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신임 국민권익위원장, '대장동 수사기록'에 여러 차례 등장

2023년 06월 29일 16시 00분

●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김홍일 신임 국민권익위원장, 대장동 수사기록에 등장 
● 2011년 저축은행 수사 때 대검 중수부장 재직하며 김만배 청탁 받은 의혹 
● 남욱 진술, "김만배가 김홍일 검사장에게 잘 좀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 '이명박 BBK'에도 면죄부 준 이력, 대장동 특검 시작되면 조사 받을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29일) 신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김홍일 전 검사를 지명했다. 김홍일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15기로 대검 중수부장, 부산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때는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2013년 검찰을 떠난 뒤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김 내정자는 대검 중수부장이던 2011년에는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지휘했다. 이때 윤석열 대통령은 대검 중수2과장으로 수사 실무를 총괄했다.   

대장동 수사기록에 수차례 등장하는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 

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부터 '정영학 녹취록'과 '대장동 검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김만배 전 기자가 자신의 법조 인맥을 활용해 대장동 주요 인물들이 관련된 각종 수사를 무마한 사실을 연속 보도했다. 보도 후 검찰은 박영수 전 특검과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 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다시 수사에 나섰다. 사건이 불거진 지 18개월 만이었다. 박영수 전 특검은 오늘(29일) 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확보한 4만 330쪽 분량의 대장동 검찰 수사 증거기록에는 김홍일 내정자의 이름이 곳곳에 등장한다. 2011년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조우형과 관련됐던 인물로 나온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조우형은 단순한 자금 알선책이 아니었다. 자금 세탁과 각종 로비에 관여한 핵심 인물이자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였다. (관련 기사 : 천화동인 282억 수익 숨긴 대장동 자금책, 검찰은 또 봐줬다)
하지만 조우형은 번번이 검찰 수사망을 피했다. 2011년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가 시작점이다. 이와 관련해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 "박영수, 윤석열을 통해 저축은행사건을 무마했다"는 내용의 김만배 전 기자의 육성을 공개한 바 있다.(관련 기사 :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음성파일 속 김만배는 자신이 조우형에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고, 이후 사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조우형은 대장동에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1805억 원의 대출을 끌어오면서 10억여 원의 커미션을 챙기고, 회삿돈 수십 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왼쪽)와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 씨.

남욱 진술 "김만배가 김홍일 검사장에게 잘 좀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2011년 대검이 조우형 관련 수사를 덮은 정황은 '대장동 수사기록'에 자세히 나온다. 남욱 변호사는 2021년 11월 19일 검찰에 나가 "김만배가 김홍일 중수부장에게 직접 청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아래는  남욱의 검찰 진술 내용 중 일부.   
김만배는 조우형의 변호인으로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김만배가 당시 중수부장이던 김홍일 검사장에게 조우형이 사건에 협조할테니 잘 좀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011.8경 중수부장이 최재경으로 바뀌었는데 최재경 중수부장에게도 같은 취지로 부탁을 했다고 했습니다.

남욱 변호사 검찰 진술 내용 (2021.11.19)
대장동 검찰 수사 증거기록 중 남욱 피의자신문조서 (2021.11.19)
남욱은 "김만배가 두 명(김홍일, 최재경)의 중수부장에게 직접 청탁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중 최재경 중수부장은 50억 클럽에 이름이 올라 있다. 그는 정영학 녹취록에서 박영수 전 특검과 함께 이름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고위 법조인이다. 
남욱의 진술에 대해 검사는 김만배에게도 물었다. 김만배는 검사에게 "사건을 직접 청탁한 사실은 없고, 조우형에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준 건 맞다"고 진술했다. 김만배는 박영수를 소개해준 대가로 조우형으로부터 1천 5백만 원을 받은 사실도 인정했다. 

남욱 진술 "윤석열 중수2과장 아닌 김홍일 등 윗선을 통했다고 들었다" 

같은 날 조사에서 남욱은 조우형 사건을 김만배가 어떻게 무마했는지 상세히 진술했다. 검사가 "김만배가 윤석열 중수2과장과 직접 연락했다고 하던가요"라고 묻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아닙니다. 김홍일 등 윗선을 통해서 들었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김만배가 윤석열 중수2과장과 직접 이야기할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자신은 더 윗선과 대화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남욱 변호사 검찰 진술 내용 (2021.11.19)
남욱의 진술을 정리하면,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박영수를 소개해준 것과 별도로 김홍일 중수부장을 직접 만나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김만배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대장동 검찰 수사 증거기록 중 남욱 피의자신문조서 (2021.11.19)

이명박 BBK에 면죄부 주고 승승장구,  대장동 특검 발족하면 조사 가능성 

김홍일 내정자는 2007년 대선 직전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명박 대선 후보 관련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수사팀은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과 BBK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모두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선을 불과 10여일 앞둔 상태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발족한 'BBK 특검'은 김홍일이 주도한 서울중앙지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또 다시 면죄부를 내줬다. 이듬해인 2009년, 이명박 정부는 김홍일을 대검 중수부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늘(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40년 가까이 검사 및 변호사로 활동해 법 이론에 해박하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정통 법조인이다. 강직한 성품과 합리적 리더십을 통해 부패 방지 및 청렴 주관 기관으로 권익위의 기능과 위상을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책임자라고 판단한다.”
참고로, 국민권익위원장은 장관급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다.
뉴스타파는 조우형 사건과 관련해 김만배의 청탁을 받았는지 등 일련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김홍일 내정자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제작진
디자인정동우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