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과 돈]④해외입양 기관, 수수료 웃돈 취득·장부 허위 기재 의혹

2023년 12월 01일 17시 04분

한국은 자국 아이를 해외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입양 보낸 국가다. 70년간 20만 명의 어린이가 고아나 버려진 아이 신분으로 다른 나라로 보내졌다. 서류 조작 등 각종 불법과 인권침해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외입양이 거대한 이권 사업이었다는 의혹도 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해외입양 피해자와 수익자, 책임자를 찾고 구조적 문제를 규명하는 <해외입양과 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관련 기사 하단)
한국의 해외 입양 기관들이 과거 해외 입양 사업을 주관할 당시 법정 기준보다 훨씬 더 많은 입양 수수료를 양부모로부터 받은 흔적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들 입양 기관이 실제 입양을 통해 취득한 수입보다 회계 장부상 수입을 더 적게 기재해놓은 정황도 나왔다. 입양 기관들이 법정 기준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취득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입을 축소 기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입양 수수료'는 민간 입양 기관들이 아이를 해외 입양 보낼 때 양부모에게 받은 돈을 의미한다. 1970년~1980년대 해외 입양은 민간 입양 알선 기관이 주도했다. 민간 해외 입양 기관들은 아이를 한 명 보낼 때마다 입양에 소요된 돈을 '수수료' 명목으로 양부모로부터 받았다. 입양 기관이 이 수수료를 과도하게 벌어들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수수료 기준을 법으로 관리했다.

80년대 기준 1450달러, 실제는 3000달러~5000달러

한국은 1977년부터 이 수수료 기준을 법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입양특례법 시행령(1977년 3월 18일 제정) 8조는 "입양 알선 기관은 보건사회부 장관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양친될 자와의 합의에 따라 그 양친될 자로부터 입양 알선에 소요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보건사회부 장관이 정하는 범위'가 1977년 이후 해마다 얼마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1982년에는 기준 금액이 1450달러로 정해졌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국가기록원에서 확보한 1982년 보건사회부 내부 자료 '입양 알선 기관장 회의 결과'에 따르면 입양 기관들은 당시 1450달러를 국외 입양 기준 수수료로 정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1991년 보건사회부 입양사업 추진현황 자료에도 한국의 국외 입양비는 '1450달러'로 명시돼 있다. 즉 적어도 1982년부터 1991년까지는, 민간 입양 기관들이 입양 수수료를 1450달러 이내로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1983년 입양 기관인 한국사회봉사회를 거쳐 덴마크로 간 한국 입양인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덴마크 양부모는 수수료로 1450달러가 아닌, 3000달러 이상을 입양 기관에 지불했다. 
양부모는 현지(거주 국가) 입양 기관에 입양 수수료를 지불한다. 뉴스타파는 양부모들이 현지 입양 기관과 주고받은 문서 중 입양 수수료와 관련해 '한국 수수료'라고 명시되어 있거나, 한국 입양비를 의미하는 금액을 추려 계산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아동을 입양하는 해외 양부모는 먼저 해당 국가 입양 기관에 수수료를 낸다. 이후 해당 국가 입양 기관은 한국의 입양 기관에서 아동을 인수하고 수수료를 지불한다. 이때 양부모가 지불한 수수료가 전액 한국의 입양 기관으로 전달됐는지, 혹은 일부는 현지 기관의 몫으로 제외하고 나머지가 한국 입양 기관으로 전달됐는지까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양부모들이 결제한 여러 항목 중 '한국 수수료'라고 명시돼 있는 금액이 있다. 이 돈은 한국 입양 기관에 보낸 돈이라는 의미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983년 한 덴마크 양부모가 '한국 수수료'로 덴마크 현지 입양 기관에 지불한 금액은 27,000크로네, 미국 돈으로는 3,176(1983년 당시 평균 환율 적용)달러였다. 당시 한국 정부가 정한 기준 금액 1,450달러의 2배 이상이다. 양부모는 이밖에 기타 행정 비용으로 3,000크로네(352달러)도 지불했다.
기준 금액을 초과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뉴스타파는 여러 입양인으로부터 입양 수수료 결제 관련 문서를 입수했다. 1984년 홀트아동복지회(이하 홀트)를 통해 덴마크에서 한국 아동을 입양한 양부모는 아이에 대한 송환 수수료로 29,000크로네(2,761달러)를 지불했다. 덴마크 현지 입양 알선 기관이 양부모에게 수수료 송금을 요청하기 전, 이 기관은 “한국, 인도, 필리핀 아동의 송환 수수료가 달러 환율로 인해 27,000크로네에서 29,000크로네로 인상된다”고 알렸다. 즉 이 금액 역시, 한국 아동 입양 수수료였다는 의미다. 이 역시 기준 금액 1,450달러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1987년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덴마크에서 한국 아동을 입양한 양부모는 아이에 대한 입양 수수료로 30,000크로네(4,400달러)를 지불했다. 이 금액은 ‘한국 수수료’라고 명시되어 있다. 역시 1,450달러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이 양부모는 별도의 행정 비용 5,000크로네도 추가로 지불했다. 이 양부모가 지출한 수수료는 모두 35,000크로네(5,147달러)였다. 
1987년 한국 아동 입양 사례. 양부모가 당시 환율 기준 약 4,400달러를 입양 수수료로 지불했다는 내용이다.

