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카지노 기업인 파라다이스 그룹과 연관된 페이퍼컴퍼니와 스위스 계좌가 파나마 법률 회사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에서 확인됐다.

페이퍼 컴퍼니 이름은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 (Angel Capital Limited). 박병룡 파라다이스 대표이사가 이 회사의 단독 이사로 등재돼 있다. 1998년 1월 22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이 유령회사는 주요 활동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에 자산 예치”라고 명시해놨다. 박 대표는 유령회사 설립 약 20일 후인 2월 9일 이사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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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의 실소유주는 누구?

뉴스타파는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 설립 관련 서류에 들어있던 ‘박병룡’이라는 이름의 한국인 여권 사본을 통해 이 유령회사의 이사가 파라다이스 박 대표와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박 대표는 1996년 4월 파라다이스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로 입사한 후 최고 재무책임자를 지내는 등 주로 재무통으로 활동해왔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카지노 사업 외에도 호텔, 레저, 유통업 등으로 진출했고 2015년 말 기준 자산이 약 2조 원에 달한다.

박 대표는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의 이사로 등기되어 있지만 그가 이 유령회사의 실소유주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설립 당시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는 무기명 주식 1주를 발행해 주주를 Bearer, 즉 익명으로 감춰놨다. 회사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해놓은 것이다. 2003년 6월에는 주주를 무기명에서 차명 주주로 교체한다. ‘브락 노미니스 리미티드’ (Brock Nominees Limited)와 ‘텐비 노미니스 리미티드’ (Tenby Nominees Limited)라는 이름의 차명 주주 2곳 앞으로 1주씩 발행됐다.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의 영국령 채널 제도 건지섬 지점이 이 차명 주주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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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3월 크레디트 스위스 관계자는 모색 폰세카 측에 메일을 보내 자기들 대신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에 차명 주주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한다. 이에 대해 모색 폰세카 측은 차명 주주 한 명 제공 수수료가 연 1,500 달러라고 답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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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익명과 차명으로 주주의 정체를 철저히 숨겨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게 한 동안 박병룡 대표는 계속 이 유령회사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실소유주는 따로 있고 그는 관리인 역할을 한 건 아닌지 의혹이 가는 부분이다.

파라다이스는 1999년에 처음 코스닥 상장을 시도했다. 이 유령회사는 한 해 전인 1998년 설립됐다. 파라다이스는 5번의 시도 끝에 지난 2002년 11월 마침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창업주인 고 전락원 회장은 약 3,000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게 돼 코스닥 최고 갑부에 이름을 올렸다. 파라다이스가 코스닥에 상장되고 약 7개월 후에 무기명 주주가 차명주주로 변경됐다.

이상한 해명… 이미 퇴사한 회사의 펀드 운용을 돕기 위해?

박병룡 대표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는 파라다이스 그룹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파라다이스 입사 이전 근무한 회사의 동료들이 펀드 운용 목적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 때 이사로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 직장 동료들이 1998년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면서 약 2년 전에 퇴사한 박 대표를 이사로 등기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더구나 박 대표의 이전 직장인 미국계 금융기관 뱅커스트러스트는 1999년 도이체방크에 인수돼 없어졌다. 그러나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는 모색 폰세카 내부 데이터가 유출된 시점인 2015년에도 계속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박 대표는 이 유령회사가 펀드 운용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주장하지만 모색 폰세카 내부 자료를 보면 이 회사의 설립 목적이 “스위스 은행에 자산 예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점도 박 대표의 해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특히 모색 폰세카 자료에는 박 대표가 제출한 여권 사본이 포함돼 있는데 발급 연도가 2006년이다. 퇴사한 지 10년이 지난 전 직장의 페이퍼 컴퍼니 운용을 위해 여권 사본을 제공해줬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 대표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취재: 이유정
촬영: 김남범
편집: 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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