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조선일보, '이단' 은혜로교회 100억 대 광고 의혹

2022년 08월 23일 17시 40분

중앙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한 건 내려면 6천만 원 이상이 든다. 이렇게 비싼 전면 광고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1년 넘게 매주 내는 이단 교회가 있다. 이른바 ‘타작마당’을 내세워 신도를 감금 폭행한 것으로 악명 높은 은혜로교회다. 이 교회는 설립자 신옥주 목사가 특수폭행죄 등으로 투옥된 이후 지금까지 200건에 이르는 전면 광고를 일간지에 실었다. 광고 내용 중에는 “코로나 19가 발생한 원인은 신옥주 목사를 감옥에 가둔 탓”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있다. 은혜로교회가 신문 광고에 쓴 돈은 무려 1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은혜로교회 설립자 신옥주 목사가 성도들을 상대로 진행한 ‘타작마당’ 폭행 장면

동아일보 90여 건, 조선일보 60여 건…은혜로교회 광고 1, 2위 

조선일보는 지난 8월 19일 자 신문 28면에 “이제 온 천하는 잠잠하라- 하나님의 법으로 온 세상의 거짓을 판결한다(62)”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를 실었다. 광고주는 은혜로교회다. 하루 전인 18일에는 동아일보가 26면에 똑같은 광고를 실었다. 뉴스타파는 은혜로교회가 이 같은 전면 광고를 언제부터 게재했는지 찾아봤다. 2020년 5월 처음 등장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은혜로교회 광고가 얼마나 실렸는지 국내 주요 일간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모두 185건의 전면 광고를 확인했다. 
은혜로교회 광고를 가장 많이 게재한 일간지는 동아일보다. 2020년 5월 8일부터 2022년 8월 18일까지 전면 광고 92건을 내보냈다.
2위는 조선일보다. 2021년 6월 16일부터 지금까지 61건이다. 이어 한국경제(23건), 문화일보(3건), 한국일보(3건), 매일경제(2건), 중앙일보(1건) 순으로 은혜로교회 전면 광고를 실어줬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두 신문이 게재한 은혜로교회 전면 광고 수는 전체의 83퍼센트다. 
은혜로교회가 광고에 쓴 돈은 얼마나 될까? 뉴스타파는 각 신문사 홈페이지에 나온 광고 요금표를 기준으로 은혜로교회가 쓴 광고비를 계산해봤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의 경우 은혜로교회 광고가 주로 종합뉴스섹션 기타 면에 실렸다. 광고 요금표에 따르면 ‘기타 미지정면’의 컬러 15단(전면) 광고 요금은 세 신문 모두 6,660만 원이다. 요금표대로라면 지난 2년 반 동안 은혜로교회는 동아일보 61억 원, 조선일보 40억 원 등 모두 120억 원에 이르는 돈을 신문 광고에 쏟아부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1년 6월부터 현재까지 (2021년 10월 셋째 주를 제외하고) 은혜로교회는 주 1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각각 전면 광고를 냈다. 광고 요금표대로 계산하면 이 교회가 광고비로 두 신문에 지급한 돈은 매주 1억 3천여만 원 정도다.
뉴스타파는 동아일보 광고국에 은혜로교회 전면 광고의 실제 단가를 문의했다. 동아일보 측은 은혜로교회 광고는 ‘세누리커뮤니케이션’이라는 동아일보 광고지사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세누리커뮤니케이션 측은 “은혜로교회 측 담당자와 연락하라”며 응답을 피했다. 
조선일보 광고국은 은혜로교회 광고 단가 질의 관련해 “대외비이고, 기업의 영업 행위”라며 답변을 피했다. 또 은혜로교회 광고는 다른 매체에도 “다 나간다”고 덧붙였다. 
광고 요금표가 있잖아요.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데. 해당 광고 같은 경우는 6,660만 원인데 이게 1년 패키지 딜이나 디스카운트가 있나요?
- 그거는 영업 방침이기 때문에 제가 구체적으로 알려드릴 사항은 아니고요. 일단은 저희로서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대외비이고 기업의 영업 행위니까. 저희만 나가는 게 아니고 다 나가는데요.

조선일보 광고국 통화 내용 (2022.08.16.)

