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지난 5월부터 연속 보도한 <죄수와 검사Ⅱ: 한명숙> 편이 방송기자연합회에서 선정하는 제 140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심사위원단은 ‘해당 보도의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했고, 검찰의 기존 수사 행태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세밀한 취재를 보여줬다’며 수상 이유를 알렸습니다.

사건을 취재한 김경래 기자는 “증거를 조작하고 위증을 강요하는 건 명백한 범죄다. 지금까지 검찰은 그래왔다”며 “정치적, 정파적 오독을 막기 위해 검증 수위를 최대로 올리려고 노력했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아래는 김경래 기자의 수상 소감입니다.


교도소 공기는 차가웠다


‘죄수H’와 첫 면회를 한 것은 지난 겨울이었다. 죄수H는 우리의 핵심 취재원 중 하나다. ‘한명숙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수사팀이 죄수들을 상대로 위증교사를 했다고 폭로한 사람이다. 면회는 10분이었다. 광주까지 내려갔는데 10분은 너무 짧았다. 면회를 마치고 우리는 밖에서 담배를 피웠다. 새로 지은 광주교도소는 새초롬한 느낌이 들 정도로 깔끔했다. 겨울 공기는 차가웠다.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몇 가지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 믿을 수 없는 주장을 증명할 수 있을까. 검사가 위증교사를 했다는 것과 한명숙 전 총리가 유죄인지 여부가 어느 정도로 상관관계가 있을까. 기사의 요건이 갖춰져서 보도를 한다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까. 그저 하나의 정파적 주장으로 치부되고 무시되지 않을까. 정치권은 이 보도를 어떻게 이용할까.


보도 이후에 벌어질 일을 미리 걱정하는 것은 부질없다. 당면한 과제는 취재다. 일단 증명이 가능한가. 모든 취재가 그렇지만 보도를 할 수 있겠다고 여겨지는 국면이 있다. 죄수H의 아들과 조카의 검찰 출입기록, 조카의 카드 사용 내역이 죄수H의 주장과 일치했다. 죄수가 검사의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청에서 검사를 접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물론 검찰은 “검사는 먹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상식에서 멀다.

검찰청에 불려간 죄수H의 아들은 당시 20살이 채 되지 않았다. 2019년 <죄수와 검사> 시즌1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상상인 그룹의 회장 유준원. 그는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에서 20억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지만 참고인 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반면 죄수H의 19살 아들은 아버지가 명의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를 받으러 갔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죄수H는 검사가 아들을 이용해 본인을 협박하고 위증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검찰은 참으로 잔인한 조직이다. (최근 유준원 회장은 구속됐다. 뉴스타파 보도 10개월 만이다.)


이렇게 취재가 궤도에 오르고 보도를 준비했다. 이제 걱정은 뒷일이다. 한쪽에서는 민주당이 뉴스타파와 합작해 기획한 정치공작이라고 방방 뛸 것이 뻔하고, 한쪽에서는 한명숙 총리는 무죄라며 필요 이상으로 흥분할 것이 뻔하다. ‘그건 모르겠고, 우리는 진실에 복무할 뿐’이라고 공자님 말씀을 외쳐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 하지말까?


검찰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농후한 위증교사는 어떻게 하나. 세월에 묻어버려야 하나. 살인자를 잡는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건 우리가 만든 문명의 원칙이다. 간첩을 잡겠다고 고문을 하고, 강간범을 잡겠다고 증거를 조작하고, 살인범을 잡겠다고 위증을 강요하는 건 명백한 범죄다. 검찰은 그래왔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그래왔다. 이걸 묻어버려야하나. 정치가 무서워서. 정파적 오해가 두려워서. 비난과 칭찬이 부담스러워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검증의 수위를 최대치로 올리는 것. 정치적인 공격과 정파적인 오독에서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건, 사실이라는 백신뿐이다. 유일한 해결책이다. 우리의 보도가 거기까지 갔으리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게 우리의 유일한 알리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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