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속 조우형, 부산저축은행 '9억대 비자금' 세탁한 정황

2023년 10월 04일 11시 10분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장동에 부산저축은행 1155억 원의 대출을 알선한 조우형을 수사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검찰은 '당시 수사 대상은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SPC(특수목적법인)였다'거나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 임원진의 정관계 로비 자금을 배달한 전달책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우형은 심부름꾼 수준의 인물이 아니었다. 뉴스타파는 부산저축은행이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 때 조 씨가 관여한 정황을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예금보험공사가 조 씨에게 제기한 민사 소송 판결문에 자세히 나온다. 
부산저축은행의 파산 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014년 조우형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조우형에게 보낸 비자금 9억 5000만 원을 원상 회복하라는 내용이었다. 

예금보험공사 "부산저축은행이 조우형에게 비자금 지급"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2000년대 초부터 여러 차명 SPC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정관계 로비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그 규모만 수백억 원대라는 의혹이 일었고, 2011년 부산저축은행이 문을 닫자 파산 관재인이 된 예금보험공사가 회수에 나섰다. 
2014년 예금보험공사는 조우형에게 민사 소송을 걸었다. 부산저축은행이 조 씨의 계좌로 이체한 '비자금' 9억 5000만 원을 돌려 달라는 것이었다.
2016년 4월 27일, 부산지방법원은 1심 판결을 내린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판결문에서 예금보험공사는 "경영 악화가 심각한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일 83일 전에 비자금 중 9억 5000만 원을 피고인 조우형에게 지급하였는바, 이는 파산 재단(부산저축은행 재산)의 책임 자산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편파 행위"라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예금보험공사 - 조우형 민사 소송 1심 판결문(부산지법 2014가합48203 / 2016.4.27). 피고인 B는 조우형, U는 조우형의 회사인 뮤지엄, P는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회사인 화경건설이다. 

9억대 '비자금' 전달 경로, 부산저축은행→화경건설→조우형→?

판결문에 나온 비자금의 전달 과정은 이렇다. 2010년 11월 26일, 부산저축은행은 자신이 지분 100%를 갖고 있던 차명 SPC '화경건설'에 9억 5000만 원을 송금한다. 화경건설은 이를 다시 조우형의 계좌로 이체한다. 조 씨는 9억 5000만 원 중 7억 5000만 원을 수표로 인출했고, 이를 다시 여러 곳으로 나눴다. 
조우형은 먼저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 '(주)뮤지엄'에 세 차례에 걸쳐 2억 2000만 원을 넣었다. 뮤지엄은 더뮤지엄양지와 함께 조우형이 운영한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회사다. 뮤지엄은 더뮤지엄양지가 시행한 전원 주택 단지 '발트하우스'를 분양했다. 조 씨는 대장동 대출 알선 수수료 10억여 원을 챙길 때도 뮤지엄 법인 계좌를 이용했다. 
이후 조우형은 뮤지엄 감사인 양 모 씨의 배우자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 조우형은 뮤지엄에 2억 2000만 원을 넣은 뒤 3억 4천만 원을 수표로 인출했는데, 이 중 2억 원은 다시 양 씨의 배우자에게로 넘어갔다. 판결문에 따르면, 양 씨 배우자는 이 돈을 부동산 매입에 사용했다. 이와 별개로 조우형은 자신의 배우자에게도 3600만 원을 보냈다. 
부산저축은행은 2010년 11월 차명 회사 '화경 건설'을 경유해 조우형에게 비자금 9억 5천만 을 전달했다. 조 씨는 이 돈의 일부를 자신이 운영한 다른 회사와 직원, 배우자에게 전달했다.  

부산저축은행 비자금 받아 복잡한 세탁 정황...나머지 5억 9000만원의 행방은? 

판결문에는 조우형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은 물론 직원, 가족의 계좌까지 동원해 자금을 세탁한 사실이 고스란히 실렸다. 그런데 총 9억 5000만 원 중 약 5억 9000만 원의 행방은 판결문에 나오지 않는다. 사용처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사라진 것이다.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에서 받은 9억 5000만 원에 대해 '부산저축은행 측에 빌려준 돈의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제출하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조우형이 예금보험공사에 돈을 갚으라고 판결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조 씨가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의 비자금에 연루됐다는 취지의 관계자 증언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 : 부산저축은행 로비 자금 일부는 조우형 돈이었다) 법원 판결문을 보면, 이 관계자의 증언은 사실에 가깝게 됐다.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 부회장) 김양쪽에 붙어가지고. 그런 얘기는 있었어요. 김양의 비자금을 조 사장이... 김양은 어차피 (감옥에) 들어가야 되는 사람이니까. 어마어마한, 액수도 어마어마했어요. 뭐 들으면 거의 1000억이었는데. 그림들 이런 거 관리를 몇 명한테 맡겼다. 그중에 한 명이 조우형이었다 이런 얘기들 많았죠, 그때.

A 씨 / 2011년 당시 조우형 회사 재직

법원 판결문 속 조우형의 실체는 '수사 대상' 

검찰은 조우형에 대해 '부산저축은행의 로비 자금을 전달한 심부름꾼에 불과했다'고만 설명한다. 그러나 법원 판결문을 통해 본 조우형은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니었다. 조 씨는 9억 원이 넘는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비자금을 받았고, 이후 복잡하게 돈세탁을 하는 등 사실상 부산저축은행이 정관계 로비를 위해 만든 비자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사실을 언론에 말하지 않은 채 '2011년 당시 조우형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조우형 또한 자신이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차명 사업장을 운영한 의혹, 부산저축은행의 비자금 조성 및 관리에 관여한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현재 대다수 언론이 조우형과 검찰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조우형을 봐준 적 없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문제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봉지욱 변지민
촬영오준식 이상찬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