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유행 이후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업종으로 택배업이 꼽힙니다. ‘언택트’ 추세에 따라 늘어난 택배 물량에 힘입어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택배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택배사의 천문학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택배 노동자들은 심각한 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0년 3월부터 7월까지 세 명의 택배 노동자가 숨졌는데 세 사람의 죽음 모두 과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수고용, 무급 분류노동 등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은 택배 노동자들의 오랜 바람이었습니다. 2019년 8월 20대 국회에서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생활물류법’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반대로 끝내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과연 21대 국회에서는 생활물류법이 통과될 수 있을까요?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어떻게 해야 개선될 수 있을까요? <코로나 시대의 택배: 회사는 돈 벌고 노동자는 쓰러진다> 기사를 보도한 심인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코로나 19 이후 노동 조건이 더 열악해진 여러 집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전 취재를 해 보니 택배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보다 과로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크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어요. 남들은 코로나에 걸릴까봐 벌벌 떠는데 정작 그건 별로 안 무섭고 과로가 무섭다니…
대체 얼마나 과로를 하는 것일까 의아해하던 차에 광주에서 택배 노동자가 숨졌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취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 택배노동자 정 모 씨의 사망에 대해 CJ대한통운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본적으로 CJ 대한통운 측은 “죽은 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과로사인지 아닌지는 의학적으로 확인해봐야 안다. 그리고 설령 과로사일지라도 우리 책임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기사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택배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CJ 대한통운의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CJ 대한통운은 사과도, 유족에 대한 보상도, 노동 조건 개선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Q : 21대 국회에서는 ‘생활물류법’이 통과될 수 있을까요?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에서는 여전히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업계의 로비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완전히 확인이 되지 않아 기사에 쓰지는 못했지만 CJ 대한통운 측이 조직적인 로비를 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해관계 조율’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 같습니다. 조율 과정에서 어떻게 변형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택배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무급 분류 노동을 근절하는 부분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박홍근 의원실 관계자가 얘기했습니다. 믿어 봐야죠.

Q : 국회의원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요?

오는 8월 14일이 ‘택배없는 날’로 결정되었죠. 택배 노조가 제안하고 택배 회사들이 이를 수용해 성사된 일인데요, 덕분에 택배 노동자들이 28년만에 처음으로 사흘 연속 집단 휴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택배 노조 측에서는 국민적인 지지와 응원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하는데요, 이렇게 여론의 힘이 크기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의 싸움에 지지를 보내주시고 의사를 표현해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소비자로서는, 예를 들어 택배로 물품을 배송받을 때 “늦게 와도 괜찮습니다” 라든가 “천천히 배송해주셔도 됩니다”라는, 지연 배송을 용인하는 메시지를 남겨놓는 것도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꽤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민생경제연구소 등에서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소비자 운동도 기획중이라고 하니 잘 지켜보시다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참여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 취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무엇인가요?

방송에도 나오지만 돌아가신 택배 노동자의 동료분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나눴던 대화들이 기억에 남아요. 돌아가신 분의 개인적인 얘기를 들으면서, 택배 회사가 보기에는 하나의 부품에 불과한 한 명 한 명의 노동자들이 주위 사람들에게는 친한 형, 착한 동생, 따뜻한 아빠로 기억되는, 분명히 살아있는 한 명의 인간이구나라고 새삼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업무의 도구나 회계장부 상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보는 것, 그것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어요.


“‘권력과 차별에 맞서는 진실’ 뉴스타파를 떠받치는 두 개의 지향이 이 말 속에 들어있다. 첫째는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사건을 취재한 심인보 기자의 말입니다.

뉴스타파는 국회, 검찰, 재벌 등 권력 감시와 함께, 감춰져있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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