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정영학 2022~2023년도 검찰 진술 "김만배가 대검 중수부의 대장동 대출 수사 막았다"
② 대장동에 조우형 스카웃한 정영학...대검 중수부가 '조우형 사건' 수사했다고도 진술
③ 검찰 '특급 도우미' 정영학...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를 차명으로 소유한 이유도 설명
④ 천화동인 6호 차명 소유 부인하는 조우형...18개월 만에 늑장 수사한 배경에 비호 세력 의혹
뉴스타파는 대장동 검찰 수사의 특급 도우미로 불리는 정영학 회계사가 이른바 '조우형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공개한다. 지난해 9월, 정 회계사는 검사에게 "김만배가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을 막아줬다"고 말했다.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때 김만배의 역할을 설명하면서다.
정 회계사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우선 그는 '정영학 녹취록'을 검찰에 스스로 제출했다. 수사 초반 정영학의 자료 제공과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면 수사는 난항을 겪었을 것이다. 협조의 대가였을까. 정영학은 피의자 중에 유일하게 구속을 면했다.
정영학은 김만배나 남욱과 달리 수사 초반부터 현재까지 일관된 진술을 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대장동 재판에서도 정영학의 증언은 신뢰를 얻고 있다.
▲일명 '조우형 사건'과 관련해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현재의 검찰 입장과는 정반대다.
정영학 검찰 진술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으로 수사받았다"
'도시 개발의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정영학이 대장동 사업에 뛰어든 건 2008년이다. 그는 대장동 사업 구조를 설계했고, 대출 브로커 조우형을 대장동으로 데려왔다. 누구보다 조우형의 역할과 실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다음은 지난해 9월 27일 검찰이 정영학을 조사하면서 적은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이다. 이날 검사는 김만배가 대장동 업자들과 인연을 맺은 계기를 물었다. 이에 정영학은 "김만배는 법조기자 출신인데 처음에는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조우형을 도와주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알게 되었다"고 답했다.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은 대장동 불법 대출을 뜻한다. 뉴스타파는 2009년 부산저축은행이 별다른 사업성 검토 없이 거액의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대출이 결정된 배경에는 조우형이 있었다. 그는 대장동 시행사에 부산저축은행 대출 1,805억 원을 알선해주고 불법 수수료 10억 3천만 원을 챙겼다. 정영학은 대검 중수부가 이러한 조우형의 범죄 혐의를 수사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이는 현재의 검찰 입장을 뒤집는 내용이다.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조우형은 대검 중수부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을 수사한 사실이 없다면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주임검사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한 뉴스는 모두 '가짜'라고 단정했다.
▲정영학 피의자신문조서(2022년 9월 27일) 정영학은 이날 2011년에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조우형은 당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검찰의 현재 입장과 배치된다.
정영학의 반복된 진술 "김만배가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을 막아준 건 큰 역할"
이튿날인 2022년 9월 28일, 정영학은 더욱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날도 검사는 김만배의 대장동 사업 참여 경위와 역할을 물었다. 이에 정영학은 "당시에는 김만배가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검찰 수사받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사실 (김만배가)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을 막아주는 것이 저희한테는 대장동 사업 그 자체를 도와주는 큰 역할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조우형이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를 받았고 ▲김만배 기자가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수사를 막아줬다고 재차 진술한 것이다. 이는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 관련 불법성을 인지했지만, 김만배가 힘을 써서 대장동으로 수사가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정영학 피의자신문조서(2022년 9월 28일) 정영학은 이날 김만배가 조우형이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받는 것을 도와줬으며,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에 대한 수사를 김만배가 막은 것이 대장동 사업 그 자체를 도와주는 큰 역할이었다고 진술했다.
조우형 사건은 우연의 연속이었나...'허위 인터뷰' 특별수사팀 특급 도우미로 변신
뉴스타파 취재 결과,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 ▲2012년 서울중앙지검 ▲2012년 분당경찰서의 수사망을 모두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된다. 그저 연속된 우연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우연은 최근까지도 이어진 것 같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조우형을 피의자로 전환한 건 올해 4월이다. 검찰은 수사 초반인 2021년 10월에 이미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란 사실을 파악했다. 참고인이었던 조우형이 범죄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기까지 무려 18개월이 걸린 것이다.
이 때문에 조우형을 비호한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조우형의 한 측근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조우형이 박영수 전 특검과 지속적으로 연락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우형-박영수의 밀월은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때와는 다소 결말이 달랐다. 올해 2월, '50억 클럽' 곽상도 전 의원에게 1심 법원이 뇌물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후폭풍이 일었다. 뉴스타파가 검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공개한 박영수와 조우형의 여러 범죄 혐의점도 논란이 됐다. 알고도 봐준 게 아니냐는 여론이 폭등하자 검찰은 비로소 이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박영수는 재판을 받고 있지만, 조우형은 아직까지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그는 현재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에서 핵심적인 참고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박영수가 더 이상 검찰 수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우형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