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만도 - 겁주기

2012년 08월 17일 06시 40분

<기자>

경기도 평택 만도 공장.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회사입니다. 이곳 역시 SJM과 같은 날인 7월 27일 사측의 직장 폐쇄와 함께 수백 명의 용역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단 하루 만에 이루어진 전격적인 직장 폐쇄와 용역 투입이었습니다.

직장 폐쇄 열흘째인 지난 7일 취재팀은 만도 평택 공장을 찾았습니다. 정문은 컨테이너 등으로 차단됐고 용역들이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담당자 용역업체] (취재 왔는데요. 안 되나요?) “언론이나.. 모든 건 다 저희가 못 들어가게..” “제재가 되어 있어요.”

심지어 용역들은 회사 바깥에서의 촬영도 하지 못하게 막아섰습니다.

“찍지 말라고요. 왜 찍냐고요. 찍지 마시라고.” (이게 사회문제이니까 취재하는 거예요.) “찍지 말라고요. X발, 지랄이고마...” (욕은 하지 마시고요.) “우리 9시에 갈 거니까 그때 찍으라고요.”

결국 노조 사무실 방문조차 거부된 상황. 취재팀은 어쩔 수 없이 회사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만도 노조 간부들과 만나야 했습니다.

[김창한 금속노조 만도지부장] (지금까지 이런 것들을 겪어본 적이 없으시죠?) “만도 25년 노조인데요. 한 번도 이렇게 용역이 들어온 적은 없었어요. 더욱이나 마음이 아픈 게.. 만도 우리 조합원들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줬거든요. 올해 매출 3조4천억 정도 됩니다. 새빠지게 돈 벌어다줬는데...”

공장이 폐쇄된지 2주째인 지난 10일. 직장 폐쇄 중인데도 아침부터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가슴마다 노란 표찰을 부착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신분 확인입니다.

[담당자 용역업체] “표찰 확인하겠습니다.”

정문을 막은 용역들을 일일이 노란 표찰을 확인하고서야 출입을 허용했습니다.

“당신들 직원도 아니잖아. 직원이... 25년 다닌 직원이 들어간다는데 왜 당신들이 막는 거야? 지금.”

[유광희 만도 노동자] (어떤 반응이었습니까?) “표찰이 없으면 무조건 못 들어간답니다.” (그럼 표찰을 받으시면 되잖아요.) “표찰을 안 주죠. 표찰을 선별적으로 불러서 표찰을 주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은 아예 부르지도 않고 표찰도 안 주거든요.” (그럼 전혀 표찰을 못 받으신 거예요?) “네.”

만도 노동자들은 불법 파업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확약서와 금속노조 탈퇴서, 새 노조 가입서 등을 작성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출근 자체가 거부됐습니다.

[근무자 만도] “복귀 확인서 쓰고 그 다음에 금속노조 탈퇴하면서 기업노조 가입 해야 만이 일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가야 된다.”

“뭐 개구멍으로 들어가듯이.. 이런 기분으로 일하겠어. 기분 좋게 들어가서 일하게 만들어 놔야할 것 아니야. 개구멍을 만들어 놓고...” “표찰 확인하겠습니다.”

직장 패쇄와 용역이 투입돼 출입이 전면 통제된 만도 공장.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확약서 등을 작성해 회사에 제출해야 되는 상황.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어떨까.

취재팀은 노조의 협조를 구했지만 이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김OO 만도 노조 간부] (하루 종일 기다렸는데... 현장에 들어간 일하고 있는 노동자 분들 만나기가 진짜 어렵나 봐요.) “그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는 게 부담스러운 것 같고... 또...”

저녁 8시가 넘어서야 한 음식점에서 노조원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확약서와 노조탈퇴서를 쓰고 새로운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앞으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 라는 그런 이제...”

“진짜 눈물 나죠. 진짜 직장 폐쇄했다는 소리 듣고 나름대로 얼마나 속이 터지는지 펑펑 울었다니까요. 저녁에. 진짜 그 사람들이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이건 아닌데.. 아닌데...”

“노조 탈퇴서 쓸 때 눈물이 났습니다. 코끝이 찡해 오더라고요.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습니까.”

“진짜 내가 안 해야 할 일을 피치 못해 할 때 그 참담함 있잖아요. 강요에 못 이겨 할 때의 그 참담함.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하늘을 제대로 못 봤습니다. 그 일 이후로 땅만 쳐다보고 살았습니다.”

“나는 이 회사에 20년 다닌 사람이에요. 그런데 용역 깡패들은 언제 갈지 모르는 애들이에요. 그런데 그런 애들한테 막혀서 내가 못 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어휴.. 미치겠더라. 한 살 먹은 애가 된 기분이에요. 내가 스스로 결정을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못하고 누군가의 의지대로 움직여지는 거죠.”

“애들 때문에 와이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거죠. 눈물이 납니다. 비참한 모습... 아까 제가 패잔병이라고 얘기했죠. 제가 갈 수 있는 방향을 잃어버린 거죠.”

현재 금속노조 소속의 만도 2300명 조합원 가운데 95% 이상이 탈퇴했습니다. 그리고 직장 폐쇄 기간 중인 7월 30일 설립된 기업별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새 노조는 사측과의 협력을 통한 고용안정을 추구하면서 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용역들은 회사 정문을 점령한 채 금속노조 소속 노조 간부들을 따라다니며 감시하고 있었고, 노조 사무실은 철조망까지 둘러쳐놨습니다. 노조의 활동이 사실상 무력화 된 상황입니다.

[김기덕 변호사] “노조를 깨자는 거죠. 한 마디로 말해서. 결국 용역을 투입한다고 하는 것은 기존에 사업장에서 용역 없이는 노조를 깰 수 없기 때문에 용역을 투입한 거죠. 많은 비용을 치루고서라도 직장 폐쇄만으로는 노조를 깨기 힘들기 때문에 용역 투입과 같이... 직장 폐쇄와 용역 투입을 동시에 함으로써 기존의 노조를 깰 수 있다. 이렇게 판단하고선 그렇게 실제로 하고 있는 거죠.”

최근 2-3년 사이 이런 방식으로 직장 폐쇄와 용역 투입이 강행된 사업장은 한두 곳이 아닙니다.

“우리는 강력히 요구합니다. 용역 깡패 폭력 아래 노조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는 전국 사업장에 대한 국정 감사를 실시하라.”

2010년 경주에 있는 반려 만도를 시작으로 유성기업, KEC, 상신브레이크 등 금속노조 사업장들이 이미 만도와 똑같은 방식으로 잇따라 무너졌습니다.

회사가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고 그것을 빌미로 용역 투입과 직장 폐쇄를 밀어붙이고 이후 새로운 노조가 출범되고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노무 관리 수법입니다.

그 사이 공권력은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취재팀은 다시 한 번 평택 만도공장을 찾았습니다. 이제 금속노조 소속 노조원은 100명도 안 되고 대부분 노조를 탈퇴한 상태입니다.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아이들을 못 본지도 오래입니다.

[김영석 금속노조 만도지부 법규부장] “작은 애가 7살인데요. 작은 애 돌 때 찍은 거예요.“ (아이들은 이 상황을 아나요?) “모릅니다.” (모르죠?) “네. 그래서 시간 내서 수영장이라도 한 번 데려가고 싶은데 여의치 못해서 가족들한테 미안하고요. 아이들한테 비정규직 없는 세상, 그리고 노동자가 탄압받지 않는 그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서 열심히 했었는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로 노동이 인정받는 그런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른바 노조 죽이기 시나리오는 그렇게 마지막 장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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