수상한 장부 속 입양 가격

그런데 이러한 사실은, 공식 자료를 통해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뉴스타파는 국가기록원 등을 통해 홀트아동복지회와 한국사회봉사회 등의 과거 법인 회계 장부(사업계획서, 예결산서 등) 일부를 입수했다. 당시 입양특례법에 따라, 입양 알선 기관은 매년 사업계획서와 수지예산서를 정부에 보고해야 했다. 
뉴스타파는 이 자료 분석을 통해, 입양 기관들이 양부모로부터 실제 취득한 수수료가  회계 장부에 기재한 금액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스타파가 국가기록원을 통해 입수한 홀트아동복지회의 1976년과 1977년의 수입 지출 예결산서에 따르면, 홀트는 1977년 국외입양 수속비로 아이 1인당 336,000원을 편성했다. 
뉴스타파는 같은 해 양부모가 지출한 ‘실제’ 입양 수수료 문서를 입수했다. 1977년 홀트를 통해 덴마크에서 한국 아동을 입양한 양부모는 아이에 대한 송환 수수료로 12,000크로네를 지불했다. 12,000크로네는 당시 한 해 평균 환율을 적용해 계산하면 한국 돈으로 968,000원이다. 장부 속 336,000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홀트는 1977년 예산서에 국외 입양 수속비로 33만 6000원을 기재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같은 해 덴마크 양부모가 입양 수수료로 약 96만 원을 지불한 문서를 입수했다.
같은 해 한국사회봉사회는 사업계획서에 1인당 입양 수수료를 400달러라고 기재했다. 뉴스타파는 같은 시기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한국 아동을 입양한 사례의 영수증도 확보했다. 1977년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덴마크에서 한국 아동을 입양한 양부모가 입양 수수료로 지출한 금액은 10,000크로네였다. 10,000크로네는 당시 한 해 평균 환율을 적용해 계산하면 약 1600달러(806,828원·당시 한 해 평균 환율 기준)이다. 역시 한국사회봉사회가 기재한 400달러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한국사회봉사회는 1977년 사업계획서에 입양비로 1인당 400달러를 기재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같은 해 양부모가 입양 수수료로 약 1600달러를 지불한 문서를 확보했다.
기관들의 한 해 전체 수입 역시 장부에 실제보다 축소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가 국회(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를 통해 입수한 기관들의 해외 입양 현황 통계에 따르면 홀트는 1977년 한 해 모두 2,702명의 아동을 해외로 보냈다. 입양 수수료 968,000원을 평균으로 가정하고 이를 인원 수대로 곱하면 약 26억 원이 나온다. 하지만 홀트는 같은 해 예산안에 전체 수입을 이보다 훨씬 적은, 약 10억 원으로 기재했다. 
한국사회봉사회는 1977년 한 해 모두 1,044명의 아동을 국외로 입양보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양부모의 실제 입양 수수료 결제 내용에 따라 806,828원을 평균으로 가정하고 이를 인원 수대로 곱하면 약 8억 원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사회봉사회는 같은 해 예산안에 전체 세입을 이보다 훨씬 적은 3억 3500만 원으로 기재했다.

입양 기관들은 모두 침묵

뉴스타파는 지난 달, 1970년~1980년대 잘못된 해외 입양 관행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해외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해외 입양 과정에서 규명해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민간 입양 기관들이 입양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이하 진화위)에 해외 입양 관련 진실 규명을 요청한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Danish Korean Rights Group)'은 조사 개시 신청서에 "입양 부모가 입양 기관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했는지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사업을 주도했던 입양 기관들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입양 수수료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듣기 위해 덴마크 입양 기관(DIA·Danish International Adoption)에 질의서를 보내고 현지 취재 당시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해당 기관은 한국의 진화위와 협조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다. 
홀트와 한국사회봉사회는 ▲당시 법정 기준보다 입양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인지, ▲회계 장부와 실제 수수료 사이 금액상 큰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묻는 뉴스타파의 질의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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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촬영신영철 오준식
편집박서영
CG 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취재강혜인 이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