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도시의 유령들 ①살인노동

2018년 01월 25일 21시 28분

기억은 잃었지만 ‘빗자루와 청소차’를 찾는 청소노동자

아직도 눈을 뜨자마자 빗자루와 짐수레를 찾는다. 침대를 흔들며 '왜 차가 나가지 않냐'고 따진다. 쓰레기 더미와 씨름하며 살아온 20년 세월이 그의 꿈속에선 쉼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환경미화 청소노동자였던 강성환 씨는 2년째 병상에 있다. 그는 폐기물 집하장 하역 작업 중 재해를 입었다. 노후화된 압축기가 갑자기 폭발했고 잔해 일부가 강 씨의 가슴을 때렸다. 충격으로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고 정신을 잃었다. 치료를 받고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지금은 간병인의 도움이 없으면 거동조차 할 수 없다.

사고와 함께 기억을 잃었다. 기질성 정신장애로 정신지체 2급 판정을 받았다. 사고 당시 상황은 물론, 가족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매일같이 병실을 찾는 아내는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남편을 향해 혼자 인사를 건네고, 혼자 추억을 나눈다.  

사고로 송두리째 삶을 잃었지만 그에게 사과 한마디 건네는 사람은 없었다. 강 씨가 속해있던 위탁업체 사장은 병원에 얼굴 한번 비춘 적 없다. 얼마간의 병원비, 전화 몇 통이 고작이었다.

강 씨의 시선은 시종 허공에 머물러 있다. 나아질 것이란 기약도, 일상에 돌아가겠다는 바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어요. 지금 내가 뭘 들어가서 뭐 하겠어요. 꺼벙꺼벙 거리면서 … 이제 내가 가서 뭘 하겠어요. 자신이 없어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되는대로 살다가 부르면 가야지요.

강성환 / 전직 환경미화 청소노동자(2년 전 재해)

폐기물을 수거하고 운반, 처분하는 환경미화 청소노동은 공공부문 노동 가운데 가장 위험한 업종이다. 지난 3년간 1,948명이 다쳤다. 1,000명 중 20명이 다치는 셈이다. 예측불가한 환경 속에 위험을 감수하고 일해야하는 임업(1000명 중 18~19명), 어업(1000명중 10~11명)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근로복지공단 산재 신청 기준, 지난 3년 사이 3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달 동안에만 3건의 사망 사고가 있었다. 적재함 청소 중 덮개를 오작동해 머리를 부딪치고, 후진하는 폐기물 수거 차량에 치였다. 가로청소를 하던 청소노동자가 인근 공사현장에서 떨어진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고 사망한 일도 있었다.

안전 사고는 대개 노후화된 장비 때문에 생기는 오작동이나 어둠, 추위, 빙판길같은 환경요인에서 기인한다. 항상 부족한 업무시간 때문에 생기는 실수도 상당수다. 시간대와 장소를 바꿔가며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재해발생 수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매일 저녁 청소노동자들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사고를 ‘운명처럼’ 기다리며 업무에 나서고 있다.

목숨을 건 15시간...어느 청소노동자의 하루

1월 7일 일요일 저녁, 뉴스타파 취재진은 마포구와 민간위탁 계약을 맺은 폐기물 수거·운반 업체 소속 청소노동자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다.

저녁 5시 30분, 짧아진 겨울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나서야 청소노동자 김민수(가명) 씨의 업무가 시작됐다. 그의 담당구역은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대학가 그리고 인근 주택가다. 주말을 즐기러 번화가로 몰려든 인파 사이로 김 씨의 소형 트럭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의 걸음은 분주했다. 대형 수거 차량이 도착하기 전까지 담당구역의 폐기물을 수거해 약속된 장소로 옮겨야 한다. 그의 소형 트럭은 한번 시원하게 내달리는 일이 없다. 30초~1분을 가고 나면 이내 차를 세운다. 한번 내리면 허리를 제대로 펼 새도 없이 주변 폐기물을 수거한다. 내용물을 확인할 여유는 없다. 폐기물을 들어올리다보니 아찔한 모습이 수차례 연출됐다. 들어올린 상자에서 깨진 유리가 쏟아지는가하면, 무게를 견디지 못해 들었던 마대자루를 놓치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30분이면 소형 트럭이 가득찬다. 모인 폐기물을 큰 길가로 옮겨 부려놓고 다시 골목으로 향한다. 대형 수거 차량이 올 때까지 이 작업이 수십 차례 반복된다. 대형 수거 차량이 도착하면 '상차'에 합류한다. 큰 길가에 모아놓은 대량의 폐기물을 대형 수거 차량에 싣는 작업. 상차와 하차, 그리고 다시 상차. 청소노동은 이 루틴이 밤새 계속되는 지옥이다.