불분명한 광고비 출처

뉴스타파와 통화한 은혜로교회 측 광고 담장자는 광고 비용 출처에 대해 “(한국 은혜로교회) 성도들이 내는 헌금”이라고 주장했다. 은혜로교회 측의 설명은 사실일까? 
경기도 과천시 은혜로교회 건물 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은혜로교회 600명의 성도”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신도 수는 600명인 셈이다. 이 가운데 400여 명은 남태평양 피지공화국으로 집단 이주해 살고 있다. 은혜로교회 관계자의 말대로 광고비가 신도의 헌금이라면 국내 신도 200명이 빠짐없이 매주 60만 원 이상씩 헌금해야 일주일 광고료를 충당할 수 있다.
피지에 거주하는 은혜로교회 신도 400여 명은 이 교회가 피지에 세운 ‘그레이스 로드 그룹’에 속한 50여 개 사업장에서 일한다. 뉴스타파가 지난 7월 보도한 것처럼, 이들은 별도의 임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개인 수입이 없다. 이들이 광고비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헌금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 성도들이 내는 거예요. 교회 헌금으로 하는데요.
교회 헌금이요? 그러면 한국 은혜로교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 네. 
신문 전면 광고가 워낙 비싼데 (광고에)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으실 것 같아서요.
-설교 설파 개념으로 내는 거예요.
그럼 설교는 목사님께서 직접 작성하시는 건가요, 신옥주 목사님께서?
-목사님도 관여를 하지만 장로들도 관여를 하고요. 메인으로 글 쓰는 사람들이 몇 사람 있어요.

은혜로교회 광고 담당자 통화 내용 (2022.08.17.)

동아일보, “코로나19 원인은 신옥주를 옥에 가둔 탓”이라는 광고도 실어줘  

은혜로교회가 막대한 돈을 들여 신문 광고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혜로교회 광고의 시작은 수감 중인 이 교회 설립자 신옥주 목사 ‘재심 청원’이었다. 신옥주는 신도들에 대한 폭행, 특수폭행, 감금,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2018년 구속기소 돼 2020년 2월 대법원에서 7년 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대법원 선고 2달 뒤, 은혜로교회는 “옥에 계신 하나님의 재판장께서 하나님의 법으로 이 세상을 판결한다”라는 제목을 단 전면 광고를 2020년 5월 8일 자 동아일보에 냈다. 이 광고에는 신 목사의 아들 김정용(Daniel Kim) 그레이스 로드 그룹 대표가 같은 해 4월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린 ‘재심 청원’ 글로 연결되는 QR코드도 포함됐다. 
이 광고 제목 “옥에 계신 하나님의 재판장”은 신옥주 목사를 지칭한다. 이들은 같은 광고에  코로나19가 발생한 원인이 신 목사를 옥에 가둔 탓이라며, 팬데믹을 멈출 방법은 “하루빨리 (신옥주를) 석방하는 길밖에 없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 2020년 5월 8일 자 동아일보에 광고를 낸 은혜로교회는 “코로나19 발생 원인은 신옥주 목사를 옥에 가둔 탓”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은혜로교회 광고 기독교 핵심 교리마저 부정

2021년 6월 16일부터 은혜로교회는 “이제 온 천하는 잠잠하라”라는 제목을 붙인 일종의 설교문에 연재 번호를 붙여 매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전면 광고를 내고 있다. 6월 16일은 은혜로교회가 큰 의미를 부여하는 날이다. 2008년 6월 16일에 신옥주 목사가 성경 해석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은혜로교회 신도들은 이날을 “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하고 영원히 기념해야 하는 날”로 여긴다. 
은혜로교회는 또 광고문에서 신 목사를 “여자 목사님으로 이미 이 땅에 온 진리의 성령”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광고에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는 내용까지 담았다. 특히 지난 8월 18일과 19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낸 광고는 예수를 “귀신의 머리”라고 표현했다. 
해당 광고와 관련해 은혜로교회 관계자는 “(설교문 작성은) 신옥주 목사님도 관여를 하지만 장로들도 관여한다”며 “메인으로 글 쓰는 사람들이 몇 사람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혜로교회가 신문 광고를 내는 목적은 “설파 개념으로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은혜로교회는 지난해 6월 16일부터 현재까지 매주 1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전면 광고를 싣고 있다. <br>
은혜로교회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에 낸 “이제 온 천하는 잠잠하라” 시리즈 광고를 묶어 같은 제목의 책도 펴냈다. 출판사는 은혜로교회 측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바른기업’이다. 
책의 ‘지은이’를 보면 “성도 다니엘, 성도 진선, 성도 성진”이라고 적혀 있다. 글을 “대서”했다는 이 3인은 피지 그레이스 로드 그룹을 경영하는 핵심 인물들이다. 이 가운데 신옥주의 아들 김정용(성도 다니엘)과 그룹의 총무 격인 이00(성도 성진)은 지난 2018년 경찰이 체포영장을 받아 검거에 나섰고,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자에 올라가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