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원전 전산망 비번 공유… “한수원도 이미 알고 있었다”

2014년 10월 07일 16시 30분

최고 보안 시설인 핵발전소 내부 컴퓨터 망의 ID와 비밀번호 공유와 대리 결재 등으로 원전 보안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난달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이 보도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보도 이전에 이미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9월 23일 영광(한빛) 핵발전소에서 발전소 간부와 정규 직원들이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내부 컴퓨터 망 접속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업무 일지 작성과 대리 결재 등을 시키고 있다고 최초 폭로했다. 당시 한수원 본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의 사실 확인 요청에 “그릴 리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원칙적인 답변만 내놓는 등 ID와 비번 공유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23일, 뉴스타파는 영광 핵발전소가 용역업체 직원에게 내부 컴퓨터망 정보를 제공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당시 한수원 측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30일, 영광 핵발전소 방사선 관리 용역업체 직원 13명은 한수원의 용역 직원 고용은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며 한수원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ID 및 비번 공유’ 증거 법원에 제출...내부 게시판에도 공지

그리고 올해 3월 18일, 용역업체 직원들은 핵발전소 간부와 직원들의 내부 전산망 ID 및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정규 직원을 대신해 대리 결재 등을 해왔다는 사실을 서면 증거 자료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당시 한수원 법무팀도 이를 확인했다.

특히 용역직원들이 서면 자료를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할 무렵 한수원 내부 컴퓨터 망에도 ID와 비번 공유 관련 내용 등 불법 파견을 입증하기 위한 게시글이 공지 형태로 올라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보면, 한수원 본부는 적어도 올해 3월에는 핵발전소 방사선 관리 업무에 ID와 비밀번호가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ID 비번 공유 사실 전혀 몰랐다는 한수원 주장은 명백한 거짓”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오영식 의원은 한수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와 자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은 근로자 확인 소송 등을 통해 영광 핵발전소의 전산망 ID 및 비밀번호 공유 사실을 알고 있었음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오영식 의원은 이어 “지금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9월 23일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간 이후에야 사실을 인지한 것처럼 진상조사 및 대응조치에 나선 것은 명백한 거짓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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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몇 징계하는 꼬리 자르기가 아닌, 구조적 문제 해결로 나아가야”

오영식 의원은 또 “2~3년 주기로 보직을 순환하는 한수원 직원들보다 같은 핵발전소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같은 일을 해 온 용역업체 직원들의 전문성과 업무 숙련도가 높기 때문에 한수원 직원들이 업무를 보다 손쉽게 할 목적으로 보안규정을 관행적으로 어겨온 것”이라며 “직원 몇 명 징계하는 수준의 꼬리 자르기로 문제를 덮으려 하지 말고, 원전 안전과 직결된 업무조차 용역직원에 맡겨야 하는 구조적 문제점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10월 1일, 전산망 보안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원동 한빛 원자력 본부장을 직위 해제했고, 산업부는 9월 24일부터 영광 핵발전소에 감사실 직원 등을 파견해 보안 업무 위반 실태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9월 18일부터 핵발전소 안에서 벌어지는 안전 불감증 실태와 20조 원 규모 원전 시장의 먹이 사슬 구조를 추적해 이른바 ‘핵마피아’ 실태를 파헤치는 특별기획 ‘원전 묵시록2014’ 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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