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이달 초부터 코스닥 상장 의료기기 업체인 한스바이오메드의 의료기기 불법 제조 사건을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인공유방 ‘벨라젤’등 여러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식약처 허가사항과는 다른 재료를 사용하고 이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인공유방을 비롯한 인체 이식형 의료기기는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어떤 제품보다 안전에 철저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스바이오메드는 해당 제품들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 동안 문제를 은폐하는 데만 급급했죠. 결국 식약처는 한스바이오메드의 주력 제품 벨라젤에 대해 판매중지·회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무엇보다 안전해야 할 인체이식형 의료기기를 몇 년에 걸쳐 불법 제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이런 사건이 앞으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스바이오메드의 불법 제조 사건을 집중 취재하고 있는 홍우람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 팀이 2018년 말부터 인체이식형 의료기기 관련 문제들을 취재해서 보도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엘러간’ 사의 인공유방 제품에서 희귀질환인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이 빈도 높게 발생한다는 문제를 알게 되었고, 국내외의 정보를 종합해서 2019년 8월에 기사를 쓰게 됩니다.

그런데 엘러간 사 문제를 보도하고 이틀 뒤에 제가 어떤 정보를 입수하게 돼요. 바로 국내의 코스닥 상장 의료기기 제조사가 자사 의료기기들을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해서 팔고 있다는 정보였습니다. 게다가 그 회사에서 불법 제조하고 있다는 제품들이 제일 위해성이 높은 4등급 의료기기, 그 중에서도 주로 인체 이식형 의료기기라는거죠.

그 당시에 알 수 있는 정보는 그 정도가 전부였고 회사 이름이나 제조하고 있는 제품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의 취재를 통해서 정보를 모은 끝에 이렇게 보도를 하게 되었어요.

Q : 문제의 의료기기(벨라젤, 스티포스 등)들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기사의 취지가 ‘벨라젤이나 스티포스 같은 제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라는 내용은 아니에요. 하지만 인체 내부에 들어가는 의료기기는 기본적으로 위해성이 가장 높은 의료기기로 분류가 되어 있고, 당연히 각종 안정성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의료기기를 만든다고 해도 사람 몸 속에 들어갔을 때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는 의사들도 장담하기 어려워요. 아주 정상적인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수술받는 사람의 체질이나 그 외의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서 부작용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의료기기들이 몸 안에 삽입되어서 장기간 머물렀을 때,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제품을 안전하게 만들고, 기준과 원칙에 부합하게 만들어야 되겠죠. 그리고 생산 과정에서 그 품질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고요. 그런데 한스바이오메드의 경우에는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식약처의 허가사항을 무더기로 어기면서 제품을 만들고 있었고 그 사실을 회사 안에서 은폐하고 있었던거죠. 그러다 결국 이렇게 보도로 알려지게 된 것이고요.

Q : 문제의 의료기기들이 이미 몇 년동안 상당히 많이 유통되었는데, 왜 그동안 문제가 밝혀지지 않았을까요?

저는 취재 결과 ‘회사가 조직적으로 숨겼기 때문에 지금까지 들키지 않았던 것이다’ 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보도에도 나온 이야기지만, 한스바이오메드에서 임의로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한 제품이 제가 확인한 것만 24종입니다. 수직적으로는 임원과 실무자, 수평적으로는 연구개발 부서, 인허가 담당 부서, 품질관리 부서, 영업부서까지 이 내용을 다 알고 있었지만 대책을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임의로 제조를 해왔던거죠. 그건 조직적인 공모와 은폐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Q : 한스바이오메드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한스바이오메드는 완제품의 안전성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고, 일부 제품에서 ‘허가사항 기재 오류’가 발생했다는 입장이에요. 그런데 이 말은 사실 앞뒤가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허가사항 기재에 오류가 있는게 아니라, 이미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에서 임의로 원재료를 변경하고 설계를 바꿔 가면서 제품을 만들고 있었던거죠. 식약처가 엄밀하게 기준을 적용해서 준 허가증이 사실상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인체이식 의료기기는 어떤 제품이든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어요. 그럴수록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고, 연구 개발을 하는 단계에서 원재료를 변경하거나 설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 임상시험도 다시 하고 허가도 그에 맞게 다시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한스바이오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또 한스바이오는 제품을 시판한 이후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도 문제를 밝히지 않고 임의로 대책을 세우는 사이에 수 년이 지나버렸고, 결국 문제를 정직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어요. 그러다가 결국 이렇게 언론 보도로 문제가 알려지고 경찰과 식약처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이죠.

한스바이오메드는 1999년도에 이 회사가 처음 출범할 때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시작했는지 다시 돌아봐야 해요. 취재 중에 한스바이오메드의 대표와도 통화를 했는데, 저에게 20년간의 연구개발 과정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강조를 했습니다. 저 역시 그 20년간의 노력은 부정하고 싶지 않아요. 정확하게는 잘못된 의사결정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또 묵과해 온 경영진들에게 기사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죠.

Q : 수술을 받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문제의 의료기기로 이미 수술을 받은 분들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인체 이식형 의료기기의 안전성에 대해 보도를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해당 의료기기를 삽입한 환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밖에 없죠. 기자로서 너무 과도한 불안감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원칙으로 보도를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던것 같아요. 그런 점에 대해 무겁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보고 불안감을 느끼시는 실제 환자들의 마음을 제가 다 이해할수는 없겠지만, 원칙적으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도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벨라젤 뿐만 아니라 인공유방 제품은 언제나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요. 모든 인공유방 제품설명서에는 예상 가능한 부작용을 18가지 항목에 걸쳐 안내하고 있어요. 무려 A4용지 6~7장 분량이에요. 그런 부작용에 대해서 정확히 숙지하시고, 또 의료인들은 환자에게 정확하게 안내를 해주셔야 합니다. 만약 몸에 정상적이지 않은 반응이 느껴진다면 전문의를 다시 찾아가서 검사를 받고 진료를 받아 보시는 게 현실적으로 제가 권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인 것 같습니다.

Q : 식약처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실 이번 한스바이오메드 문제와 관련해서 모든 책임을 식약처로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프랑스나 중국 사례와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한스바이오가 제조해서 팔던 제품들을 다 수거하고 검사를 해서 자국 기준치에 안 맞는 제품이라는 걸 확인하자 판매중지를 시켰죠. 또 그 조사 결과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홈페이지에 공개했어요. 중국 역시 자국 내에 유통되고 있던 벨라젤 제품을 수거해서 공인 시험기관에서 검사를 했죠.

그런데 제가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는 한스바이오에 대한 우리나라 식약처의 감시가 상당히 느슨했다고 합니다. 작년 엘러간 사태 때도 해외 당국들이 먼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후에 뒤늦게 정보를 공개했는데, 비슷한 사례가 그 외에도 많아요. 우리나라 식약처는 항상 한발 늦게 대처를 하곤 합니다. 식약처의 감독 기능이 그 정도 수준이라면 이런 문제가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후속 취재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한스바이오메드와 관련해서 아직 보도하지 못한 사항들이 많이 있어요. 보도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들도 있고요. 다음 취재가 마무리되는 대로 보도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보도했던 것들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 입장에서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환자분들에게 큰 충격을 드린 것 같고, 이 회사를 믿고 투자한 주주분들에게도 많은 실망감을 드렸던 것 같아요. 보도 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지만 계속 무겁게 생각해야 될 것 같습니다. 시청자분들과 후원회원님들께 굉장히 무겁게 생각하면서 기사를 쓰고 있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 꼭 알아야 하는 정보를 보다 엄밀하게 확인해서, 다음 보도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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