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자의 비서실장인 장제원 의원 일가가 자신들이 이사장과 총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소유 고급 아파트에 시세보다 싼 전세가에 입주해 10년 넘게 장기 거주해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났다. 특히 입주 초기 적어도 1년 동안, 장 의원 일가는 재단과 전세 계약도 하지 않고 공짜로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 의원 일가는 10년 이상 제집처럼 살았지만, 종부세 등 관련 세금은 전혀 내지 않았다. 명목상 아파트가 재단 소유였기에, 재단이 전액 부담했다. 재단이 10년 동안 낸 세금은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장 의원 일가가 사는 아파트는 매매가 기준으로 현재 30억 원이 넘는다. 아파트는 학교법인 동서학원이 소유하고 있다. 장 의원의 어머니가 동서학원 이사장, 형은 동서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동서학원은 재단 재정의 안정을 위한 수익 사업 명분으로 교육부 허가를 받아 아파트를 샀다.
이 때문에, 재단 수익을 위해 아파트를 구입한 게 아니라, 장 의원 일가의 실거주 목적으로 사들인 뒤, 세금 등 부대 비용을 재단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장 의원 일가에 특혜를 주는 등 재단 소유 부동산을 재단 이사장 일가를 위해 사적으로 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동서학원 측은 학교법인 명의 재산이므로 특혜가 아니고, 이후 전세 계약을 맺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뉴스타파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 학교법인 동서학원이 소유한 부산 해운대 최고급 아파트, 전용면적 222㎡로 현재 시세는 30억 원 수준이다.
장제원 모친과 형, 학교법인 소유 고급 아파트에 10년째 거주 중
동서학원은 장제원 의원(국민의힘)의 부친인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이 설립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재단으로 동서대, 경남정보대, 부산디지털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장 의원의 모친인 박동순 씨가 법인 이사장, 형 장제국 씨는 동서대 총장, 누나 장주영 씨도 동서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장 의원 본인도 정계 입문 전, 부산디지털대 부총장과 경남정보대 학장을 지냈다. 이렇듯 동서학원은 이사장 일가가 학교 운영을 독점하는 전형적인 족벌 사학이다.
▲ 사진 왼쪽부터 장제원 의원, 모친인 박동순 동서학원 이사장, 형인 장제국 동서대 총장. 지난 20대 총선 당시 장 의원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해(2021년) 동서학원의 감사보고서 기준, 총 보유 자산은 5,600억여 원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 수십 필지의 토지와 빌딩을 갖고 있다. 부동산 가액만 4,400억 원에 이르는데, 이중엔 수익용 부동산이 상당수 있다.
학교법인은 재단의 재정 안정을 위해 수익 사업을 한다는 조건을 달아 교육부의 허가를 받고 수익용 부동산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다. 수익용 재산이긴 하지만 엄연히 법인재산이기 때문에 사적 사용은 불가능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도 재단 회계 계정에서 관리하게 돼 있다.
그런데, 동서학원은 2012년 12월, 수익 사업 명목으로 부산 해운대에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사들였다. 구입가는 15억 6,000여만 원이다.
동서학원 명의의 이 아파트는 해운대 동백사거리에 있다. 면적은 222㎡ 규모다. 바다가 보여 전망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취재진이 인근 부동산 3곳에 문의한 결과, 올해 기준 같은 조건(전용면적 222㎡)의 아파트 시세는 30억 원이 넘었다. 전세는 현재 매물이 없었는데, 호가로는 15억 원 정도다.
학교법인이 수익사업 명목으로 오피스텔이나 상가가 아닌 아파트를 매입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그렇다면, 동서학원은 이 수익용 부동산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뉴스타파 취재 결과, 장 의원 모친인 박동순 이사장과 형인 장제국 총장이 이 아파트를 구입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학원 측은 “해당 아파트를 이사장 사택으로 이용해 온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실제, 박 이사장과 장 총장 이외엔 누구도 이 아파트에 살지 않았다. 동서학원은 수익 사업을 한다며 아파트를 구입해놓고, 실제론 이사장 일가에게 제공한 것이다.
