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대출 담당자 "대장동은 사업성 검토 없이 대출금부터 내줬다"

2023년 11월 08일 17시 41분

①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담당자 박 모 씨 검찰 진술조서 및 대장동 대출 검토보고서 입수  
② 박 씨 "대장동 1155억 원 대출은 사전 사업성 검토 없이, 경영진 지시로 대출금부터 지급" 
③ 대장동 대출금 최초 지급일은 2009년 11월 19일...사업 검토보고서 작성일과 '동일 날짜'  
④ 2011년 대검 중수부 조사받은 박 씨..."용역 결과물도 없는데, 조우형 회사에 용역비 지급"
뉴스타파는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담당자 박○○ 씨가 2014년 11월 26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해 검사에게 진술한 조서를 공개한다. 박 씨는 부산저축은행이 대장동에 브릿지론(초기 자금) 1,155억 원을 빌려줄 때, 면밀한 사업성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자신이 대장동 대출금 중 10억 3천만 원을 조우형 회사에 지급할 때도 용역 결과 보고서 등 지급에 필수적인 증빙 서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진술은 다른 물증에서도 교차 확인된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검토보고서'의 작성 날짜는 2009년 11월 19일이다. 그런데 이날은 부산저축은행이 대장동 대출금을 최초로 지급한 날이다. 은행 내부 규정에 따라 사업성을 먼저 검토한 뒤 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대장동의 경우 일련의 절차를 무시하고 대출금부터 지급했다. 명백한 '부실 대출'이었던 것이다.

대장동 사업자가 준 자료로 뒤늦게 만든 대장동 대출 '검토보고서'

2009년 11월 19일,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은 대장동 시행사인 씨세븐 등에 980억 원을 대출해줬다. 이 중 부산저축은행 계열사가 지급한 금액은 330억 원이다. 부산저축은행은 이듬해 4월까지 총 1,155억 원을 대장동 사업자에게 빌려줬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토보고서'에는 계정 과목이 일반 대출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사업성을 검토해 빌려주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었다. 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도 계정 과목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3년 8월 경기지방경찰청은 대장동 최초 사업자인 이강길 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대장동 대출금 횡령과 뇌물 공여 혐의였다. 이듬해 경찰은 수원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대출 담당자였던 박○○ 씨도 조사를 받았다. 2014년 11월 26일 수원지검 참고인 조사에 출석한 박 씨에게 검사는 대장동 대출이 실행된 배경과 검토보고서 작성 경위를 자세히 물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건 검토보고서가 만들어진 날짜다. 부산저축은행이 최초로 대출금을 지급한 날짜가 바로 2009년 11월 19일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사업성 검토를 하지 않고, 대출금부터 지급한 정황이다. 은행 내부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급하게 대출을 해준 이유는 무얼까. 이에 대해 박 씨는 이렇게 진술했다.
그때 급하게 위 '대출 요청에 따른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주)씨세븐에서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작성하다보니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 것인 사실입니다. 제 기억으로 이미 대주단의 다른 은행들은 대출 결정이 되었고, 부산저축은행에서 마지막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임원단에서 사업 설명을 들은 후 바로 대출 결정이 된 상태로 대출 관련 서류 작업 지시를 받았습니다. 당시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대출약정서 서명만 미리 받아 놓고, 검토보고서나 심의 서류는 대출금이 지급된 날 또는 그 이후에 형식적으로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담당자 박 모 씨의 수원지검 참고인 조사 진술서 중(2014.11.26)
정리하면 경영진이 대출을 결정해 통보했고, 규정에 따른 사업성 검토는 건너뛴 채 뒤늦게 검토보고서를 만들었단 얘기다.  더구나 보고서는 담당자가 실제로 조사한 내용이 아닌, 사업자가 준 자료가 바탕이 됐다. 그렇다보니 내용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예를 들어 검토보고서의 '인허가 RISK(위험) 여부' 항목에는 '주공(LH)의 사업 추진 가능성은 매우 낮음', '성남시로서도 민원을 우려하여 주민 제안 방식에 대한 긍정적 검토 가능하리라 판단됨' 이라고 적혀있는데, 당시는 경기도 성남시가 LH의 공영 개발을 진행하던 상태였다. 민영 개발 인허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같은 평가에 근거해 대출이 결정된 것이다. 이에 검사가 박 씨에게 "주민들이 반발한다고 공영 개발이 취소되고 민간 주도의 개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이 있나요?"라고 묻자, 박 씨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담당자도 알았던 허위 용역비...대장동 대출금은 근거 서류 없어도 "전부 지급"

대장동 대출금을 지급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통상 일반 대출이라면, 돈을 빌린 사람이 대출금을 관리한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은 시행사가 사안 별로 지급 요청을 하면, 목적에 맞는 사용인지 검토한 뒤 지급했다. 이런 구조에 따라, 대장동 시행사가 발주한 용역비 지급도 박 씨의 업무가 됐다. 박 씨의 진술에 따르면 남욱, 정영학, 조우형 등은 자신들의 회사가 대장동 시행사 용역을 했다며 용역비를 받아 갔지만 용역 결과물은 제출된 적이 없다고 한다. 
박 씨는 검찰에서 "대장동 사업의 경우 지급 요청 시 용역계약서만 제출되고, 결과물 등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라면서 허위 용역일 가능성을 상부에 보고했지만, 특별한 보완 없이 용역비가 모두 지급됐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용역 결과물은 제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씨의 검찰 진술이 사실이라면, 2011년에 이강길과 조우형이 제출한 대출금 사용처와 용역 결과물 등은 수사를 피하기 위해 만든 허위 자료가 된다. 대검 중수부가 허위 자료임을 몰랐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대장동 대출 검토보고서만 해도 허술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대장동 대출 담당자 "대검 중수부의 조사 받았다"

대장동 대출 담당자 박 씨는 2011년에 대검 중수부의 조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박 씨의 입에서 '대검 중수부'가 나온 건 조우형 때문이었다. 검사가 조우형을 아느냐고 묻자, 박 씨는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 회장과 친척 관계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조우형이 사업, 대출 관계로 김양, 김○○ 등과 잘 아는 사이인 것으로 생각해왔었는데, 대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구체적인 관계를 알게 된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대검 중수부가 박 씨에게 무엇을 물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날 박 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에 대한 조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조우형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앞서 경찰 조사에서 이강길과 조우형이 대검 중수부에 수사를 받거나, 자료를 제출했다고 진술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낸 자료를 대장동 대출 담당자인 박 씨를 통해 검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박 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대장동 대출은 시작부터 끝까지 '부실'과 '불법'의 연속이었다. 박 씨는 조우형이 대장동 대출 알선료 10억 3천만 원을 허위 용역비 형태로 챙겨간 정황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2009.11~2010.4에) 대장동 개발 사업 대출금 지급 시 뮤지엄(조우형 회사)의 용역 계약서를 보았는데, 이것도 지급 요청 시 용역 계약서만 제출되었습니다...당연히 실제 용역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물 제출 없이 용역 계약서만 제출되는 등 여러 정황을 볼 때, '조우형이 대장동 개발 사업 대출 건을 소개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겠구나'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재 검찰은 "대장동 대출과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실무 직원까지 알고 있었던 부실 대출과 조우형 범죄 혐의점을 도대체 왜 조사하지 않았는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뉴스타파는 사건의 정확한 실체를 밝히기 위해 박 씨의 검찰 진술 조서와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 검토보고서를 모두 공개한다. 취재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사건의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