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자신이 속한 국회 상임위의 피감 기관 임원과 장관 재임 시절 부처 유관기관 관계자들로부터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받아 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드러났다. 또 자신의 지역구에서 지방선거 공천을 원하는 정치인들로부터도 집중적인 후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최경환 후보자가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9년 동안 (지식경제부 장관재임 시기인 2009년 9월 ∼ 2011년 1월 제외) 받은 고액 정치후원금 내역을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한해 3백만 원 이상의 정치후원금을 최 후보자에게 낸 사람은 모두 90명이었다. 취재진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 최경환 후보자의 국회 기획재정위 활동과 고액 후원 사이에 직무 연관성은 없는지 살펴봤다.
먼저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투자공사 감사로 재직하던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경환 후보자에게 한 달에 30만 원에서 백만 원씩 49차례에 걸쳐 모두 2천 백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최 후보자의 최대 후원자인 셈이다.
한국투자공사는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의 국정감사를 받는다. 최 후보자는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대부분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했다. 국회 기재위에서 줄곧 활동한 최경환 후보자는 자신의 피감기관 고위 임원으로부터 수천만원의 정치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받은 것이다. 2006년부터 투자공사 감사로 있던 안홍철 사장은 지난해 12월 결국 사장 자리에 올랐다.
안홍철 사장은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경환 후보자와는 “연세대 동문으로 형님 동생하는 사이로 매우 친밀한 사이“라면서 ”피감 기관의 관계자로서 후원금을 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안 사장은 또 ”지금은 오해가 많아서 후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통상부의 감사를 받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여기도 이른바 ‘관피아’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는 곳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윤수영 상근 부회장은 산자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그런데 윤 부회장은 취임 4개월 전인 지난해 5월과 2012년 3월에 각각 5백만 원씩 모두 천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최경환 후보자에게 냈다. 최 후보자는 2009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지식경제부 즉 지금의 산자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최 후보자는 또 지난 2005년 7월 김유성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회장으로부터 15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최 후보자는 김 회장의 후원금을 받기 6개월 전인 2004년 12월 <금융기관부실자산등의 효율적 처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중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핵심 내용은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연체 채무자에게 경매착수 사실을 통보하면 통지사실 확인 여부에 상관없이 경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특례규정을 2007년까지 3년 더 연장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채무자의 재판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2005년 5월 법안은 통과됐다. 저축은행으로선 반가울 수밖에 없는 입법이었다. 당시 김유성 회장으로부터 정치후원금 심부름을 맡았던 저축은행중앙회 간부는그 때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개인 돈을 개인통장에서 돈을 뽑아가지고 심부름을 해라. 은행 심부름을 해줬다. 보기에 따라서는 본인(김유성 회장)이 이왕 후원하는 거 후원을 해주고 싶은 의원에 후원을 해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다고 본다.
최경환 후보자는 자기 지역구의 지역 정치인들로부터도 고액후원금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최병국 경산시장으로부터 두 차례 5백만 원 등 지역정치인 14명으로부터 5,700만 원의 정치 후원금을 받았다. 특히 2005년 5월 청도군수 재보선을 앞두고 후원금이 집중됐다. 당시 한나라당 청도군수 공천신청자 7명 가운데 무려 5명이 최경환 후보자에게 후원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돈을 준 사람들은 대부분 공천과의 관련성은 부인했다.
이에 대해 조성래 한신대 교수는 “정치후원금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정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같이 지역구의 현역 의원들에게 약간 종속돼 있는 현실에서 피감기관 임원과 지역구 기초선거 후보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행위는 그야말로 국정감사할 때 ‘잘 봐주세요’, 아니면 공천 때 ‘좀 유리하게 해 주세요’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현역의원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인사들도 줄줄이 최 후보자에게 고액의 정치 후원금을 냈다. 최 후보자는 새누리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불린다. 하나은행 김진성 부행장 5백만 원, 우리금융지주 이순우 회장이 130만 원, 대우증권 임기영 대표, 5백만 원, 한화투자증권 이명섭 대표가 150만 원, 정진석 동양증권 대표가 5백만 원 등이다.
금융권 인사의 정치 후원금은 2006년과 2007년 집중됐다. 우리은행 민영화와 외환은행 인수 등을 둘러싸고 금융권이 요동치던 시기였다.
최경환 후보자는 또 2007년 삼일회계법인 김홍기 부대표로부터 320만 원을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은 이른바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해 외환은행의 실사를 맡았던 곳이다.
기업인들도 후원금 대열에 빠지지 않았다. 정윤택 효성그룹 부사장 5백만 원, 이민주 에이티넘 회장 5백원 등 29명의 기업인들이 최 후보자에게 고액 후원금을 냈다.
고액 후원금을 낸 상당수 인사들은 합법적인 정치 후원인 만큼 대가없이 선의로 냈다고 주장했다. 350만 원을 낸 모 기업 대표의 부인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5백만 원을 낸 한 기업인은 정치후원금을 왜 냈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게 세상사는 이야기”라며 선문답식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또 일부 기업은 합법적인 정치 후원인 만큼 문제 삼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순수하게 그냥 돈을 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이 뭔가를 의도하고 주는 사람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주고 받는 인적 네트워크야말로 가장 강력한 관계망 가운데 하나이기때문에 그런 관계가 어떻게 정책에 영향을 주는 지 투명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 상임위 피감기관 임원과 지방선거 공천 신청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고액의 정치 후원금을 받은 사실에 대해 최경환 후보자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른바 ‘공짜 점심’이란 없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최경환 후보자가 임시사무실로 사용하는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찾아 고액 정치후원금과 직무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최 후보자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김용진 기재부 대변인은 ‘국회에서 정식 요청이 들어오면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보기 - ‘최경환 후원금’ 많이 낸 직업군은?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