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증세 들통...법인세 인상 논의 불가피

2015년 01월 23일 20시 38분

13월의 보너스라고 하는 연말 정산 시즌을 맞아 오히려 조세저항이 커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반발과 함께 정부의 증세 꼼수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부담이 늘어난 1인 가구 근로자의 불만이 크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미혼 직장인과 가족을 부양하는 직장인의 세부담은 100만원 넘게 벌어졌다. 부양가족을 제외하면 똑같은 월급을 받고 의료비와 교육비, 신용카드 등 각종 소비 지출을 똑같이 했다고 가정할 때 연봉 6000만원을 받는 독신 근로자의 세 부담은 종전 239만원에서 248만원으로 9만원 더 늘었다. 자녀 없이 배우자만 부양하는 경우, 세금은 216만원에서 225만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배우자와 6살 이상의 자녀 2명이 있는 근로자는 세부담이 종전 156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줄었다. 이에따라 독신과 4인 가구 근로자의 세 부담 차이는 83만원에서 98만원으로 15만 원 정도 커졌다. 일반적으로 독신가구의 소비 지출이 4인가구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서 실제 세부담 차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연봉 6000만원의 근로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총급여는 5100만원. 정부는 지난 2013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총급여 7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1조3000억 원을 더 걷는 대신 5500만원 미만의 근로자에게는 4500억원의 감세 혜택이 돌아간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 발표는 사실상 거짓말이 된 것.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공제자는 전체 소득공제 대상자 1123만명의 14%인 157만명. 이들 중 새 연말정산제도로 세금이 늘어나게 되는 근로자는 1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론이 들끓자 새누리당과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등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세수 부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하지 않으면 결국 중산층 이하의 서민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집계결과 지난해 법인세는 1조5000억 원 줄고, 소득세는 4조8000억 원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율을 3% 포인트 낮추면서 법인세보다 소득세가 더 많이 걷히는 역전 현상이 생겼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친기업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돼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552조 원에 달하는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은 재벌과 대기업들이 세금을 적게 낸 반면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에게 그 만큼의 세금이 전가된 양상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증세는 없다’는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방법으로 증세없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

대통령의 공약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130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재원 마련 계획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2013년 2조9000억 원, 지난해 7조9000억 원, 올해 11조8000억 원 등 2017년까지 모두 50조 원의 세입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에 오히려 세수 결손이 8조5000억 원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10조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는 등 갈수록 세입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올리려 했지만 국민들의 조세저항에 밀려 무산됐고, 경기 불황으로 세수기반 자체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제개편에 대한 강한 반발을 의식해 출산·유아·다자녀 공제를 다시 도입하고, 연금저축 공제율을 12%에서 15%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는 오는 4월 세법개정을 통해 개선안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그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돼 이미 구멍난 정부의 재정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세금정책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법인세 인상 등 본격적인 증세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담뱃세 인상 등 중산층과 서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편법을 궁리하기 보다 어떤 세목을 어느 정도 증세할지 정부와 여야, 국민대표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다.

그리고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재벌과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방향으로 조세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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