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은혜로교회가 100억 대 신문광고를 내는 이유

2022년 11월 30일 09시 00분

“우리(은혜로교회)가 정말 이단(cult)이라면 어떻게 우리의 ‘진리의 선포’가 한국 여러 언론 매체에 게재될 수 있겠습니까? 현재 한국 내 기독교신문 6곳과  주류 일간지 3곳에 우리 전면 광고가 실리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유엔 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조사를 받던 ‘이단’ 은혜로교회가 유엔에 보낸 답변서 가운데 한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은혜로교회의 100억 원대 신문 광고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교회가 왜 몇몇 일간지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전면 광고를 게재하는지, 그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은혜로교회가 남태평양 피지공화국에서 운영하는 사업 집단인 ‘그레이스 로드 그룹(GR Group)’이 2020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다. 
당시 그레이스 로드 그룹은 무임금 노예 노동신도 폭행 등과 관련해 유엔 인권이사회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유엔 가입국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해결하는 상설위원회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그레이스 로드 그룹과 피지 정부 양측에 은혜로교회 내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이단 반박 근거로 ‘내돈내산’ 일간지 광고 내세우는 은혜로교회

뉴스타파는 그레이스 로드 그룹이 답변서 및 근거 자료 등 모두 7건의 문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2020년 5월 22일 자 답변서에서 은혜로교회 측은 “우리가 이단이라는 거짓 주장을 반박할 증거를 제시한다”며 교회 광고가 실린 9개 한국 매체를 나열했다. 
▲그레이스 로드 그룹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2020년 5월 22일 자 답변서. 은혜로교회 측은 당시 9개 언론 매체에 게재된 교회 광고를 언급하며, 이를 근거로 은혜로교회가 이단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매체 6개를 제외하고 은혜로교회 답변서에 언급된 일간지는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 등 3개 신문이다. 은혜로교회는 이 세 신문의 역사, 판매 부수, 회사 규모 등을 설명했다. 먼저 동아일보의 경우 1920년에 창간됐으며, 주요 독자층이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opinion leaders)”이라고 했다. 또 채널A 등 11개 계열사를 나열하며 해당 매체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사주가 동화그룹이라고 말하고 해당 그룹은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도 소유하고 있다고 썼다. 한국경제는 “한국 주류 경제지”라고 소개했다. 
현재 은혜로교회가 거액을 들여 가장 활발하게 광고를 게재하는 신문 가운데 하나는 조선일보다. 하지만 당시 은혜로교회가 유엔에 보낸 답변서에는 조선일보가 없다. 2020년 5월 당시엔 은혜로교회가 조선일보에는 광고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에 은혜로교회 전면 광고가 실리기 시작한 것은 약 1년 뒤인 2021년 6월부터다.
▲ 은혜로교회 측이 유엔 인권이사위원회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는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 등 이 교회 광고가 실린 매체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지난 8월 뉴스타파는 국내 일간지에 실린 은혜로교회 전면 광고를 전수조사해 보도했다. 뉴스타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혜로교회 전면 광고가 국내 일간지에 첫 게재된 날짜는 2020년 5월 8일이다. 이 광고는 동아일보 15면에 실렸다. 1주일 뒤인 5월 15일부터는 한국경제(최소 23건)와 한국일보(최소 3건)에 은혜로교회 전면 광고가 실렸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은혜로교회의 그레이스 로드 그룹에 조사요청서를 보낸 시점은 이보다 2주 앞선 2020년 4월 23일이다. 2020년 2월 한국 대법원이 은혜로교회 교주 신옥주 목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고, 피지 은혜로교회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엔도 조사에 나섰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은혜로교회의 인권유린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이 이단 교회는 거액을 들여 신문에 전면 광고를 싣고 자신들을 변호하는 데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뉴스타파 취재진과 통화한 은혜로교회 측 광고 담당자는 “(광고는) 교리 설파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레이스 로드 그룹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낸 답변서를 보면 이들이 단순히 ‘교리 설파’ 목적으로 광고를 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정상적인 종교 집단’임을 주장하는 도구로 신문 광고를 이용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에 ▲은혜로교회 및 신옥주 목사와 관련된 논란을 알고 있었는지 ▲은혜로교회 측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낸 답변서에 ‘은혜로교회 광고가 실린 주요 일간지’로 자신들의 신문이 언급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물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동아·조선, 매주 은혜로교회 전면광고 ...광고료 100억 원 이상 추정

