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미 수사당국, 바트볼드 전 몽골 총리 뉴욕 호화 부동산 몰수소송

2024년 04월 09일 16시 05분

뉴스타파는 지난 2021년 수흐바타르 바트볼드 전 몽골 총리가 삼성물산 전 직원 등 한국인의 명의를 빌려 해외에 호화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미국 수사당국은 당시 뉴스타파가 언급한 바트볼드의 해외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해 재산 은닉 혐의를 잡고 몰수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뉴욕주 동부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6일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정부가 바트볼드의 은닉 재산으로 추정되는 뉴욕 맨해튼 고급 아파트 2채에 대해 민사몰수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미 수사당국은 해당 호화 부동산 매입 자금의 출처가 부패 범죄 수익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니콜 아젠티에리 미 법무부 차관보는 “수흐바타르 바트볼드 전 몽골 총리는 이번 소송에서 자국의 천연자원을 판매해 사익을 추구하고 이 과정에서 총리로서의 지위를 남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바트볼드와 그 일가는 이 부패 행위에서 나온 수익으로 1400만 달러[우리 돈 약 190억 원] 가량의 미국 고급 부동산 두 채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미 당국은 소장에서 바트볼드 전 총리가 복수의 대리인을 앞세워 소유한 법인 ‘카트리슨’(Catrison Limited)이 몽골 국영 광산업체와 6800만 달러 규모의 광물 채굴 계약을 맺은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사 결과, 카트리슨이 이 계약 이전에는 운영 이력이 전무하고 광물 채굴에 전문성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광물 매매에 필요한 금융 및 물류 인프라도 없었고, 법인의 유일한 이사는 교사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번 소장에서 언급된 법인 카트리슨은 삼성물산 출신 한국인 사업가 정주영 씨와 그의 지인들이 바트볼드 전 총리의 대리인으로 이름을 대신 올리고 몽골 국영업체와 광물 판매 계약을 맺어 수익금을 빼돌리는 데 활용한 혐의를 받는 유령 회사다. 
뉴스타파는 지난 2021년 이 거래에 정 씨 일당이 개입한 정황을 영국과 미국 법원 소송 기록 등에서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삼성 전직 직원들, 몽골 전 총리 유령회사 '프록시'로 활약) 이번 미 수사 당국 소장에 적시된 교사 출신의 이사는 정 씨의 배우자 김모 씨다.
미 당국의 소장에 따르면 이 광물 채굴 계약에서 발생한 수익금 수백만 달러는 외국 은행 계좌로 빠져나간 뒤 복수의 유령 회사 명의의 계좌를 거쳐 뉴욕 고급 아파트 매입 등 바트볼드 전 총리 가족의 사익 추구에 활용됐다고 한다. 이번 몰수 소송 대상이 된 아파트 두 곳은 바트볼드 전 총리의 장남이 거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장에 따르면 카트리슨 외에도 바트볼드 전 총리가 활용한 유령 회사가 더 있다고 한다. 이 중 한 법인은 역시 운영 이력이 없고 원자재에 전문성이 없음에도 3000만 달러 규모의 광물 채굴 계약을 따냈다. 미 수사당국에 따르면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바트볼드 전 총리 장남의 미국 은행계좌로 이체돼 자택 인테리어, 차량, 여행 등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0년 11월 몽골 총리실 직속 국가재산조정실과 국영 광산업체인 ‘에르데넷’ 및 ‘오유톨고이’는 몽골과 미국에서 바트볼드 전 총리와 그의 대리인으로 이름을 빌려준 정주영 씨 등 한국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2018년 몽골 정부가 내각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의회 동의를 받아 바트볼드 등 부패가 의심되는 몽골 고위 인사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한 이후 비리의 정황이 드러나자 제기됐다.
바트볼드 전 총리는 지난 2020년 11월 영국 사업및재산법원으로부터 런던 소재 부동산을 매각하지 못 하도록 하는 자산동결 명령을 받기도 했다.
바트볼드 전 총리는 총리가 되기 이전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실제 주인인 유령회사 등을 통해 몽골 국가 소유 광산에서 나온 광물을 거래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을 해외 여러 곳에 은닉한 의혹을 사고 있다. 뉴스타파가 미국, 영국 등 각국 법원에 제출된 관련 서류를 분석한 결과, 이 과정에서 정주영 등 삼성물산 전직 직원 5명과 정 씨의 다른 지인 등 모두 13명이 이름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와 홍콩 등지에 바트볼드 전 총리 또는 그의 자녀 및 다른 몽골인 이름으로 설립된 유령회사 최소 28곳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바트볼드 전 총리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2021년 뉴스타파 보도가 나간 이후 입장문을 보내 “바트볼드 전 총리는 해당 회사들의 실소유주가 아니며 정주영 씨와 어떠한 프록시 관계에도 있지 않다”며 “해당 소송은 공격적인 조직적 캠페인에 따라 여러 지역에서 바트볼드 전 총리를 상대로 사전 통보 없이 제기된 수많은 근거 없는 소송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