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2020년 5월 6일부터 25일까지 <죄수와 검사Ⅱ : 한명숙> 이라는 제목으로 총 5편의 기사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일명 ‘한명숙 뇌물 사건’을 되짚어본 이 연속보도는 보도 이후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사건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냈고, 정치권에서도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 라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사건을 다시 파헤치면서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사건을 취재한 김경래 기자, 심인보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 검찰 측에서 “비망록은 이미 법적 검토가 끝난 것으로 새로운 자료가 아니다” 라는 해명을 내놓았는데, 이에 대한 취재진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김경래 기자

사실 (비망록이)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이미 기사에서 이야기했는데,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니 당황스럽네요. 이 자료는 법정에 이미 제출된 자료가 맞습니다. 1심 판결문에는 비망록을 언급한 부분도 나오고요. 하지만 2심과 3심 법정에서도 비망록이 면밀하게 검토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저희가 봤을 때는 2심과 3심 법정에서 비망록 내용의 사실 여부를 면밀히 따져본 흔적은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한만호 씨가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평소에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검찰이 압수수색을 함으로써 공개된, 즉 공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작성된 문서이기 때문에 한만호 씨의 내밀하고 솔직한 생각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이지 않을까 했습니다. 실제로 자료를 보면 재판 당시에 언급되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나옵니다.

사실 저희는 한만호씨의 비망록이 한명숙 총리의 유무죄를 가를만한 새로운 단서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한만호씨의 진술 번복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해서 보도를 하게 된 것이에요. 비망록 자체가 특종이거나 새로운 증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Q : ‘한명숙 뇌물 사건’은 이미 법적인 판단이 끝난 사건인데, 재심 가능성이 있을까요?
심인보 기자

사실 재심이라는게 법적으로 굉장히 요건이 까다로워요. 신청을 하는것도 아주 까다롭고, 또 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지는 한 단계를 더 넘어야 됩니다.

우선 첫 단계에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으로, 재판 중 위증이 있었다면 재심 청구 요건이 됩니다. 그래서 증언 중에 위증이 있었다는 것을 법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위증을 했던 사람, 위증을 교사했던 사람을 수사해서 위증의 확정 판결을 받는 방법이 있고, 또 그에 준하는 국가기관의 판결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게 재심 청구를 하게 되면 법원에서 재심이 가능한지 판단을 하게 되는데,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근거는 과연 이 위증이 사건의 판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부분이에요. 솔직히 이 부분은 반반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2,3심 판결문에는 죄수 H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김모 씨와 최모 씨는 나오는데, 이 사람들의 증언이 전체 판결에서 유무죄를 판단하는데 어느정도 역할을 했는지는 따져봐야하는 부분이죠. 따라서 만약 본 사건에 대해서 재심 청구를 하게 된다면, 아마 그 부분을 가지고 치열한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Q : 취재를 하면서 무섭지 않으셨나요? 한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상대로 취재를 하셨는데.
김경래 기자

무섭다기보다는, 사건의 덩어리가 너무 크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굉장히 큰 사건이고 디테일들이 아주 많은 사건입니다. 그 중에 우리가 취재한 부분은 아주 적은 부분이죠. 재판부에서 판단을 했을 때도 전체 사건이 100이라고 치면 그 중에서 10이나 20 정도를 가지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재판부에서 바라보지 못했던 것을 우리가 입수를 했는데, 이 부분이 전체적인, 실체적인 진실하고 맞을까? 그런 부분이 걱정이죠.

사실 이 사건에 대해 함부로 판단은 못 하겠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저희는 잘 몰라요. 저희가 지금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검찰의 수사가 위법했는지 아니면 적법했는지, 이 부분은 저희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 셈입니다. 다만 저희가 취재한 것이 결과적으로 전체의 진실과 맞을까 하는 부분이 제일 걱정입니다.

저희가 1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보도는 어떤, 사실에 대한 검증의 과정입니다. 저희의 역할은 과정을 보여드리는 것이고 그 판단이나 결과는 사회 전체가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Q : <죄수와 검사> 시즌 3를 준비중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심인보 기자

저희가 죄수와 검사 시즌 1을 보도할 때, 제보자X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검사는 죽이는 수사로 명예를 얻고, 덮는 수사로 부를 얻는다."

죄수와 검사 시즌 1 같은 경우는 주로 덮는 수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2는 소위 '죽이는 수사'죠. 검사들이 명예를 얻기 위해서 특정 인물을 죽이는 수사인데, 시즌 3도 아마 그 쪽에 포커스를 맞출 것 같습니다. 주로 특수부 검사들이 사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는지, 마치 한명숙 사건처럼... 그런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취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시간은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Q : 마지막으로 취재 후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경래 기자

저희들이 리포트에 담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실관계죠. 그런데 저희가 뭔가 보도를 하면 자꾸 의도를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걸 지금 왜 보도했냐? 라는 식으로요. 예전에 윤석열 총장 인사청문회 보도를 했을 때도 ‘정권에 해를 미치려고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단순히 그 사실을 보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도를 한 것이었어요. 이번에도 저희가 이 사건을 우연이든 필연이든 알게 되었으면 반드시 보도를 해야 되는 것이고, 그게 저희의 의무입니다. 그걸 자꾸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하는게 아니냐고 해석하는게 기자로서는 제일 힘든 부분인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이 사건이 정말 알고 싶은 사건 중에 하나였어요. 진실이 뭔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왜 이렇게 의문점이 많은지... 그래서 취재를 했고, 취재의 결과물을 보여드린 것뿐입니다. 너무 정치적인 해석보다는 저희들이 보여드린 사건의 사실관계에 좀 더 집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심인보 기자

저는 사실 굉장히 믿기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라는 검사들이 저 음습한 곳에서 저런 일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검사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굉장히 나이스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저런 일을 했다는 것이 저도 개인적으로는 잘 믿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아무도 나의 잘못을 알 수도 없고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고 생각할 때는 그렇게 행동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블랙박스같은 검찰의 수사 관행, 거기에다가 조금씩 빛을 비추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주 작은 빛으로도 많은 부분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죄수한테 이렇게 했는데, 이 죄수가 나중에 뉴스타파 같은 곳에 나가서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검사들이 하기 시작하는 순간, 많은 검사들이 그런 행동을 훨씬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경래 기자도 말씀하셨지만 저희의 보도는 지금 국면에서 정권에 도움을 주고, 정권에 피해를 주고 그런 의도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빛을 비추는 그런 의도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기사 내용을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