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가족회사 · 가세연에 선거 후원금 12억 원 지출

2022년 08월 08일 10시 00분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강용석 씨가 선거후원금 20억 원 가운데 12억 원 가량을 특수관계 회사에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아들이 이사로 등재된 가족회사와 자신이 주요출연자이자 경영진이었던 가로세로연구소 등이다. 돈을 지급한 명목은 선거 공약 이벤트 기획 및 진행, 선거 홍보 영상 제작 등이었다. 뉴스타파는 선관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강용석 캠프의 회계보고서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강용석 전 후보는 선거 관련 업무의 특성상 보안과 신뢰가 중요해 특수 관계 회사에 오히려 싼 가격으로 용역을 맡긴 것 뿐이라며, 위법이나 이해상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도형태 갤러리 현대 대표 이사 등이 강용석 후보에게 각각 500만 원을 후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강용석 캠프가 선관위에 제출한 정치자금 회계 보고서

유튜브 방송 통해 20억 원 모금.. 신세계 정용진 등 2만여 명 참여

강용석 후보는 경기도지사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뒤인 지난 4월 7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무려 11시간 동안 정치후원금 모금 방송을 진행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선관위에 후원회를 등록한 뒤 후원회 명의로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강용석 후보가 모은 정치자금은 모두 20억 천 4백만 원이다. 20,482명의 개인과 법인이 기명으로, 1,784명의 개인과 법인이 익명으로 모금에 응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 승현창 핸즈코퍼레이션 대표 등 500만 원의 고액 후원금을 낸 사람도 26명이나 됐다. 선거비용 가운데 강용석 후보 개인의 자산으로 충당하한 돈은 64,574원이다. 

가족회사 '준컴'에 5억 5천만 원 지급

이렇게 모인 후원금은 어떻게 쓰였을까. 일단 선거 비용으로 쓰인 게 7억 2천 8백만 원, 선거 비용 외로 쓰인 게 13억 5백만원 정도다. 선거 비용은 선거사무원 인건비 등 직접 선거운동에 쓰이는 비용을, 선거 비용 외는 선거 준비와 공약개발, 여론조사, 선거사무실 임대료, 자동차 운영비 등을 말한다. 뉴스타파는 강용석 캠프가 선거 비용 외로 쓴 13억 5백만 원 가운데 12억 3천만 원이 강 후보와 특수 관계인 회사에 지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강용석 캠프는 우선 '준컴'이라는 회사에 9차례에 걸쳐 5억 5천만 원을 지출했는데, 명목은 '선거 공약 이벤트 진행과 선거홍보 광고'였다. 강용석 캠프가 이런 업무를 '준컴'에 용역으로 맡기고 용역의 대가를 지불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준컴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회사의 사업 목적은 '부동산 개발 및 시행, 임대업', '방송연예 기획 및 매니지먼트', '배달음식사업과 스마트폰을 결합한 유통판매 서비스업'이라고 되어있다. 정치 컨설팅이나 이벤트 진행, 홍보 등과는 무관한 사업 영역들이다. 
강용석 캠프가 5억 5천만 원을 지급한 '준컴'의 등기부등본. 선거공약 이벤트 진행이나 선거 홍보와는 전혀 무관한 목적을 가진 법인다.
강용석 캠프는 왜 전문성도 없어보이는 회사에 선거 관련 용역을 맡기고 5억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했을까. 알고보니 준컴은 강용석 후보 본인의 가족회사였다. 2011년 설립 이래 강용석 후보의 아내인 윤 모 씨가 줄곧 대표를 맡아오다 지방선거 두달 전인 올해 4월 8일에야 사임했다. 강용석 후보 본인도 한때 이사로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강용석 후보의 98년생 장남, 39년생 장모 등이 모두 이사로 등재된 적이 있다. 현재는 강용석 후보의 99년생 차남과 강용석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 모 변호사가 등기 이사로 되어있다. 
강용석 후보의 가족이자 '준컴'의 이사진들. 본인과 아내(좌측), 장남(우측 상단), 장모는 과거 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차남 (좌측 상단)은 현재 이사다.
강용석 후보는 뉴스타파 질의에, "준컴은 선거 운동 초기부터 선거공약개발, 공약 영상 제작, 후보자 SNS 관리, 선거홍보물 기획과 제작, 후보자 유세 기획 관리 업무를 총괄했다"면서 "준컴은 특수 관계로 인해 엄청난 저가로 이러한 업무를 수행해 이익이 전혀 남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준컴은 자본금 50억 원, 자산 200억이 넘는 중견 회사로 8년 동안 본인과 가족들의 방송 관련 매니지먼트, SNS 관리, 언론 홍보 등을 총괄 수행했으며 선거 업무에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준컴의 직원이 몇 명이냐는 질문에는, "이번 선거 업무로 인해 외주 용역과 작가, 디자이너, 유세단 등 연인원으로 100명을 고용 관리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뉴스타파는 준컴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법인 등기부등본에 나온 준컴의 주소지를 찾아갔다. 준컴이 위치한 서울 신사동의 건물은 가로세로연구소가 입주해 있는 빌딩이었다. 가로세로연구소는 3층, 준컴은 4층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4층 사무실에는 '준컴'이라는 법인명이 붙은 간판이나 명패도 없었고 직원도 전혀 없었다. 심지어 사무실에 초인종도 없어 굳게 닫힌 철문을 손으로 두드려야 했다. 철문 위에는 법원이 보낸 서류를 배달하려다 부재중이어서 그냥 간다는 우체국의 알림 스티커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100여 명을 고용 관리하며 5억 5천만 원의 선거 관련 용역 업무를 수행한 회사로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8월 3일 찾아간 '준컴'의 사무실. 간판과 초인종도 없었고 직원도 없었다.

