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은 처벌받았는데 이동관은 방통위원장 지명

2023년 07월 28일 11시 05분

● 방송편성 간섭했던 이정현 전 홍보수석은 유죄 판결
● MB시절 이동관 홍보수석실은 ‘MB 국정원’과 함께 ‘방송장악’ 공작
● 서울중앙지검장 때 이정현 기소했던 윤석열은 대통령 되더니 방통위원장에 이동관 지명

이정현 전 수석의 전무후무한 방송법 위반 처벌

박근혜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냈던 이정현 전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이력을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방송법 위반 전력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당시 이정현 홍보수석은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구조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한 KBS 보도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기사를 빼 주거나 기사 내용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2016년 6월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방송법 위반 혐의로 이정현 전 홍보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2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됐다.
지금까지 방송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유일하다.
방송법 제4조 2항에서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놓았다.
재판과정에서 이 전 수석은 보도에 대한 의사 표명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영역이라고 강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대해 의견을 내거나 반박하려면 보도자료나 해명자료를 내면 되고, 또는 브리핑을 하거나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등의 공식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곧바로 방송국의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의 중단이나 변경을 요구한 것은 방송편성에 대한 간섭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수석의 간섭이 실제로 방송편성의 변경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이 사건 전까지 방송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1심보다 가벼운 벌금형을 결정했다. 
이정현 전 수석은 지금도 방송법 위반 전력에 대해 무척 억울해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앞선 모든 정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일을 문재인 정권에서만 문제삼아 처벌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최종 판결문은 방송법에 처벌 조항을 둔 취지를 다음과 같이 분명하고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법률조항이 방송편성에 관하여 규제나 간섭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취지는 국가권력은 물론 사회의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방송법 또는 다른 법률 등에 의한 절차에 따르지 않는 방송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구체화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다 엄격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정현 전 수석 방송법 위반 혐의 2심 판결문 중

MB시절 이동관 대변인과 YTN 돌발영상 삭제 사건

2008년 3월7일에 방송된 YTN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뇌물의혹 명단 발표에 관한 해프닝을 담았다. 
2008년 3월 YTN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떡값의혹 인사 명단 발표가 오후 4시에 예정돼 있었는데 이보다 1시간 앞선 오후 3시에 청와대에서 이동관 당시 대변인이 “의혹 명단을 확인해보니 사실 무근이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사전 브리핑 관행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빗대어 꼬집은 내용이었다. 
방송이 나가자 이동관 대변인은 당시 홍상표 YTN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고, 이후 홍 국장의 지시로 YTN 홈페이지와 포털에 올라가 있던 돌발영상 해당편이 삭제됐다. 예정돼 있던 4번의 재방송도 불발됐다. 
이에 대해 YTN 노동조합과 기자협회가 거세게 반발하자 당시 홍 국장은 이동관 대변인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맞지만 엠바고 등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였을 뿐, 영상 삭제는 자신이 판단해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삭제됐던 영상은 하루 만에 다시 복구됐다.)
2008년 YTN 사례가 앞서 언급한 2014년 KBS 사례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다.
KBS 김시곤 보도국장은 이정현 홍보수석의 외압을 폭로했지만 YTN 홍상표 국장은 이동관 대변인의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KBS와 달리 YTN은 청와대의 항의 전화 이후 방송편성이 바뀌긴 했지만 이동관 대변인에게 이정현 전 수석과 같은 방송법 위반 처벌은 뒤따르지 않았다.
그런데 2010년 7월, 공교롭게도 이동관 홍보수석의 후임으로 홍상표 YTN 전 보도국장이 당시 YTN 상무에서 청와대로 직행하는 일이 벌어진다. 당시 이동관 홍보수석은 “홍상표 내정자는 오랜 언론인 생활을 거치면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정부정책에 대한 이해와 국민과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발탁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홍 국장의 홍보수석 부임은 청와대를 불편하게 했던 YTN 돌발영상 삭제 소동의 두 주인공이 그동안 정치적으로 사실상 한 식구나 다름없던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두 사람은 2018년 3월 2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 앞에서 함께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MB에 대한 영장집행이 있던 날, 이동관(아래 사진 원 표시 오른쪽)과 홍상표(원 표시 왼쪽)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돌발영상 삭제 당시 YTN 방송의 독립성이 과연 제대로 지켜졌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나란히 도열해 있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오른쪽)과 홍상표 전 홍보수석(왼쪽) (자료출처:KBS뉴스 화면 갈무리)

돌발영상 삭제 그 이상의 증거들

돌발영상 삭제는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들이 흘러야 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대변인과 홍보수석으로 있던 시절 MB 청와대에서 주요방송사들의 보도를 모니터링하고 문제보도를 분류한 뒤 조치 및 점검을 통해 보도를 빼거나 축소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 뉴스타파가 확보한 대통령기록물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모두 이 후보자가 있었던 청와대 대변인실과 홍보수석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단지 기사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제작진과 프로그램에도 대대적인 통제가 들어갔다. 여기엔 국가정보원이라는 국가기구까지 동원했다.
다음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MB정부의 홍보수석으로 있던 시절 홍보수석실의 요청으로 국정원에서 작성한 문건의 제목이다. 이 문건들은 다시 홍보수석실로 보고됐다.
  1. 2009.12.24. <라디오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2. 2010. 1.13.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3. 2010. 6. 3.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국가정보원이 2010년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요청으로 작성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
일개 보도에 대한 간섭을 넘어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나 PD를 모조리 좌편향이나 좌파로 낙인찍고 이들을 어떻게 하면 프로그램이나 보도에서 배제하거나 퇴출시킬 것인지를 모색하는 내용의 문건들이다. 실제 이들 문건의 계획에 따라 라디오 진행자나 TV 뉴스진행자, 시사프로그램 제작 PD가 교체되기도 했다.
검찰은 2017년 국정원의 불법사찰을 수사하면서 이같은 문서들이 유독 이동관 홍보수석 시절 집중돼 있는 것을 파악하고서  MB 정부의 MBC 장악 배후에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관련돼 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사람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2017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 (출처:경향신문 보도)
방송법 위반에 대한 공소시효는 5년, 공무원 직권남용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MB 시절 이동관 후보자의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처벌은 더이상 불가능하다.
여기서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방송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던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다시 되짚어 보자. 판결문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전제”라면서 “특히 국가 권력의 방송 간섭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전제다. 언론 중에서도 방송이 국민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국가 권력을 비롯한 특정 권력이 방송 편성에 개입해 자신들의 주장과 경향성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여론화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국민 의사가 왜곡되고 우리 사회의 불신과 갈등이 증폭돼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게 된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외부 세력, 특히 국가 권력의 방송 간섭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이정현 방송법 위반 혐의 1심 판결문 중
이 판결문 내용을 이동관 후보자에게 적용한다면 이동관 후보자는 지난 MB정부에서 국가 권력의 방송 간섭을 통해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만들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랬던 그가 그 누구보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책임져야하는 방송통신위원장에 지명됐다.
지명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고 윤 대통령은 이정현 홍보수석을 기소함으로써 국가 권력의 방송 간섭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판결문을 이끌어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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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