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2020년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강남구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에서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고, 심지어 성형외과에서 일하던 간호조무사 신 씨를 한남동 자택으로 불러들여 불법 투약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불가피하게 방문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 투약은 아니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프로포폴을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진료 목적으로 적법하게 투약했다는 것인데요. 많은 언론들이 이러한 삼성 측의 해명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의 해명을 미심쩍게 만드는 주장이 새로운 증인인 성형외과 직원 A씨로부터 제기되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의혹에 대해 취재기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사건을 취재한 강민수 기자와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Q : 지난 2월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보도했는데요.
그 때와 다르게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무엇인가요?

지난번 보도에는 성형외과 직원인 신 씨를 한남동 이재용 부회장의 집까지 태워줬다는 신 씨 남자친구의 진술이 있었죠. 그리고 성형외과 원장이 “자꾸 이재용 부회장 집에 가서 주사 놓을거냐. 내가 널 미행해서 다 알고 있다” 라며 신 씨를 추궁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 씨를 미행했던 당사자(A씨)의 증언이 새롭게 나온겁니다. 신 씨가 프로포폴을 빼돌리는 것 같아서 몰래 뒤를 따라갔는데, 신 씨가 한남동 이재용 부회장 자택 근처에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그 때 사진도 찍어서 원장에게 넘겨줬는데 원장은 그 사진을 보고 신 씨를 추궁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입니다.

또 원장이 A씨 등 성형외과 직원들에게 매달 2,400만원씩 돈을 줬는데 그게 사실상 ‘입막음’을 위한 돈이었다는 거죠. 또 원장이 소개해준 변호사가 사진도 지우고 휴대폰도 바꾸라는 등 증거인멸을 지시한 정황도 있었습니다.

Q : 수사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성형외과 원장과 직원들이 프로포폴을 외부 반출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여러차례 언급이 됐고요. 그런데 그렇게 빼돌린 프로포폴을 어디로 가져갔는지, 누구에게 어떻게 가져갔는지는 아직 밝혀내야 하는 단계인거죠.

그런데 지난번 보도와 이번 보도에서 밝혀진 것처럼 그 빼돌린 프로포폴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갔다는 여러가지 증거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은 '불가피하게 방문진료를 받았으나 불법은 아니었다' 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죠.

검찰도 신 씨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서 이태원과 한남동 쪽으로 간 횟수를 특정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신 씨와 남자친구가 함께 쓴 카드 내역도 입수했고요. 물론 이게 이재용 부회장 집에 찾아갔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죠. 하지만 증인과 진술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증거라고 봅니다.

26일에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해서 수사 심의위원회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결정한다면, 그 이후에 프로포폴 투약 의혹에 대해서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까요?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검찰도 열심히 수사를 하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소 단계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투약한 횟수가 특정이 되어도 그걸 불법이라고 볼지, 중독성이나 상습성이 있다고 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사실 진짜 문제는 투약 자체보다 그 대가로 주어진 '돈'입니다.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계속 투여한 것도 결국 이재용 측에서 주는 금품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을 취재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Q : 만약 프로포폴 투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사실 프로포폴 자체에 대한 처벌은 크지 않은 편입니다. '마약'과 '마약류'가 있는데 프로포폴은 마약류 중에서도 제일 낮은 단계의 마약류예요. 투약 자체보다는 한 달에 몇번 갔냐, 투약의 대가로 얼마를 주고받았냐 하는 부분이 주된 양형 사유입니다.

판단에 따라 실형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원장이나 간호조무사 같은 상습 투약자들도 징역 1년에서 2년, 초범일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 정도입니다. 형사사건 중에서 죄가 큰 편은 아니죠. 결국 그 과정에서 돈을 얼마나 주고받았냐 하는 부분이 밝혀져야 합니다.

Q : 취재원들의 신변이 걱정되는데, 취재원 보호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방송의 경우 음성변조와 모자이크가 취재원 보호의 기본이긴 한데, 사실 사건 관계자들이 보면 취재원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겠죠. 그래서 사실 취재원을 보호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원이 확실한 증거물과 증언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가지고 기사를 써야 취재원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취재원과 뉴스타파가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알면, 그 누구도 취재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피해를 주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요.

이 사건은 아직 검찰 수사 단계입니다. 그런데 만약 기소가 진행되어서 법정 증언을 하게 되면 한 두 달 안에 끝나지는 않을 거에요. 제가 쓴 기사는 법정에서 취재원이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내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기사를 써야 이 사람이 증인으로서 이 사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또 나중에 기회가 되면 공익제보와 관련해서 시민단체 등에서도 의인으로 명예를 주기도 하고요.

Q : 기자로서 삼성을 취재한다는 것이 무섭지는 않았나요?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도 합니다. "이재용은 건드리지 마라, 다른 곳은 상관없는데 진짜 삼성은 안 된다"... 주변의 아는 기자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할일을 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를 쓸 수 있는 곳은 뉴스타파밖에 없고, 저밖에 없다는 생각으로요.

제가 전 직장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취재를 했었는데, 그 당시 핵심 제보자였던 두 사람을 삼성 측에서 끊임없이 미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몇 시에 퇴근해서 몇 시에 어디로 갔다, 누구를 만났다는 것까지 전부요.
저에게도 그런 일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제가 겁먹으면? 삼성만 좋아하겠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팩트가 있잖아요. 우리가 취재한 것이 있고,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겁먹을 이유가 없죠.

그리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뉴스타파에서 책임을 지고 있고요.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도 법적인 검토를 충분히 거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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