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뉴스타파는 14년간 방송국에서 일했음에도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재학 PD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2004년 청주방송에 입사해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던 이재학 PD는,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당합니다.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비정규직 PD였기 때문에 그토록 쉽게 해고될 수 있었습니다.

이재학 PD는 부당해고를 인정받기 위해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14년 간 청주방송에서 일해온 이재학 PD를 ‘청주방송의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이재학 PD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청주방송은 진상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재학 PD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차별은 과연 청주방송만의 문제일까요? 사건을 취재한 조현미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요즘 방송사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지만, 정작 방송사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기 힘든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이재학 PD님도 방송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그런 노동자가 목숨을 끊은 건 아주 중대한 사건이죠. 그런데 이 사건이 단신으로 몇번 보도가 된 적은 있어도 죽음의 원인 등에 대해서 깊이 취재를 한 방송사는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뉴스타파가 이 문제를 꼭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이긴 하지만 뉴스타파도 방송사잖아요.

또 어느 방송국에든 이재학 PD님 같은 분이 지금도 일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누구는 PD로, 누구는 작가로, 누구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다양한 직군에서 이재학 PD님과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보도를 시작으로 취재를 하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내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Q : 진상조사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된 것인가요?
청주방송은 진상조사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재학 PD의 사망 후 60여 개 노동, 언론단체가 모여서 대책위가 꾸려졌습니다. 진상조사위는 이 대책위와 유가족, 언론노조, 청주방송 4곳에서 추천한 10명의 위원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4개월 간 진상조사를 한 결과 이재학 PD는 청주방송의 노동자가 맞고, 부당하게 해고당했으며, 재판 과정에서 회사 측의 위법하고 부당한 행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또 청주방송에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재학 PD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당히 많이 일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어요.

진상조사위의 요구는 청주방송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입장 표명, 이재학 PD 명예복직, 책임자들에 대한 조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직군에 대한 정규직 전환 등이에요. 조사결과 발표 이후로는 진상조사 결과와 요구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7월 2일에 큰 틀에서는 잠정 합의가 되었고 7월 7일에 조인식을 할 예정이었는데, 청주방송 내부 사정으로 인해 미뤄진 상황이에요. 아직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예상하기로는 아마 조만간 최종 합의점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주방송 입장에서도 이 사건이 계속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가능한 한 빨리 매듭짓고 싶을 테니까요.

Q : 청주방송 이두영 전 회장과의 인터뷰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떻게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인가요?

저희가 처음 취재를 할 때 마음먹었던 게, 다른 상황들은 이미 많이 보도가 되어 있는데 이두영 회장의 속마음을 인터뷰한 기사가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두영 회장을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취재에 들어갔죠. 결과적으로 처음으로 이두영 회장의 인터뷰가 실린 기사가 되었고요.

처음에는 본인의 의사 파악을 위해 회장을 맡고 있는 청주상공회의소에 가서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하지만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역시나 부재중이었고, 그 밖에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질문을 드렸는데 계속 답변이 오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방법으로 이두영 회장의 자택 근처에서 6시간 가량을 기다리다가, 거의 포기하려던 찰나에 차를 타고 들어오는 이두영 회장을 만나게 됐어요. 처음 만났을 때는 당황하고 화가 난 듯한, 격앙된 태도를 취했는데, 차츰 태도가 풀어지면서 1시간 반 가량 본인의 속마음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뉴스타파에서 여러 가지 취재를 하다 보면 꼭 만나야 하는 인물을 만나기 위해 일명 '뻗치기'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 처음 취재를 나가서 당일에 인물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그 날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청주방송만의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다른 언론사나 방송국의 실태는 어떤가요?

이번 취재에 들어가기 전에 방송사의 비정규직 실태에 관련된 조사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언론사나 방송국의 비정규직 실태가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된다는 점이에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고는 있어요. 그런데 보고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방송산업 종사자가 3만7천288명, 이 중 비정규직이 4천177명(약 11%)정도인데, 문제는 이 통계가 방송국에서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만 취합한 통계라는 점입니다.

이재학 PD처럼 프리랜서로 고용되거나 파견업체를 통해 고용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계약서조차 쓰지 못하고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통계에서 빠져 있어서 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실태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대책을 내놓겠어요.

다행히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에서도 이번 이재학 PD님 사건을 계기로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고, 언론노조에서도 방송사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해 하반기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 다른 방송사에서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잘 다루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방송사 내부의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 보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방송사들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방송사 안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이 자사에서 비정규직 관련된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등이 나갈 때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뉴스타파가 그 분들의 목소리를 조금 더 외부로 알릴 수 있다면, 그게 뉴스타파가 할 수 있는 역할이지 않을까 해요. 앞으로 취재를 통해 우리가 모르고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 볼 예정입니다.

Q : 후속 취재 계획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저 혼자는 아니고 팀 차원에서 취재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우선 다른 언론에서 보도됐던, 이미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는데 만약 가능하다면 그런 분들을 먼저 찾아가서 취재할 계획입니다.

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방송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등으로 싸우고 있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런 분들도 차근차근 취재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주요 지상파나 종편 방송사가 비정규직 보도를 얼마나 하는지 알아보고, 동시에 그 내부의 비정규직 문제는 어떠한지 비교해보는 아이템도 기획 중이에요.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감춰져 있던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故 이재학 PD의 명복을 빕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기사 내용을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