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 4천억 원의 행방은?

2015년 04월 02일 10시 08분

캐나다 정유사 하베스트 인수와 더불어 부실 자원외교의 상징이 돼버린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투자. 광물자원공사가 처음 볼레오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8년이다. 처음에는 지분이 10%에 불과했으나, 2012년 채무불이행 위기 속에 합작 파트너사들의 지분을 마구 사들여 지금은 74% 최대주주가 됐다.

그런데 볼레오를 인수한 2012년에 투자액 4천억 원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광물공사의 볼레오 인수 이후 건설 상황을 기록한 내부 문서를 확인해 보니, 건설비 누계가 2012년 1월 3억 6,300만 달러, 2013년 1월은 7억 4,900만 달러로, 2012년 한 해 동안 서류상 3억 8,600만 달러, 4천억 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공정률도 24.1%에서 52.7%로 배 이상 높아졌다고 돼 있다.

▲ 볼레오 공사 현장의 2012년 공정률과 건설비
▲ 볼레오 공사 현장의 2012년 공정률과 건설비

그러나 실제 공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2012년 투입된 4천억 원의 행방도 의문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2012년 1월과 12월의 공사 현장 모습을 비교하면, 문서에 나타난 것처럼 공정이 배 이상 진척됐다고는 믿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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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자원공사는 이와 관련해 “2012년에는 전체 구조물을 먼저 짓고 그 뒤에 내부적인 철골이나 파이프 설치 작업을 하고 있었던 중”이라고 공식 답변을 내놨지만, 현장 사진에는 구조물 자체가 눈에 많이 띄지 않는다.

관련 의혹이 집중 제기되자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10월 국회의원들에게 해명자료를 뿌렸다.

해명자료에는 ‘2012년 외부 건설공정 현황’이라며 현장 사진 3장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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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공사가 제시한 2012년 초반과 후반 사진을 비교하니, 한 눈에 봐도 1년간 공사가 꽤 진척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마지막 사진은 그해 12월 사진이었지만, 첫 사진은 2012년 사진이 아니었다.

볼레오광산 운영사(MMB) 홈페이지에서 찾아낸 2012년 1월의 실제 사진과 광물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사진을 비교하니 한눈에 봐도 확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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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원형 구조물들은, 물을 거꾸로 흘려 불순물을 제거하고 농도를 높이는 ‘카운터 커런트 데칸테이션’ 이른바 ‘CCD’라 불리는 농축시설이다. 광물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사진(오른쪽)에는 누런 흙이 드러나 있지만, 실제 2012년 초 상황(왼쪽)은 이미 콘크리트 가설이 끝난 상태였다. 광물공사가 2012년 초반이라며 첨부한 사진이, 실제로는 훨씬 이전의 사진이었던 것이다.

광물공사측에 엉터리 사진을 제출한 이유를 물어보려 했으나, 만나기를 거부했다. 볼레오 담당자는 “홍보실을 통해서만 답변하겠다”고 했고, 홍보실은 “해당 부서에 알아보겠다”고 하고는 끝내 대답이 없었다.

때문에 광물공사가 4천억 원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가짜 사진을 제출한 것은, 돈이 현장에서 쓰인 것처럼 꿰맞추기 위해 공사 진척을 실제보다 과장하려 한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 2012년 당시 볼레오 현장은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었을까? 현장에는 2천여 명의 작업인력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파견된 인원은 기술직 1명 뿐이었다. 광물자원공사가 현장에 실사팀을 보내 점검한 결과, 현장 회계인력 11명 가운데 무려 7명이 공석이었고, 공사측은 “현장 회계조직이 와해됐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실사팀은 한국에서 인력을 시급히 파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광물자원공사 볼레오 재무현황 점검 보고서(2012.9)
▲ 광물자원공사 볼레오 재무현황 점검 보고서(2012.9)

채권은행인 미국 수출입은행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볼레오 현장이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사기 혐의도 발생했다’고 언급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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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기본적인 회계관리조차 되지 않는 곳에 수천억 원의 돈을 쏟아부은 셈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해 “누군가가 4천억 원의 돈을 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 써버리고, 회계적으로만 현장 공사에 투자했다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공기업인 광물자원공사가 가짜 사진으로 국회를 속인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볼레오 광산 4천억 원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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