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허위주장’이라는 대검찰청의 허위주장

지난 2월 22일,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오·남용에 관한 내부 공익제보를 공개하고 특별검사 도입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도자료] 이원석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오·남용에 대한 내부제보 공개 및 특검 촉구 기자회견)
이날 공개된 내부제보는 2023년 9월 검찰을 퇴직한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 최영주 씨의 제보였다. 최영주 씨는 2023년 6월 20일 오후 1시 5분 이원석 검찰총장이 보냈다는 특수활동비 100만 원을 받게 되었다는 연락을 갑자기 받았다. 사전에 아무런 소통도 없었던 일이었다. 최영주 씨의 표현에 따르면, 그야말로 ‘뜬금없이’ 내려온 돈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실제로 최영주 씨는 당시 천안지청장으로부터 오만 원권 20장을 수령했다. 개인은 아니고 민원실로 내려온 돈이라고 했다.
▲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공익제보를 하고 있는 최영주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
그런데 최영주 씨가 속해 있던 천안지청 민원실만 받은 것이 아니었다. 전국의 검찰청 민원실에 최소 수천만 원의 특수활동비가 뿌려졌음을 보여주는 검찰 메신저가 공개됐다. 뚜렷한 명목도 없이 검찰총장이 보내주는 ‘격려금’ 조로 특수활동비가 뿌려진 것이다. 이런 사실은 검찰 내부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로 확인되는 사실이었다.
퇴직 검찰 공무원의 용기 있는 공익제보를 통해 현직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오·남용 사실이 사상 최초로 드러난 것이었다. 증인과 증거(최영주 씨가 천안지청 및 대검찰청 관련자들로부터 받은 메시지)까지 확실했다. 

기밀 수사를 전국 민원실에서 동시에?

그런데 공동기자회견에서 내부제보 내용을 공개하고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자, 대검찰청 대변인실 명의로 언론사에 반박문이 뿌려졌다. 그 내용은 검찰청 민원실 업무는 ‘검찰 수사 활동의 착수 초기 단계 업무’이며, ‘민원 부서는 검찰수사관이 근무하면서 수사·정보수집 활동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므로 필요에 따라 검찰 특수활동비를 집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민원실이 수사를 하는 부서도 아니지만, 설사 민원실 업무 일부가 수사ㆍ정보수집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수사·정보수집 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이다. 기밀 유지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 사건 수사에는 쓸 수 없는 돈이다.
게다가 2023년 6월 20일 전후로 이원석 검찰총장이 뿌린 특수활동비는 수사나 정보수집 활동에 직접 필요해서 뿌린 것이 아니었다. 대검찰청과 천안지청 담당자들이 보낸 메시지를 보면, 모두 ‘격려’ 명목으로 주는 돈이라는 것이 명백했다.
특히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 명의로 2023년 6월 20일 16시 20분에 뿌려진 메시지(아래 그림 참조)에서는 “금일 총장님께서 민원 담당자들을 격려하고자 수사활동지원비를 지급하셨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특정한 사건 수사나 정보수집 활동에 쓰라고 지급한 것이 아닌 것이다. 특수활동비를 이런 식의 자의적인 격려금으로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명백한 세금 오·남용이다.
▲ 최영주 전 천안지청 민원실장이 2023년 6월 20일 16시 20분 대검 운영지원과 직원으로부터 받은 메시지
게다가 검찰은 그동안 마약 수사에 특수활동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렇다면 2023년 6월 20일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마약에 관한 고소·고발이라도 동시에 접수됐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또한 기획재정부 예산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 시기에 따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전국의 검찰청 민원실에 특수활동비를 ‘격려금’ 명목으로 동시에 뿌린 것은 특수활동비의 용도에도 맞지 않는 것이고, 사용 방식도 잘못된 것이다.

공익제보에 근거한 기자회견이 ‘악의적으로 근거 없는 허위 주장’?

그런데 대검찰청 대변인실 명의의 반박문에 들어가 있는 심각한 내용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마지막에 더 심각한 문구가 들어 있었다. 기자회견의 내용이 ‘악의적으로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을 한 것이라는 문구였다.
예산 편성 목적에 맞게 특수활동비를 집행하고 관련 증빙자료도 모두 구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의적으로 근거없는 허위주장을 하는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합니다. 끝.

대검찰청 대변인실에서 언론에 배포한 반박문 중에서(2024.2.22)
공익제보에 근거했고 검찰 내부에서 주고받은 메시지까지 확인하고서 한 기자회견인데,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허위 주장’이다. 문제는 상당수 언론이 이런 검찰의 반박 내용을 여과 없이 인용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필자를 포함한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뉴스타파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필자가 많은 공익제보를 접해왔지만, 이번 건처럼 증거가 명확한 경우도 드물다. 그런데도 검찰은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주장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만약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 진짜 허위라면 검찰이 필자 등을 당장 고소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유감을 표합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검찰의 표현대로 라면, 국가기관에 대해 ‘허위 주장’을 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고작 ‘유감 표명’으로 끝낸다? 그것도 법을 아는 ‘법기술자들’로 가득 찬 검찰에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얘기이다.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들어갈 것

대검찰청은 아마도 이 정도로 넘어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근거 없는 허위주장’이라고 해 놓고 ‘유감 표명’으로 끝낸 것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현직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오·남용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게다가 그동안 검찰예산공동취재단의 검증 결과,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 폐기와 온갖 세금 오·남용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도 밝힌 것처럼, ‘(가칭) 검찰 특수활동비 불법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 특검 도입과 관련해 이번 4·10총선에 나선 정당들은 책임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에 참여 중인 3개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의 성격이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2월 28일 오전 10시 30분 공수처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건 수사와 정보수집’ 활동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민원실 격려금 명목으로 뿌린 것은 업무상 배임 또는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액수가 1억 원 이상이면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기소했던 국가정보원장 특수활동비 횡령 사건에서 법원이 적용한 법리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를 그 용도와 사용 목적에서 벗어나 위법하게 사용하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 또한 특수활동비를 용도와 사용 목적에서 벗어나 사용하는 것은 위탁의 취지 및 위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위탁자인 국가에 손해를 가하는 것이므로 국고손실죄도 성립한다는 것이었다. (서울고등법원 2021. 1. 14. 선고 2019노2678 판결)
▲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천안지청 민원실장에게 특활비 100만 원을 내려주기 전날인 2023념 6월 20일, 이 총장의 공식 일정과 대검 운영지원과에서 보낸 검찰 메시지를 확인을 통해 특활비가 천안지청뿐 아니라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도 뿌려졌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2023년 6월 20일에만 특수활동비를 용도에 맞지 않게 썼겠는가? 이원석 검찰총장만 잘못 썼겠는가? 이번 사례를 보면, 구체적인 명목도 없이 일괄 특수활동비를 뿌리는 행태, 격려금 조로 특수활동비를 뿌리는 행태,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안인지 여부를 전혀 따지지 않고 특수활동비를 뿌리는 행태가 그동안 만연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 모든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그와는 별도로 대검찰청 대변인실이 시민단체와 독립언론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최고의 권력 기관이 된 검찰 핵심부의 세금 오·남용을 둘러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제작진
공동기획 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