히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학교에 요구했더니 오히려 교수들을 앞세워 학생들의 동의 서명을 강요했다. 통폐합 추진 과정 자체가 비민주적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7월 27일 경기도청 앞에서 진행된 수원과학대 비대위원회 학생들의 통폐합 반대 침묵 시위 (사진 출처 : 경기일보)
여러 학생들의 증언에도 수원과학대는 강제 서명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수원과학대 정원섭 총장은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담화문을 통해 “일부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재학생들의 동의를 묻는 과정에서 강압‧강요한 적이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수원과학대의 한 교수가 학생 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총장의 반박보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더 사실에 가까워 보입니다. 학생들에게 동의 서명을 강요했던 한 교수가 과대표 학생에게 보낸 문자에는 “아까 학생처장과 통화한 내용”이라며 “마지못해 썼던 동의서는 일단 제출 안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학교 본부의 학생처도, 담당 교수도 학생들에게 강제 서명을 받은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겁니다. 기자는 해당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왜 동의 서명을 강요했는지 물었습니다. 이 교수는 “잠시 뒤 전화를 걸겠다”며 끊었고, 다시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수원과학대 한 교수가 강제로 통폐합 동의서를 받은 뒤 학생 과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위 문자를 제보한 수원과학대 학생들은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재단 측의 이익을 위해 저희 학생들의 권리가 짓밟히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는 학교에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강제적인 서명을 받은 점은 결코 눈 감지 않을 것입니다. 통폐합 안건이 거짓으로 꾸며진 동의서와 함께 교육부 승인을 받는다면 저희 힘없는 학생들은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의 힘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수원과학대 학생 A학과 학생 일동)

학생 표현의 자유를 막는 대학…5년 전 수원대와 데자뷰

기자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5년 전 수원대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2017년 9월, 수원대 학생들은 이인수 전 총장의 교비횡령 혐의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수원대 정문 앞에서 이 전 총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였습니다. 학교는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학생들의 명단을 파악해 담당 교수들에게 ‘관리하라’고 시켰고, 교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서명운동을 중단하라고 강요했습니다. 
학교 측의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당시 수원대 학생들은 용기를 냈습니다. 학생 3200명의 서명을 모아 서울고등법원과 교육부에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교비횡령 의혹을 받던 이인수 전 총장은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학교에서 해임됐습니다. 수원대 학생들의 정당한 목소리가 비리 주범을 학교에서 쫓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 전 총장 한 명만 물러났을 뿐, 이 전 총장을 엄호했던 교수와 직원들은 여전히 두 학교의 요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2017년과 2022년, 학교 본부의 입장과 맞지 않는 학생들의 입을 강제로 막으려는 대학의 비민주적인 행태는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수원과학대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습니다. 
현재 수원과학대뿐만 아니라 수원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두 학교의 일방적인 통폐합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그런데도 두 대학은 통폐합을 강행하고 있고, 지난 7월 말 통폐합 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습니다. 
과연 두 대학이 교육부에 낸 통폐합 신청서에는 학생들의 뜻이 제대로 담겼을까요? 교수들의 강압에 의해 작성된 동의서를 교육부는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 기록을 남깁니다. 교수들의 강압에도 용기 내어 제보한 학생들의 뜻이 교육부에 전달되길 바라며, 학생들의 정당한 의사 표시가 교수나 학교 본부의 압력에 다시는 묵살되지 않길 바라며, 부러 이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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