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사상 유래 없이 길었던 50여일간의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역대 최장기 장마의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북극이 지나치게 뜨거워진 것이 긴 장마의 원인이라는 것이죠. 연일 이어진 비로 입은 피해만큼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뉴스타파는 ‘프로젝트 1.5℃’ 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매 여름 폭염에 맞서 싸우고 있는 서울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을 취재했습니다.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좁은 방 안에서 여름을 보내는 쪽방촌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는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문제입니다.

기후위기 문제의 해법은 무엇이고 앞으로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프로젝트 1.5℃’ 첫 번째 기사를 보도한 조원일 기자, 신동윤 PD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 먼저 ‘프로젝트 1.5℃’ 라는 제목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제목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가요?

1.5℃는 지구온난화의 마지노선을 의미합니다.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18년 10월에 한국에서 총회를 열었는데, 이 총회에서 제출한 보고서의 이름이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요. 이미 UN에서는 21세기 후반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막아야 된다는 약속을 하고 있었는데,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다 보니 기준을 1.5℃까지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 생각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18년 ‘1.5℃ 특별보고서’를 만들게 된거죠.

보고서의 내용은 쉽게 말해서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서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라는 내용이에요.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서 극지방 얼음이 다 녹아 내리는 걸 비롯해서 여러 연쇄작용이 일어나게 되고, 그러면 지구 온도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되기 때문에 그 전에 어떻게든 멈춰야 한다는 것이죠. 저희 뉴스타파도 그 목표에 동참하기 위해 '프로젝트 1.5℃'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Q : 사실 기후위기는 지금까지 뉴스타파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주제인데, 어떻게 취재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뉴스타파 조직 차원에서 기후위기 관련 이슈를 선점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어요. 최근 조직개편을 거치면서 기후위기 팀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죠. 폭염을 가장 먼저 보도하기로 한 건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올 여름 폭염은 극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마침 조원일 기자가 폭염 관련 보도를 한 경험이 있고, 관련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폭염 관련 보도를 제일 먼저 준비하게 됐습니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전 지구적 폭염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많았어요. 장마가 길어지는 바람에 올 여름 폭염은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었는데, 사실 이번 장마도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죠. 원래는 폭염을 주제로 기후위기 문제를 다룰 생각이었는데, 그 예상조차 빗나갈 정도로 기후위기의 불확실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다룰 때 뉴스타파만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할텐데, 그 중 하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싣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과학자들의 그래프만 보여주는 보도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보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 폭염을 겪어봤기 때문에 좀 더 메시지 전달이 용이하리라는 생각으로 폭염을 주제로 보도하게 되었습니다.

Q : 기후위기 문제를 보도할 때 뉴스타파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후위기에 대한 보도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보통 관련 책이나 동영상, 기사를 보는 정도가 전부에요. 그런데 뉴스타파는 아무래도 다른 언론사에 비해 취재를 충실히 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는 편이죠. 그래서 단순히 자료를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사 말미에 나왔던 '에너지를 못 쓰는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라는 말도 사실 저희가 쪽방촌 취재를 하면서, 쪽방촌과 폭염 문제를 연구하는 분에게 직접 들은 말이에요. 이렇게 직접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단순히 자료를 정리하고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서 어떤 스토리나 관점을 제시할 수 있겠죠.

Q : ‘에너지를 못 쓰는 취약계층이 기후재난의 피해를 더 크게 입는다’ 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로 인해 누가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보도 내용도 폭염으로 누가 얼마나 죽는지 국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또 피해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피해 대상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그 지원을 제대로 하는 것이 첫 시작이 될 것 같아요. 길바닥에 물 뿌리는데 돈 쓰지 말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응급조치를 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말씀하신 '에너지를 쓰는 계층은 피해를 덜 입고 에너지를 쓰지 않는 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계속 다루게 될 기후 정의라는 개념의 핵심이에요. 뉴스타파도 그렇고 지금까지 해왔던 이야기의 방식은 주로 '빌런 찾기' 였어요. 악한 사람을 찾아서 벌을 주는 권선징악형 스토리가 많았죠. 그런데 기후 정의를 생각하는 순간 에너지를 쓰고 있는 내 자신이 가해자가 된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라는 주제는 아주 불편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점차 기후 정의를 생각하게 되면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자원을 배분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겠죠. 이런 화두를 던지기 위해 후반부에 해당 발언을 배치한 의도도 있었습니다.

Q : 댓글에서 ‘기후위기는 빈곤층만의 문제가 아닌데, 이번 보도는 기후위기가 아닌 빈곤이 더 돋보이는 것 같다’ 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후위기가 빈곤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에 100% 공감하고, 앞으로 빈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들을 계속 다룰 예정입니다. 다만 첫 회에 빈곤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앞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면서 계속 등장하게 될 기후 정의라는 개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를 왜 해결해야 하는지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기 위한 중요한 화두가 빈곤이었고, 쪽방촌 주민들이 폭염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기 때문에 리포트를 이렇게 구성하게 되었어요.

Q : 다음 취재 계획도 있나요? 프로젝트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얼마나 지속할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아직 프로젝트의 끝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언론에서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선점한 곳은 아직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의 욕심은 ‘기후위기’ 혹은 ‘환경’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면 뉴스타파가 바로 떠오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기후위기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긴 시간동안 계속 진행할 생각이고요, 이 주제를 다루는 시민사회에서도 뉴스타파와 협업하면 양질의 보도가 나온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앞으로는 에너지 분야, 특히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된 보도를 할 예정이고 지금 한창 취재를 하는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제 역할을 다 하려면 아마도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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