▲ 동서학원은 수익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후 이사장 사택으로 이용했다.
동서학원 수익 목적 부동산, 장제원 일가 '싼 값'에 이용
게다가 장 의원 일가는 아파트 입주 초기 적어도 1년 동안, 동서학원과 임대차 계약도 맺지 않고 이 아파트에 무상 거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특혜 제공은 2013년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2013년 12월 교육부의 동서학원 회계감사 결과를 보면 “동서학원이 경동 ooo 주상복합아파트를 15억 6417만 원에 구입하여 총장관사로 사용함에 따라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등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돼 있다. 당시 교육부는 재단 직원 4명을 경고 처분했다. 재단의 재정 수익을 위해 아파트를 사들였다는 재단 측의 설명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장 의원 일가는 감사 지적 이후에도 이 아파트에 계속 거주했다. 형식상 임대차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기준 5억 원의 전세 보증금을 납부했다. 결국, 장 의원 일가는 15억 6천만 원짜리 아파트를 ⅓ 수준인 5억 원만 내고 제집처럼 살 수 있었다. 이후, 2019년 당시 시세를 반영해 전세가를 7억 5,000만 원으로 올리긴 했지만, 사실상 주인처럼 10년 이상 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직접 매입했을 때보다 훨씬 싼 값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장 의원 일가, 취득세, 종부세 등 세금 내지 않고 10년간 거주
장 의원 일가가 누린 이익은 더 있다. 최초 구입가만 15억 원이 넘는 고급아파트에 입주 초기부터 쭉 살면서 취득세는 물론 종합부동산세 등 재산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명목상 재단 소유이기에 모든 세금은 재단 회계 계정에서 나갔다.
동서학원이 공개한 2016~2022년 예·결산 자료를 확인한 결과, 올해 재단이 납부할 아파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각각 420만 원, 1,450만 원이었다. 이렇게 2016년부터 올해까지 확인된 재단의 세금 납부예산은 총 6,770만 원이다 그 이전 (2012~2015년) 동서학원의 예·결산 자료는 공개 연한이 지나 확인할 수 없었다.
▲ 동서학원의 아파트 관련 세금 지출 예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을 포함해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근거로 최초 취득세를 포함해 아파트 거주 이후, 지금까지 재단이 장 의원 일가를 대신해 부담한 세금은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학교재단 소유의 법인재산을 사적으로 전용해 이사장 일가에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뉴스타파는 동서학원에 전화로 질의 내용을 전달했다. 동서학원 측은 법적인 문제가 없고, 특혜를 주지 않았으며, 재단이 손해 본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서학원 관계자는 “특정인(재단 이사장 일가)에게만 임대를 주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며 “결국 법인 재산이기 때문에 이사장 일가가 이득을 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 장제원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 협상을 주도했고, 윤석열 당선자의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뉴스타파는 장 의원에게도 휴대전화 문자로 질의서를 보냈다. ①애초부터 수익 사업이 아닌 어머니와 형이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고급 아파트를 산 것은 아닌지, ②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단 명의를 빌린 것은 아니지, ③ 지금까지 장 의원 일가 대신 재단이 낸 1억 원이 넘는 세금을 재단 계정에 반납할 의향은 있는지, ④ 끝으로 이런 식의 특혜 제공이 윤석열 당선자가 지향하는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러나 장 의원은 방송이 나가는 3월 25일 현재까지,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른바 ‘윤핵관’의 한 명인 장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 협상을 주도했고 윤석열 당선자의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윤석열 새 정부의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관련 법률에 따라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새 정부의 운영과 정책의 밑그림을 짜는 등 중요한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 고위공직자에 준하는 인사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윤석열 인수위원들에 대한 검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