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에 성공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 수괴 혐의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지만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윤 대통령 측이 수사에 비협조적인데다 수사 주도권을 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절차·제도적 문제 때문이다.
2월 초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수처와 검찰, 국회, 헌법재판소에서는 '진상 규명'과 '절차 지연'을 다투는 치열한 수 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윤석열 수사 초읽기... 이르면 2월 초 기소
체포영장으로 피의자를 구금할 수 있는 기한은 최장 48시간이다. 공수처는 이 기한 동안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공수처가 준비한 질문지는 200 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재소환 조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는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은 검사가 청구할 경우 최장 20일, 사법경찰관의 경우 최장 10일로 규정되어 있다. 공수처법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지만, 지난달 20일 검찰과 공수처는 문상호 국군 정보사령관 구속을 앞두고 12·3 내란 관련 피의자들의 구속 기간을 최장 20일로 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역시 법원의 영장이 발부될 경우 최장 20일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공조수사본부 수사관들에 체포되어 공수처 청사 건물에 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기소 단계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기소 대상을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공무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권한 밖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구속영장의 기한 만료 전 수사를 마무리 짓고 공소제기 요구 결정서와 증거물 일체를 중앙지방검찰청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 이 일련의 절차를 거쳐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시점은 2월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내란 특검법(윤석열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가까지 받게 되면 특별검사가 활동하게 된다. 특검은 검찰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또 검찰 기소독점권의 예외로 수사, 기소, 공소유지 등 형사소송절차 전반을 주도할 수 있다. 특검이 언제 출범하고, 또 언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느냐에 따라 기소의 주체와 시점,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내란 여죄 덮일라" '진상 규명' 요구하는 야당
윤 대통령 측은 줄곧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며 체포 영장 집행이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후 배포한 영상 메시지에서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재차 주장했다.
실제 공수처법상 내란죄는 공수처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공수처는 자신의 수사 대상인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며 관련 범죄인 내란 혐의까지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이미 법원의 판단을 통해 정리됐다. 1차 체포 시도 이후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수사 권한에 없는 상태에서 위법한 영장을 청구했다며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체포·수색영장의 혐의 사실에는 내란죄뿐 아니라 직권남용의 혐의가 포함됐다"며 공수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측은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체포 불응과 수사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조사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현행법상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 기소를 위해 내란죄 사건을 검찰에 이첩해야 한다.
문제는 이 경우 어렵게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고도 정작 수사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구속영장 시효 20일은 공수처와 검찰이 열흘씩 나눠 써야 하는 상황이다. 공수처의 수사가 공전하면 내란죄 관련 형사절차의 공은 기소권을 쥔 검찰에 넘어가게 된다.
검찰은 지난 8일까지 12·3 내란에 가담한 군·경 지휘관 9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외환죄' 관련 의혹 등 여죄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특히 내란의 핵심 인물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외환유치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대로 공수처가 손을 뗄 경우, 12·3 내란의 여죄가 덮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특검을 통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재표결에서 1차 내란 특검법이 부결되자 외환죄 위반과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수사 범위에 추가한 새 내란 특검법을 발의했다. 대신 여당의 기존 요구사항을 일부 반영하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놨다. 특검 후보자 2인의 추천을 제3자인 대법원장이 하도록 하고, 특검이 군사상 비밀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 민주당은 외환죄 혐의 등 12·3 내란의 여죄를 수사할 수 있는 새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8일 재표결에서 이미 6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한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특검법'이라는 별도 법안을 마련했다. 더 이상 내란 특검법을 반대하기도 힘들고, 야당의 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도 어려워 나온 결정이다. 국민의힘 법안은 외환죄 등 대북, 안보 정책 관련 사안을 모두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사 범위, 기간, 인원을 대폭 축소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야가 합의한 내란 특검법을 주문한 상태다. 국회 내부의 조율을 거쳐 특검법이 통과한다고 해도 출범 시점이 늦어지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특히 검찰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소까지 마무리한 상태라면, 사실상 특검의 역할은 공소 유지 역할 정도로 제한될 수 있다.
'절차 지연' 노리는 윤석열 "탄핵 가능성은 높아져"
형사소송·헌법심판 절차마다 '딴지걸기' 식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은 사실상 벼랑 끝 전술에 가깝다. 혐의에 관련된 입장과 증거를 내놓기보다는 법리를 다투며 절차 지연만 노리는 형국이다.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공언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14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의 변론 기일이 시작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재판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경호와 법리 문제가 우선적으로 정리돼야 출석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앞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국회 측 대리인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 측의 신청을 만장일치 기각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은 60여 쪽 분량과 10여 쪽 분량의 답변서를 각각 제출했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론' 등을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밝히고, 당시 국회 상황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였고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적합한 요건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불응은 탄핵 인용 결정의 가능성을 높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또 12·3 내란 당시 공표된 '포고령 1호'의 내용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군사정권 시절의 포고령을 보고 베껴 쓴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에게 국회 장악이나 국회의원 체포 등의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윤 대통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12·3 내란 당일 군 지휘관들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체포 불응과 수사 비협조는 결국 탄핵 인용의 가능성을 높이는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재판부는 이러한 수사 불응을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와 연관 지어 봤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사실을 지적하며,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파면 사유 가운데 하나로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