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법원 "권익위의 카이스트 제보자 신분보장 요구 각하는 위법"

2021년 11월 16일 14시 54분

신분보장조치를 취해달라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박사과정 대학원생 A씨의 요청을 각하한 권익위의 결정은 위법한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11부는 지난 12일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낸 신분보장조치요구 등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권익위의 각하결정은 위법한 것으로 이를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고내용이 부패행위로 판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분보장조치를 각하하는 것은 부패행위 신고를 장려하고 그 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부패방지권익위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 2019년 1월 뉴스타파의 보도(관련보도: '가짜출근에 대리출근'...카이스트 병역특례 난맥상)로 전문연구요원 복무로 병역을 대신하는 학생들의 복무위반 사태가 전면에 떠오르자 카이스트 학교관계자들이 그동안 학생들의 복무위반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했다는 내용의 부패행위를 권익위에 신고했습니다.
또 권익위 신고 이후 교수진들이 신고를 취소하지 않으면 진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협박하고 본인에게는 컴퓨터 압수, 실험실 출입금지, 학회 참여 취소, 신고자 노출 등의 조치가 취해지자 신분보장조치와 신분공개경위 확인을 권익위에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권익위는 병역법 위반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 인정하는 범위에 해당되지 않아 A씨가 신분보호장조치 대상이 아니라며 A씨의 요구를 각하했습니다. (관련기사 : [현장에서]"병역법위반은 공익신고 아니다?"...부패신고 외면한 국민권익위)
권익위는 또 전문연구요원 학생들의 대리출석 같은 복무위반이 도덕적 해이에 불과할 뿐이고 이를 묵인했다고 해서 카이스트 측이 얻는 이익이 없기 때문에 부패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현역병 복무 의무를 박사과정 등 연구복무로 대체하는 것으로 이미 합법적인 특혜인데 복무위반 행위는 병역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사실상의 불법적인 병역 특혜'"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 이런 불법행위를 통해 학생들만 혜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카이스트 역시 훨씬 수월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인재 유치에서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습니다.이에 따라 A씨가 신고한 내용은 부패방지권익위법 제2조 4호, 즉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해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에 따른 부패행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A씨를 대리한 호루라기 재단 이영기 이사장은 "이번 재판은 공익신고자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할 권익위가 신고 내용을 충분히 조사하지도 않고 무성의하게 내린 결정에 대해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며 환영했습니다. 또 "선고까지 2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재판부가 공익제보를 두텁게 인정해야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을 계기로 권익위가 공익신고자의 신분보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익신고 대상법률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는 병역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추가돼 대상법률이 284개에서 467개로 확대됐습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