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③ 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진실
2019년 08월 14일 11시 53분
이른바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스폰서가 자신이 검사에게 준 뇌물이 축소됐고 성접대도 누락됐다며 검사를 고발했다. 뇌물을 준 자신도 추가로 처벌해 달라며 자기 자신도 고발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8월 당시 사건에서 검사들의 성매매가 은폐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죄수와 검사] ③ 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진실)
2016년 불거진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에서 김형준 당시 부장검사에게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던 고교동창 스폰서 김 씨가 김 전 검사를 뇌물수수 혐의와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스폰서 김 씨는 이달 초 경찰청에 접수한 고발장에서,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김형준 전 검사에게 공여한 뇌물 액수를 축소하고 김형준 검사의 성매매 혐의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김형준 전 검사를 고발하는 동시에, 뇌물 공여자인 자신도 처벌해달라며 피고발인에 자신의 이름도 포함시켰다.
검찰은 한겨레신문이 김형준 전 검사의 스폰서 의혹을 보도한 뒤 2016년 10월 17일 김형준 검사를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김형준 전 검사가 스폰서 김씨로부터 제공받은 향응과 뇌물은 5천 8백여만 원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스폰서 김 씨는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자신이 김형준 전 검사에게 제공한 향응과 뇌물 액수는 입증할 수 있는 것만 합산해도 9천만 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즉 검찰이 3천만 원 이상의 향응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스폰서 김 씨가 누락됐다고 주장한 향응 액수를 구체적으로 보면, 스폰서 김 씨가 2012년 5월부터 11월 사이 서울 강남의 고급 술집과 식당 등에서 24차례에 걸쳐 김형준 전 검사를 접대하는데 들어간 비용 천 9백 70만 원 가량과, 2014년 10월부터 2016년 2월 사이 10차례에 걸쳐 김형준 검사를 접대한 비용 천 2백만 원 가량이다. 스폰서 김 씨는 자신의 계좌 내역이나 자신이 사용하던 법인 카드 내역, 술집 종업원 등의 진술 등으로 이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뉴스타파가 스폰서 김 씨의 계좌 내역을 확인한 결과 김 씨가 고발장에 적시한 내용과 일치하는 내역을 찾아낼 수 있었다.
스폰서 김 씨는 이와 함께 검찰이 김형준 전 검사의 성매매 혐의 역시 공소장에서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전 검사가 2015년 10월 14일 서울 청담동 한 술집의 여성 종업원과 성매매를 했고 자신이 성매매 대금 70만 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8월 <죄수와 검사> 3편에서 검찰이 김형준 전 검사와 다른 검사의 성매매 혐의를 알면서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 스폰서 김 씨가 고발한 김형준 전 검사의 성매매는 뉴스타파가 당시 보도한 것과는 별개의, 또 다른 성매매 사건이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민본의 민병덕 변호사는 “스폰서 김 씨가 재판 과정에서 뇌물 액수 축소와 성매매 혐의 누락에 대해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강하게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 변호사에 따르면, 1심 재판 과정에서 스폰서 김 씨는 사건 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해 자신이 진술한 향응 액수가 축소되고 성매매 혐의가 누락되어 있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2심 재판 과정에서 비로소 사건 기록을 확인한 뒤부터는 진술서를 통해 뇌물 축소와 성매매 누락 사실을 지적하는 등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았고, 재판부 역시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병덕 변호사는 이와 함께 “검찰이 뇌물 액수를 축소한 것은 김형준 전 검사의 형량을 낮춰주기 위한 제식구 감싸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기소한 수뢰액수는 5천 8백만 원이지만 재판부가 이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수뢰 액수가 5천만 원 이하로 줄게 되고 그 경우 형량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 2조에 따르면,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일 경우 7년 이상의 유기 징역, 3천만 원 이상일 경우는 5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실제로 김형준 검사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5천 8백만 원의 뇌물 가운데 2천 2백만 원만을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즉 수뢰 액수가 3천만 원 이하로 줄어들게 되었으므로 5년 이상의 유기 징역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인정한 수뢰액수 2천 2백만 원 가운데서도 다시 천만 원만을 인정해 징역 1년으로 감형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스폰서 김 씨가 주장하고 있는 김형준 전 검사의 수뢰액수와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수뢰액수, 1심과 2심 재판부가 인정한 수뢰액수와 그에 따른 형량은 다음 표와 같다.
수뢰액 | 특가법상 형량 | |
스폰서 김ㅇㅇ 주장 | 9천 백만 원 | 7년 이상 유기 징역 |
검찰 공소 | 5천 8백만 원 | 7년 이상 유기 징역 |
1심 판결 | 2천 2백만 원 | 5년 이하 유기 징역 |
2심 판결 | 천만 원 | 5년 이하 유기 징역 |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민병덕 변호사는 검찰이 아닌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이유에 대해 “검찰이 한 번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사건을 다시 제대로 수사한다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스폰서 김 씨의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청은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 수사대에 배당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임은정 검사가 고발한 검사들의 고소장 위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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