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 ② 엇갈린 판결들...진짜 진상규명은 지금부터
2024년 10월 31일 20시 00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는 특별법 처리가 여야간 합의가 무산되면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새누리당은 12일 오전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일 양당 원내대표 합의를 새정치연합이 사실상 파기한 것으로 이는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여야가 합의한 대로 13일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또한 함께 진행 중이던 청문회 증인 채택 협상도 중단되면서, 이달 말까지가 시한인 세월호 국정조사도 더 이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은 12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의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부터 제기됐다. 의원총회는 참석 의원 80여 명 가운데 30여 명이 개별 발언을 쏟아내는 4시간 반의 격론 끝에 새누리당과의 기존 합의를 추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여당과 합의한 특별법 내용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바라는 유가족과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며, 이에 따라 다시 협상을 추진하기로 결정됐다. 여당의 강한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게 예상됐지만, 안팎의 비난에 직면한 야당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앞서 박영선 원내대표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특별법에 합의한 뒤 사후에 유족들을 설득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인 등이 잇달아 유가족과 연대 단식 농성에 돌입하고 시민단체와 학계, 종교계 등으로부터 합의 파기와 재협상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유가족들의 절실함이 국민을 움직여 가까스로 야당을 제자리로 되돌려놓은 셈이다.
반면 세월호 정국 초반부터 ‘대통령 지키기’에 집중해온 여당은 이 같은 유가족과 국민들의 반발에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법조계 다수의 의견과는 정반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는 특별법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라는 요구에 대해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방어막을 두른 것도, 모두가 대통령 책임론을 무마하려는 시도였다.
또한 여당은 7.30 재보선 압승의 의미를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 경제에 집중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는 등 최근 들어선 세월호 국면에서 벗어날 계기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가속해 오기도 했다.
재보선 바로 다음날, 특별법 내에 어떤 배상과 보상 내용도 언급하지 않은 유가족들을 상대로 당 차원의 ‘세월호피해자지원특위’를 꾸려 금전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도록 한 것도 세월호 국면을 조속히 탈출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이같은 여당의 태도는 대통령의 인식과 정확히 같은 것이었다.
여야 원내대표가 특별법 협상을 벌이고 있던 11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를 강력히 질타하는 발언을 내놓는다.
국회가 세월호에만 매달려 산적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에는 손도 안 대고 방치하고 있다면서 “정치가 국민들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 잘 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냐 이것을 자문해 봐야 될 때”라고 말한다.
결국 경제 논리를 앞세워 세월호 정국을 탈출하겠다는 의도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과반 여당에 대해서도 이를 관철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나 다름 없었다.
세월호 참사로 큰 딸 유민이를 잃은 김영오 씨가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에 나선 지 꼭 한 달이 됐다.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자기 자식처럼 죽는 이가 없어야 하기에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힐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김영오 씨.
지금의 그에게 ‘정치란 국민들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우리 애랑 학생들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이 진실을 밝혀 달라고 제가 청와대에 수 차례 편지를 썼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정무수석실까지 밖에 안 갔다고 합니다. 이렇게 정부의 잘못으로 자식을 잃은 사람과도 소통을 않고 언로를 차단하는 사람이 무슨 민생정치를 한다고 말을 하나요. 이치에 맞지가 않습니다. 가증스럽기까지 합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요? 그런 건 원래부터 없었습니다. 애시당초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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