뉴스타파 취재 결과 2022년 11월 현재까지 국내 일간지에 실린 은혜로교회 전면 광고는 모두 213건이다. 이 가운데 181건이 동아일보(106)와 조선일보(75)에 실렸다. 은혜로교회 광고 건수의 85퍼센트가 이 두 신문에 게재됐다. 각 신문사 홈페이지에 나온 광고 단가 기준(일간지 기타 미지정면 전면 광고 1건당 평균 가격 6,660만 원)으로 계산해보면 은혜로교회가 이들 신문 광고에 쓴 돈은 130억~1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은혜로교회 탈출자 이윤재 씨는 이 교회가 신문 광고에 130억 원이 넘는 돈을 쓴 것에 대해 “피지 그레이스 로드 그룹과 한국을 오가는 은혜로교회 자금 출처에 대한 철저한 세무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피지 은혜로 교회는 천국이 아니라 지옥 그 자체”

최근 피지 은혜로교회를 탈출한 피해자들은 아직도 현지에선 이른바 ‘타작마당’(신도 폭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은혜로교회 간부 나 모 씨(71)는 지난 6월 ‘무작정 탈출’을 감행해 피지 은혜로교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 씨는 타작마당과 악화되는 건강을 견딜 수가 없어 탈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자신도 신도 폭행 등에 가담해 인터폴 적색수배자가 됐던 나 씨는 피지를 탈출해 한국에 들어온 즉시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모든 공소 사실을 인정한 나 씨는 지난 11월 15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나 씨는 “피지(은혜로교회)는 그들이 말하는 천국이 아니라 지옥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강 모 씨는 가장 최근에 피지 은혜로교회에서 탈출해 한국으로 돌아온 피해자다. 지난 8월 피지를 떠났다. 탈출 전, 강 씨는 그레이스 로드 그룹이 피지에서 운영하는 한식당에서 7년 가량 일했다. 임금도 받지 않고 일했지만 “음식 간이 맞지 않거나 실수하면” 타작마당을 당하기도 했다. 강 씨는 “예전에는 손으로 뺨이나 머리를 때렸는데 요즘은 몽둥이로 청년들이 타작 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피지 은혜로교회 내 ▲무임금 노동 착취, ▲신체적 폭행과 정신적 학대, ▲감금, ▲아동학대와 같은 문제는 2020년 4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그레이스 로드 그룹에 소명을 요구한 사항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탈출자 증언으로 미뤄 볼 때 피지 은혜로 교회의 이런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은대위, “탈출자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고 싶다”

은혜로교회의 인권유린 등에 환멸을 느끼고 교회를 떠난 피해자들이 함께 모여 탈출자를 지원하고 신옥주 목사에 맞서는 단체도 생겨났다. 
지난 11월 21일 오후, ‘은혜로교회대책위원회(이하 은대위)’ 발족식이 경기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앞에서 열렸다. 은대위 대표를 맡은 이윤재 씨는 이 단체 설립 목적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탈출자 지원”, 그리고 “교주 신옥주와 끝까지 싸우는 것”.  
▲11월 21일 은혜로교회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한 은혜로교회 탈출자 및 피해 가족들 
이 씨는 “앞으로 은대위는 (피지 은혜로교회를 탈출해) 재정착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숙소와 일자리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은대위가 “탈출자들이 기댈 만한 언덕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발족식이 열리던 시각에 안양지원에서는 신옥주 목사 사건 공판이 진행됐다. 이미 2020년 대법원에서 7년 형을 확정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옥주는 아동복지법위반, 특수폭행 등 별건으로 추가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받고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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