'특수관계' 가로세로연구소 등에 6억 1천만 원 지출

강용석 캠프는 가로세로연구소에도 '선거영상제작' 비용 명목으로 6차례에 걸쳐 2억 7천 5백만 원을 지급했다. 강용석 후보는 잘 알려진 것처럼 가로세로연구소의 주요 출연자이자 경영진이었다. 가로세로연구소 주변에서는 '강용석 후보자가 아내 명의를 통해 가로세로연구소의 지분을 절반 가량 갖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누가 봐도 후보와 특수 관계가 명백한 곳에 영상 제작 명목으로 거액을 지급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강용석 후보와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인 김세의 전 MBC 기자에게 가로세로연구소가 몇 분짜리 영상을 몇 편이나 제작했는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강용석 후보는 "가로세로연구소는 해당 업무에 충분한 전문성과 실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어떤 업무를 했는지는 해당 업체에 직접 확인하라"고 답했다. 김세의 전 기자는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강용석 캠프는 '제이제이컬처'라는 회사에도 '선거홍보기획 및 진행비' 명목으로 7차례에 걸쳐 3억 4천 백만 원을 지급했다.  제이제이컬처는 가로세로연구소와 같은 곳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인 김세의 전 MBC 기자가 대표를 맡았던 곳이다.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권지호 전 MBC 촬영기자로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권 전 기자는 MBC 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촬영기자들의 성향을 분석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해고된 인물이다. 뉴스타파는 현재 제이제이컬처대표인 권 전 기자에게도 연락해 제이제이컬처가 어떤 선거 관련 업무를 해주고 3억 4천여만 원을 받았는지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강용석 캠프가 3억 4천 5백만 원을 지출한 제이제이컬처의 등기부등본. 전 대표는 김세의 전 MBC 기자, 현 대표는 권지호 전 MBC 촬영기자다.

본인이 대표인 법무법인에도 2천 2백만 원 지급

강용석 캠프는 지난 5월 6일, "지지율이 5% 이상인 강 후보가 초청받지 못한 선거 토론회를 방송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SK 브로드밴드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소송 비용으로 2천 2백만 원을 지급했다. 이 소송을 맡아 돈을 받은 것은 강용석 후보 본인이 대표로 있는 '넥스트로'라는 법무법인이었다.  넥스트로의 사무실은 가로세로연구소가 입주해있는 서울 신사동 빌딩 4층, 즉 강 후보의 가족 회사인 준컴과 같은 곳이다. 
강 후보는 뉴스타파 질의에, "넥스트로는 SK 브로드밴드 뿐 아니라 방송기자연합회를 상대로도 소송을 해서 모두 승소했다"며 "통상 이 정도 사안이면 한 건당 5천만 원 정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오히려 저가에 사건을 수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용석 캠프가 12억 원 가량을 보낸 4개 회사는 모두 서울 신사동의 한 빌딩 3층과 4층에 모여있었다. 사진은 해당 건물의 우편함이다.

총괄선대본부장 회사에도 4천 4백만 원 지급

강용석 캠프는 '디스트릭트케이'라는 회사에 '선거캠프 내부 진행 및 이벤트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4차례에 걸쳐 4천 4백만 원을 지출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대표는 권 모 씨, 바로 강용석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다. 캠프 내부 뿐아니라 각종 행사 등을 모두 챙겨야 하는 게 본연의 업무인 총괄선대본부장에게 원래 해야하는 일을 한 대가로 거액의 돈을 준 셈이다. 권 씨는 선거 당시 가로세로연구소에서 별도의 코너를 운영하는 주요 출연진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다.
권 씨는 "무슨 일을 하고 돈을 받았냐"는 뉴스타파 질의에 "후보와 상의해 취재에 응할지를 조율하겠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후 강용석 후보는 "선거총괄본부장직은 명예직이었으며 (인건비 명목으로는) 별도의 돈을 준 바가 없다. 디스트릭트케이에게 맡긴 업무 역시 저가로 수행된 것"이라고 답했다. 

선관위 "그 자체로 위법 아니나 조사 가능"

강용석 캠프가 후보의 가족 회사, 가로세로연구소, 넥스트로, 총괄선대본부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지급한 액수는 12억 3천만 원에 달한다. 전체 선거 후원금의 61%, 선거비용 외 지출액의 95%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뉴스타파 질의에, "후보의 가족 회사 등 특수 관계 회사에 선거 후원금을 지출했다 하더라도, 정치활동과 관계된 지출이라는 점이 소명된다면 그 자체가 원칙적으로 위법은 아니다"라면서도 "후보들의 회계 보고 자료를 접수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검토중이지만 실제 한 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지급하는 등 신의칙이나 사회 상규에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면 정치자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부정한 지출'에 해당할 수 있으며 추후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총괄선대본부장에게 선거비용으로 인건비를 지급하고 추가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줬다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선거운동에 쓰겠다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모금을 한 돈이 후보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로 흘러갔다면 이해 상충의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용역의 대가로 정당한 대금이 지급된 게 아니라면 추가적으로 법적인 문제가, 정당한 대금이 지급되었더라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강용석 후보는 '이해 상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족 기업 등 특수 관계 회사에 선거 업무를 맡긴 것은 보안 유지와 신뢰 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므로 이해 상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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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신영철 오준식
편집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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