2.5t 덤프 트럭 적재함에 폐기물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된다. 청소노동자들은 폐기물 봉투를 ‘농구하듯’ 적재함 위로 던져 올린다. 봉투의 매듭이 제대로 묶이지 않아 내용물이 쏟아지는 경우도 있고, 던진 폐기물 봉투가 생각치 않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일부 청소노동자들은 폐기물이 쌓여있는 적재함 위에 올라탄다. 차량 아래의 동료가 폐기물 봉투를 던져 올리면 그것을 받아 정리하는 역할이다. 폐기물 더미 사이로 발이 빠지거나 아래에서 던져올린 폐기물을 보지 못해 몸에 맞는 상황이 여러차례 벌어졌다. 폐기물 봉투 안에 깨진 유리와 같은 생각치 못했던 내용물이 있다면 치명적인 재해로 이어질 것이 뻔했다.

이동 중에도 위험은 계속됐다. 대형 수거 차량은 청소노동자들을 적재함 안에 실은 채 그대로 출발했다. 폐기물더미가 3m 80cm까지 쌓여 적재함 덮개가 닫히지 않는 상태였다. 차량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올라탄 이들은 적재함을 붙잡고 흔들리는 폐기물 더미 위에서 균형을 잡았다. 낮게 깔린 전깃줄이 청소노동자의 헬멧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나머지 동료들은 덤프트럭 뒤에 설치된 발판에 올라탔다. 운전사 쪽으로 한쪽 다리를 들어올려 보이면 출발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골목을 벗어나 대로를 달릴 때도 이들은 발판에 올라타 있었다. 예기치 않은 급정거나 추돌사고가 발생하면 꼼짝없이 재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마포구 한 청소노동자가 하루 밤새 이동한 27km 경로>(출처 : GPS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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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반. 해가 뜨고 출근 인파가 거리에 몰리고서야 김 씨의 하루 업무가 끝났다. 업무 시간은 총 15시간. 일주일 중 업무량이 가장 많은 일요일-월요일 근무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긴 시간이다. 그가 숨을 돌릴 수 있었던 시간은 마지막 대형 수거 차량 도착을 기다린 자투리 시간 20분이 고작이었다. 업체에서 식사로 지급하는 컵라면 하나 데워 먹을 여유도 없었다.

다시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8시간 남짓. 퇴근해서 한숨 자고나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같은 일과는 토요일을 제외한 주6일동안 반복된다.

업무를 끝낸 김 씨는 휴식시간을 쪼개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그는 밤샘 작업으로 피곤하고 몽롱한 상황이지만 환경미화 청소노동자들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자 인터뷰에 응한다고 말했다.

'예고된 사고'인데도 개선하려는 노력을 안하니까 이런 인터뷰도 하는 것입니다. 불이익을 당할수 있지만 각오하고 인터뷰하고 있어요. 우리도 언제든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다칠 뻔한 일이 많아요. 적재함 위에서 일하다보면 전기줄에 걸려서 넘어지기도 하고, 가로등에 머리 부딪치기도 합니다. 헬멧을 쓰고 있어서 머리만 조금 띵하고 말아서 다행이지 사고의 위험은 엄청 많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까 계속 하는 거죠.

김민수(가명) / 환경미화 청소노동자

5분마다 쌀 한 가마니 무게 들어야...청소노동자는 '슈퍼맨'?

