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서 메탄 대량 배출 확인... 원인은 보 때문에 쌓인 녹조

2023년 05월 02일 15시 50분

보 때문에 물의 흐름이 느려진 낙동강에서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이 대량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낙동강의 온실 가스 발생을 조사한 결과 강물의 체류 시간이 늘어난 낙동강 중하류에서 메탄이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메탄은 부영영화가 심한 호소에서나 주로 검출되는 기체로, 지구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30배 정도 강력한 온실 가스다. 윤석열 정부의 보 활용 정책이 온실 가스 감축이라는 더 큰 정책적 목표와 상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형 교수(이화여대 환경공학과)가 이끄는 연구진이 낙동강 상주보에서 온실 기체를 조사하고 있다.

낙동강, 수질 오염 덜한데도 메탄 배출은 최고치

한국의 하천은 댐과 보, 그리고 오염에 의한 교란이 심한 편이지만 이러한 인위적 교란이 온실 가스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그동안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메콩강, 갠지스 강, 황하 등 아시아 주요 하천을 대상으로 온실 가스 배출을 연구해왔다. 이런 선행 연구를 토대로 2022년에 한강, 낙동강, 영산강의 발원지부터 하구역까지 42개 지점(한강15개 낙동강 14개 영산강 13개)에 대한 현장조사를 2회(4월, 7월) 실시했다.
연구진은 3대 온실 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를 조사했는데 세 기체 모두 영산강 상류 구간과 한강 하류 구간에서, 특히 4월에 높은 농도를 보였다. 영산강 상류와 한강 하류의 높은 온실 가스 농도는 광주와 수도권의 수질오염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따라서 연구진은 다른 요인에 의한 교란이 없을 경우 수질오염이 하천 온실 가스 배출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낙동강 중하류의 경우 영산강 상류에 비해 수질오염이 훨씬 덜함에도 높은 메탄 농도를 보였다. 특히 대구 인근의 달성보 지점에서 최고로 높은 농도를 나타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메탄 발생 주원인은 보 때문에 생긴 녹조

낙동강 중하류 메탄 가스 발생의 원인은 바로 보 때문에 생겨난 녹조다. 연구진은 '보 건설로 상류의 상주보와 하류의 창녕함안보 사이의 체류시간이 5배 증가했는데, 이렇게 물 흐름이 느려지고 대구 지역과 주변의 산업단지로부터 유입된 영양분이 계절적으로 증가해 녹조발생에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녹조는 일시적으로 물 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출 수 있다. 같은 구간의 물 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보다 낮았다. 녹조가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낮 시간이나 녹조 발생 초기에 물 속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녹조 바이오매스가 일정한 임계치를 초과하면 녹조에서 유래한 유기물이 분해되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그 과정에서 '부산물이 퇴적층에 침전하여 산소가 고갈된 혐기적 조건을 형성하면 메탄 생성 고세균에 의해 메탄이 생성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 효과가 30배나 높다. 따라서 녹조가 이산화탄소를 일부 흡수한다 하더라도 차후에 발생시키는 메탄을 감안하면 결국 온난화를 크게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연구진이 낙동강의 보 구간에서 측정한 메탄 농도를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q : 온난화 효과를 기준으로 다른 종류의 온실 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으로 표시했을 때 보 구간의 단위 면적당 온실 가스 배출량은 그 흡수량보다 최대 60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메탄의 탄소 안정동위원소비를 분석하여 기온이 증가하는 여름철에 물 속에서 메탄의 산화 작용(oxidation)도 크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따라서 산소가 희박한 하천 퇴적층에는 물표면에서 배출되는 메탄보다 훨씬 많은 양의 메탄이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류 지점과 보 설치 지점 비교해보니... 한강 낙동강은 메탄 증가 뚜렷

연구진은 각 하천의 상류 지점과 보 설치 지점의 물속 온실 가스 농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상류 오염이 심한 영산강에서는 오염이 미치는 영향이 커서 보의 효과를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한강과 낙동강에서 보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강과 낙동강 모두 상류 지점들의 메탄 농도는 낮은 편이었으나 보 설치 지점들에서는 메탄 농도가 뚜렷이 증가했으며, 특히 낙동강 보에서는 메탄 증가 폭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보와 상류 지점의 물 속 이산화탄소, 메탄 농도 비교

윤석열 정부의 보 활용 정책, 온실 가스 감축 정책과 모순

메탄의 대기 중 농도는 2006년 이후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누출되는 가스뿐만 아니라 습지나 저수지 같은 생태계의 배출 증가도 최근 관측되고 있는 메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메탄은 다른 주요 온실 가스들과 달리 대기 중 체류 시간이 9년 정도로 짧은 편이어서, 메탄 배출을 줄이면 전체 온실 가스 농도를 비교적 빠르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가뭄을 이유로 보를 더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와 같은 정부의 계획은 메탄 배출이 늘어나도록 해  온실기체를 감축해야 할 더 큰 정책 목표와 모순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온실 가스 감축 목표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비해 낮은 상황인데, 여기에 더해 새로운 배출원을 만드는 것은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욱 전 녹색성장위원장(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감축 목표도 국제사회의 요구보다 낮았는데 윤석열 정부는 거기서 더 후퇴했다. 감축할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면 최소한 배출원을 더 보태지는 말아야 한다. 건강한 강이나 호수는 온실 가스를 흡수하는데 오히려 메탄을 대량 발생시킨다는 것은 강바닥에서 많은 오염 물질이 썩고 있다는 증거다. 물을 흐르게 하여 강이 썩지 않도록 살리고 온실 가스 배출도 막도록 관리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에 의해 수행됐다. 논문은 4월 14일, 수자원 분야의 저명 학술지 ‘Water Research’에 ‘3개 하천과 하구역의 온실기체 분포에 나타난 유역-고유의 오염 및 저류화 영향’(Basin-specific pollution and impoundment effects on greenhouse gas distributions in three rivers and estuarie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https://doi.org/10.1016/j.watres.2023.119982)
제작진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