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검증] 이성윤, 서울고검장 시절 특활비 몰아쓰기 의혹

2024년 03월 21일 20시 00분

뉴스타파는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확보한 검찰의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를 바탕으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 출신 후보들의 특활비 집행 실태를 검증했다. 국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행정부의 예산 사용을 감시·견제하는 것으로,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썼는지 검증하는 것은 유권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인 이성윤 후보(전북 전주을)가 서울고검장 시절, 연말에 특활비를 몰아 쓴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고검은 사건 수사가 아닌 주로 ‘항고’ 사건을 다루는 곳으로, 실제 기밀이 필요한 사건 수사나 정보 수집 활동에 특활비가 쓰였는지 의혹이 제기된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을 후보 선거사무실

이성윤 후보, 서울고검장 시절 전임자들보다 특활비 더 많이 써

이성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지낸 대표적 ‘반윤’ 검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되기 전까진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그가 서울고검장으로 재직한 기간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다.
이 후보는 서울고검장으로 1년간 재직하면서 특활비 8,154만 원을 집행했다. 한 달 평균 741만 원 수준으로 전임자들에 비해 총액은 물론 평균 집행액도 더 많았다. 전임자인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은 한 달 평균 559만 원을 썼고, 김영대 전 서울고검장도 한 달 평균 516만 원을 쓰는데 그쳤다. 조상철, 김영대 두 지검장이 임기 중 쓴 특활비 총액은 각각 5,598만 원, 6,710만 원이다.
이성윤 후보가 서울고검장 시절 사용한 특수활동비는 총 8,154만 원이다. 월평균 741만 원으로 전임 고검장들에 비해 많다.
이 후보가 전임자들에 비해 특활비를 많이 쓰게 된 배경에는 이른바 ‘연말 몰아쓰기’가 있다. 이 후보는 2021년 12월 한 달 동안 특활비 2,364만 원을 집행했다. 서울고검의 최근 5년간(2018년 1월~23년 4월) 특활비 집행 내역을 살펴봐도, 이때보다 특활비가 더 많이 나간 달은 없다. 앞서 다른 검찰청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 전형적인 ‘연말 몰아쓰기’ 패턴이다. 
서울고검의 최근 5년(18년 1월~23년 4월)간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연말인 2021년 12월에 가장 많은 액수의 특활비가 쓰였다. 당시 고검장은 이성윤 후보다.  
더구나 서울고검은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과 달리 사건 수사가 아닌 주로 항고 사건, 즉 수사가 끝난 사건을 선별해 처리한다. 따라서 사건의 기밀 유지 또는 새로운 수사를 위한 정보 수집의 필요성이 일선 지검이나 지청에 비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후보가 서울고검장으로서 결재하고 집행된 특활비가 정말 기밀이 필요한 사건 수사에 쓰였는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법무부, ‘조국 수사팀’ 감찰 당시 서울고검에 특활비 지급

이에 더해 당시 서울고검이 필요 이상의 특활비를 지급받은 시점 등을 고려할 때, 특활비 오남용 의혹은 더 짙어진다. 이 후보가 서울고검장으로 재직한 시기의 서울고검은 법무부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특활비를 지급받았다. 이에 앞서 2020년 11월 법무부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특활비 오남용 의혹이 불거지자, 2021년 4월쯤부터 검찰총장을 대신해 일선 검찰청에 직접 특활비를 내려보냈다. 이 후보가 있던 서울고검 역시 법무부로부터 특활비를 배정받았다. 이듬해부터는 법무부가 아닌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배분하는 기존 방식으로 회귀했다. 
당시 법무부와 서울고검 명의로 생산된 지출결의서를 보면, 2021년 11월 2일 특활비 1,000만 원이 법무부를 통해 서울고검 신한은행 계좌로 입금된 기록이 나온다. 이 무렵, 서울고검이 처리한 중요 사건은 ‘조국 수사팀’에 대한 감찰이었다. 
법무부 명의의 지출결의서, 법무부를 통해 서울고검 신한은행 계좌로 특수활동비 1,000만 원이 입금된 것으로 나온다.
법무부로부터 특활비가 지급된 2021년 11월 2일 이후의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당시 서울고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수사팀’을 감찰하고 있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같은 달 중순, 서울고검은 해당 감찰 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이른바 ‘조국 수사팀’에 대한 감찰 건을 제외하고 언론에 공표된 서울고검의 중요 사건은 따로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조국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전후로 법무부가 서울고검에 1,000만 원의 특활비를 지급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조국 수사팀’에 대한 감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2021년 11월 2일부터 같은 달 22일까지 서울고검이 쓴 특활비 총액은 610만 원에 불과했다. 법무부가 감찰을 앞두고 보낸 1,000만 원보다 390만 원을 적게 썼다. 2021년 11월 전체로 집행 건수를 확대해도 서울고검이 쓴 특활비 총액은 860만 원에 그친다. 결국, 쓰지 않고 남은 특활비 140만 원은 다음 달인 12월로 이월됐다. 
이성윤 당시 서울고검장이 결재한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 2021년 11월 한 달 동안 86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출한 것으로 적혀 있다. 앞서 법무부로부터 받은 1,000만 원보다 적은 액수다.
이런 상황에서도 법무부는 연말인 12월 3일, 다시 두번에 걸쳐 1,745만 원의 특활비를 서울고검에 추가로 보냈다. 한 달 전 지급한 특활비가 다 소진되지 않고 남아 있는데도 또 다시 특활비를 보낸 것이다. 
이렇게 서울고검에 내려간 돈이 실제 기밀 수사 등 필요한 사건 수사나 정보 수집에 쓰였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이성윤 후보: 저는 지금 아, 기억이 별로 안 나는데, 물어봐야 되겠는데. 우리 고검에 조국 수사 감찰팀이 있었어요?
□기자: 조국 수사팀 감찰을 그 당시에 진행했었습니다.
■이성윤 후보: 확인해 봐야겠네요. 시간이 지나면 저희가 아마 기억을 못하는 이유는 뭔가 기계적으로 (특활비 집행을) 했거나 그랬을 거예요. 저는 특수활동비는 거의 기억이 없어요. 그거는. 고검에서 특활비는 거의 대검에서 주면 그냥 (다른 곳에) 전달하거나 그 정도거든요.

이성윤 후보(전  서울고검장)

‘검찰 개혁’ 공약한 대표적인 ‘반윤 검사’... 특활비 제도 개선 답변은?

‘반윤 검사’로 꼽히는 이성윤 후보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특활비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대표적인 검사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일부 언론은 ‘사실 무근’이라는 취지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감쌌지만,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 후보가 특활비를 적게 받아 쓴 것은 ‘사실’이다.
전체 임기를 기준으로 이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달 평균 5,181만 원을 썼는데, 전임자인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한 달 평균 1억 4,859만 원을 썼다. 1/3 가까이 줄었다. 임기 동안 총 집행액을 기준으로 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이성윤 후보는 9억 3천여만 원, 윤석열 전 지검장은 38억 6천여만 원의 특활비를 썼다.
뉴스타파는 이렇듯 특활비 집행의 당사자였던 이 후보에게 ‘특활비 개혁’을 주제로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에게 제기된 ‘특활비 연말 몰아쓰기’ 의혹에 대한 해명과 함께 검찰 특활비 제도 개혁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묻기 위해서였다. 이번 총선에 나선 그가 내건 대표 공약이 ‘검찰 개혁’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3월 21일 현재까지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제작진
영상취재신영철
CG정동우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