위험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비롯된다. 일은 많은데 사람은 적고 장비는 부족하고, 그래서 시간은 촉박하다. 아무리 좋은 안전지침이 내려와도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고의 위험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2015년 서울시 통계(서울열린데이터광장 데이터셋)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환경미화 청소노동자들이 수거해야하는 연간 폐기물의 양은 244만 톤(생활, 음식물, 대형, 공사장, 폐기물 및 재활용품 포함)에 이른다. 하루 6,700톤 꼴이다. 이 폐기물 수거를 담당하는 환경미화 청소노동자의 수는 5,200명이다. 이 가운데 주로 가로 청소를 맡고 있는 구청 소속 청소노동자들을 제외하면 실제 폐기물 수거, 운반, 처리를 맡고 있는 인력의 수는 그 절반 수준인 2,637명이다.

청소노동자 1명이 이 폐기물을 감당하기 위해선 하루 평균 1.29t의 폐기물을 수거해야 한다. 805.76 가구에서 쏟아내는 폐기물을 매일 혼자서 처리하는 셈이다. 이 업무를 일반적인 업무시간(9시간) 안에 마무리 하기 위해선 가혹한 조건이 따른다. 수거와 상차 두 단계를 모두 마치기 위해선 한숨도 쉬지 않고 1분에 5kg 가량의 폐기물을 꾸준히 실어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소노동자들이 단 1초라도 아끼기 위해 안전한 좌석대신 위태로운 발판에 올라타는 이유다.

폐기물 배출량과 수거인력의 수에 따라 각 구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매일 배출되는 300톤 이상의 폐기물을 100명이 채 안되는 인력으로 수거해야하는 마포구가 가장 업무량이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마포구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경우, 혼자서 하루 3톤이 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1805세대를 돌아야한다. 5분에 쌀 한 가마니(80kg) 무게에 이르는 폐기물을 쉼없이 들어올려야 정해진 업무시간에 일을 마칠 수 있다.

<서울시 각 구 폐기물 배출량 대비 수거 인력·장비 비교>(출처 : 서울열린데이터광장 데이터셋,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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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도 부족하다. 서울시 25개 구와 위탁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2.5~5톤 중장비 수거차량은 총 76대에 불과하다. 소형 수거 차량을 합치면 2000대가 조금 넘는다. 여전히 손수레가 수거장비로 활용되는 곳도 있다. 수거차량 1대가 하루 3t 이 넘는 폐기물을 운반해야 한다. 때문에 수거 차량 운전자는 하루 밤에도 수차례 폐기물 처리장을 오간다. 오가는 횟수를 한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폐기물 더미를 매번 ‘전선줄에 닿을 듯한 높이’로 적재함 위에 쌓아올릴 수 밖에 없다.

현장의 목소리 없는 정부 대책... "민간위탁 구조부터 바꿔야"

지난 16일, 정부 관계부처는 국무회의를 거쳐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5년 안에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발생 건수를 90%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다.

환경부는 올 상반기 중에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추진한다. 청소차량의 영상장치 부착과 적재함 덮개의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야간에 이뤄지는 작업을 주간에 운영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침 수준이었던 종량제 봉투의 배출 무게 상한도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업무 실정에 맞는 청소차를 개발해 보급하고,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 관계부처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됐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비록 큰 틀의 계획은 마련됐지만 각 지자체와 위탁업체의 실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시행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관련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관련 기관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환경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와 기초단체도 실제 시행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간근무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있더라도 주민 편의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이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인력과 장비에 대한 지원대책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과 민간위탁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어떠한 안전 대책도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근본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환경미화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면서 현장의 인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왜냐면 민간업체로서는 20명보다는 19명으로 운영하는 것이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입니다. 시설 투자에도 소극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점이 업무량이 늘어나고 안전 사고가 근절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환경미화 업무의 적정 인력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하는지 재검토해야 합니다.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취재 : 이정호, 김새봄, 오대양
촬영 : 신영철, 오준식
편집 : 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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