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국회의원 집단 예산 사기”... 국민의힘 의원 14명 고발

2022년 10월 04일 15시 51분

뉴스타파가 폭로한 ‘부산 국회의원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례 없는 조직적 예산 비리 의혹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연루 의원 14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국회의원은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 14명이다. 김도읍, 김미애, 김희곤, 박수영, 백종헌, 서병수, 안병길, 이주환, 이헌승, 장제원, 전봉민, 정동만, 하태경, 황보승희 의원. 이들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는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그리고 사기죄다.
▲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은 4일 ‘부산 국회의원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 14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세금도둑잡아라’와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예산 감시와 정보공개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3곳은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스타파의 취재로 확인된 여러 사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2021년 1월 국민의힘 의원 14명이 수천만 원의 국회 예산으로 동시다발적인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한 목적은 의원의 입법이나 정책개발이 아니라, 당시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약 등을 만들던 국민의힘 부산시당 싱크탱크 ‘부산행복연구원’의 활동 자금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의혹은 부실한 정책연구용역에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넘어 국회의원들이 집단으로 공모해 조직적으로 세금을 유용한 ‘초유의 예산 비리’로 규정해야 한다”며 규탄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의혹에 연루된 국회의원 14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적시한 혐의는 세 가지다. 허위공문서 작성(형법 제227조), 허위공문서 행사(형법 제229조), 사기(형법 제347조).
▲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은 4일 ‘부산 국회의원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 14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① 허위공문서 작성(형법 제227조) 혐의에 대하여

시민단체들은 뉴스타파의 취재로 확인된 사실 중에서 “국회의원과 정책연구용역 수행자(계약 당사자)로 기재돼 있는 부산행복연구원 관련 인사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복수의 진술과 증언에 주목했다.
뉴스타파가 국회의원과 부산행복연구원 관련 인사 등을 취재하며 확보한 진술과 증언을 종합하면 이렇다. ①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은 용역 수행자, 용역 주제 선정 등 용역 계약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② 심지어 용역 수행자로 기재되어 있는 부산행복연구원 관련 인사 중에 자신이 어느 의원으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았는지조차 모르는 사례도 있었으며 ③ 실제 용역을 발주하고 계약을 전담한 주체는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싱크탱크인 ‘부산행복연구원’이었다.
사실이 이런데도 국회의원들은 국회사무처에 제출하는 공문서인 ‘용역비 지급 신청서(이하 지급 신청서)’에 용역 수행자로 부산행복연구원 관련 인사들을 기재해 마치 이들과 직접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몄다.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른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고 시민단체들은 판단했다.

② 허위공문서 행사(형법 제229조) 혐의에 대하여

두 번째 혐의는 첫 번째 혐의에서 이어진다. 국회의원들은 국회 예산의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국회사무처에 허위 지급 신청서를 일괄 제출했다. 즉, 의원들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회사무처에 제출하는 행위까지 이어가며 허위공문서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③ 사기(형법 제347조) 혐의에 대하여

결국 국회의원들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한 목적은 국회사무처를 속여 세금을 유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민단체들은 판단했다.
국회의원 정책연구용역비의 집행은 ① 의원이 직접 작성한 지급신청서를 국회사무처에 제출하고 ② 국회사무처가 이를 검토한 뒤 ③ 지급신청서에 기재된 용역 수행자의 계좌로 국회 예산을 지급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앞서 확인했듯 이번 세금 유용 의혹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은 부산행복연구원의 정책연구용역을 의원 개인의 용역으로 둔갑시킨 지급 청구서를 제출했다. 국회사무처는 이 같은 지급신청서의 내용을 그대로 믿었고, 국회의원의 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 부산행복연구원 관련 인사에게 국회 예산 3,300만 원을 지급했다. 국민 세금이 특정 정당의 싱크탱크인 부산행복연구원의 활동 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한 마디로 의원들이 국회사무처를 속여 국회 예산을 자당의 싱크탱크 활동 자금으로 유용되도록 했다”며 고발장에 ‘국회의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사기 행위를 저질렀다’고 명시했다.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과 유사한 ‘이은재 사건’... 검찰, 사기로 기소

2018년 뉴스타파는 당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① 보좌관의 지인과 정책연구용역 계약을 맺은 것처럼 허위로 지급신청서를 꾸미고 ② 이를 통해 국회사무처를 속이는 수법으로 ③ 국회 예산을 빼돌려 의원실 경비 등으로 유용하는 예산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때도 시민단체들은 이 전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2021년 12월 29일 이 전 의원을 기소했는데 적용한 혐의가 바로 사기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전 의원의 예산 비리와 ‘부산 국민의힘 의원들의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은 규모만 다를 뿐 구조는 사실상 같다. ① 국회의원들이 거짓으로 지급신청서를 꾸몄다는 점 ② 국회사무처를 속였다는 점 ③ 국회 예산을 자당의 지역 싱크탱크 운영 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점에서 같은 행태를 보인다.
▲ 2021년 12월 29일 검찰은 국회 예산을 빼돌려 의원실 경비 등으로 유용한 이은재 전 의원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 3곳 “현역 의원 봐주기, 시간끌기 수사 안 돼... 신속한 강제 수사 이뤄져야”

뉴스타파는 보도를 통해 ① 국회의원 14명의 연구 용역 10건의 계약 기간이 2021년 1월 27일부터 2월 28일까지로 모두 같고 ② 국회사무처에 집행하도록 한 용역비 역시 의원 1인당 220만 원으로 전부 똑같다는 사실 등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정황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의 경우 국회의원 14명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정황까지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은재 전 의원의 예산 비리 사건보다 훨씬 심각한 측면이 있다”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반대로 보면 이번 국회의원 집단 고발 사건은 한두 명도 아닌 14명의 의원, 그것도 집권 여당의 의원 다수가 연루되어 있어, 검찰에서 ‘봐주기’나 ‘시간끌기’ 수사를 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이은재 전 의원 예산 비리 사건’의 경우 시민단체들이 이 전 의원이 현역 의원이던 2018년 10월에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그러나 검찰은 3년 넘게 수사를 끌다가 2021년 12월에야 전직 의원 신분이 된 이은재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하 변호사는 “당시 이 의원에 대한 범죄 혐의가 명확했음에도 이렇게 시간을 끈 것은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원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 역시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난 만큼 검찰은 불신을 자초하지 말고 부산행복연구원과 연루 인사 등에 대한 강제 수사를 지체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와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3개 시민단체와 함께 21대 국회의원 300명이 쓴 2년 치(2020년 6월~2022년 5월)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집행 자료를 확보해 검증하고 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의 협업 프로젝트 <국회 세금도둑 추적>은 2017년부터 6년째 진행 중이다.  
제작진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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