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 설립 준비를 지원하는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여야와 유가족 등이 추천한 17명의 특별조사위원에 대한 대통령 임명장 수여 관련 실무를 별다른 이유 없이 한 달째 손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관련 서류들을 보관하고 있던 설립준비단 파견 해수부 공무원이 최근 무단 철수하면서 해당 서류를 아예 들고 가버렸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세월호 특별조사위가 공식 설립도 되기 전부터 의도적으로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그간의 의혹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 세월호 특별조사위 설립준비단 사무실
▲ 세월호 특별조사위 설립준비단 사무실

해수부 파견 공무원, ‘임명 관련 자료’ 1달 간 들고만 있다가 무단 철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 17명이 최종 확정된 시점은 국회 여야가 각각 5명 씩의 조사위원 선출안을 가결한 지난해 12월 29일이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추천한 3명과 대법원장과 대한변협이 각각 추천한 2명 등 7명은 이보다 앞서 명단이 확정됐다.

각 추천 단위는 명단 확정과 동시에 대통령 임명에 필요한 서류들을 구비해 담당 부처인 해수부로 보냈다. 각 위원들의 명단과 이력서, 개별 위원들로부터 받은 임명동의서와 결격사유 미해당 확인 및 정보제공 동의서 등이었다. 조사위원 선출이 가장 늦었던 국회가 12월 30일자로 해수부에 관련 서류들을 보냄으로써 대통령 임명 요청 절차를 밟기 위한 모든 서류들이 해수부에 도착했다.

이에 따라 당초 1월 중순쯤에는 조사위원 17명이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해수부가 관련 서류들을 모아 검토한 뒤 인사혁신처를 거쳐 청와대 결재를 받는 절차에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관련 서류들이 해수부에 제출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공식 임명은 계속 지연됐고, 이에 따라 이석태 위원장 등 상임위원단 5명은 지난 26일 국회 여야 대표를 방문해 청와대가 하루 빨리 조사위원들을 공식 임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조사위원들에 대한 임명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해수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관련 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7일 정부 인사혁신처가 설립준비단에 “조사위원 17명에 대한 임명 요청 공문을 왜 아직도 보내지 않느냐”고 전화를 건 뒤에야 비로소 드러났다. 박종운 준비단 대변인은 “이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해수부와 인사혁신처를 거쳐 청와대의 최종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알고 보니 임명 관련 서류조차 넘어가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위원들에 대한 대통령 임명 요청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공무원은 지난달 17일부터 특위 설립준비단에 파견됐던 해수부 김남규 서기관이었다. 김 서기관은 지난 23일 여당이 추천한 조대환 부위원장의 독단적 결정에 따라 사실상 무단으로 준비단에서 철수해 해수부로 복귀한 상태다. 준비단 관계자는 “김 서기관에게 연락해 임명 관련 공문과 서류들이 왜 인사혁신처로 넘어가지 않았는지 물었으나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다시 파악해보고 추진하겠다’고만 대답했다”고 밝혔다. 김 서기관은 무단 철수 시 각 추천 단체로부터 받은 조사위원 임명 관련 서류들까지 모두 들고 가버렸으며 남은 민간 전문가들에게 관련 업무를 인계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 김남규 해수부 서기관(왼쪽)과 조대환 조사위 부위원장 (오른쪽)
▲ 김남규 해수부 서기관(왼쪽)과 조대환 조사위 부위원장 (오른쪽)

뉴스타파도 김 서기관에게 이에 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인사와 관련해서는 인사혁신처에 요청하기 전에 해수부 차원에서 미리 진행해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것이 통상 3주 정도는 걸린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관련 서류를 모두 들고 해수부로 돌아간 이유에 대해서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박종운 대변인은 “당초 1월 중순이면 임명장이 수여될 것이라고 말했던 당사자가 바로 김남규 서기관이었는데 이제 와서 그같은 해명을 내놓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무원 철수’ 따라 ‘임명 요청 업무’ 불가능...설립 준비 파행도 불가피

문제는 지금 상태로는 조사위원들에 대한 대통령 임명 절차가 전혀 진행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관련 서류들 일체가 해수부 직원의 수중에 있는데다, 현재 준비단에 남아 있는 민간 전문가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닌 탓에 정부통합전산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어 공문 작성과 발송 작업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준비단은 파견 공무원들이 무단으로 철수한 지난 23일 이석태 위원장 명의로 즉각 ‘재파견’ 요청을 해놓은 상태지만 현재까지는 해수부와 행자부 등으로부터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최근 잇달았던 ‘설립준비단 흔들기’ 공세가 반복될 여지도 크다. 지난 20일 여당이 추천한 황전원 조사위원은 “아직 임명장도 받지 않은 위원장이 꾸린 설립추진단은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해체되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아 논란을 불렀던 바 있다. 조사위원들이 대통령의 공식 임명을 받지 못하면 여당 추천 위원들이 똑같은 논리를 내세워 사안별로 준비단 업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에게 특위 내부 문서를 가져다 주거나 전체 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견 공무원을 독단적으로 철수시켜 물의를 빚었던 여당 추천 조대환 부위원장의 특위 활동 방해 행위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조사위원들이 대통령 임명장을 받으면 조사위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원위원회’를 가동할 수 있고, 여기서 결정된 사안은 개별 위원들이 뒤집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현 상태에서는 조 부위원장이 ‘사무처장 내정자’라는 지위를 내세워 독단적인 결정과 업무처리를 반복하는 상황을 막아낼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 조대환 부위원장과 황전원 조사위원(새누리당 추천)
▲ 조대환 부위원장(왼쪽)과 황전원 조사위원(오른쪽. 새누리당 추천)

박종운 설립준비단 대변인은 “민간 전문가만 남아 있는 지금 상태로는 대통령 임명 관련 업무는 물론이고 정부와의 예산 및 직제 협의 등 어떤 일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다”면서 “내일(30일) 열리는 상임위원단 회의에서 조대환 부위원장으로 하여금 정부를 상대로 공무원 재파견을 강력히 요구하도록 요청하고, 필요할 경우 다음달 4일 예정된 3차 조사위원 전체 간담회에서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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