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특조위 시한 법령해석 철회...윗선 지시 있었나?

2016년 10월 04일 18시 30분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정부의 공식 통보에 따라 지난달 30일 부로 활동 종료 조치를 받은 가운데, 지난해 초 해양수산부가 법제처에 특조위 활동 시한에 대한 법령해석을 요청할 당시엔 부처 실무진 협의를 거쳤지만 이를 철회하는 과정에선 어떤 주체들이 어떤 협의를 했는지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어 ‘자의적 해석’에 따른 조치였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나아가 법제처 해석 철회를 주도했던 공무원들이 청와대와 여당의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에 깊이 연루됐던 전력이 있어 특조위 활동시한에 대해 해수부 차원을 넘어서는 밀실협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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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해수부가 지난해 2월 2일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시한에 대해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요청한 공문 일체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다. 이 공문에 첨부된 ‘법령해석요청서’에 따르면 당시 해수부는 세월호 특별법 제6조(위원회의 구성 등)와 제7조(위원회의 활동기간) 및 부칙 제3조(위원회 위원 임기의 적용례)가 서로 충돌해 2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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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이른바 ‘갑설’은 부칙 제3조를 우선 적용해 ‘최초로 임명된 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이 법의 시행일(2015년1월 1일)부터이므로 설령 위원회가 2015년 2월 1일에 구성된다고 해도 위원의 임기(1년)가 2015년 12년 31일에 종료(6개월 연장 요청이 없을 경우)됨에 따라 위원회 활동도 같은 날 종료된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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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른바 ‘을설’은 특별법 제7조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만약 위원회가 특별법 시행일(2015년 1월 1일) 이후인 2015월 2월 1일에 구성된다면 위원회 임기는 2016년 1월 31일에 종료되고, 위원의 임기도 이에 맞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부칙 제3조는 ‘특별법 시행일 이전에 위원회가 구성되었을 경우 위원의 임기를 적용하기 위해 규정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가능하다고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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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해수부는 자체적인 법령해석으로는 ‘갑설’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함께 제시하면서 법제처의 해석을 공식 의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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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해수부 요청에 따라 법제처는 지난해 2월 16일자로 공문을 보내 2월 24일 오후 2시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임을 밝히면서 해수부의 의견을 공식 전달할 사무관급 이상 직원을 출석시켜달라고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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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수부는 이 심의가 예정됐던 2월 24일 오전 법제처에 돌연 공문을 보내 ‘의뢰했던 법령해석에 대해 추가로 검토할 내용이 있으니 심의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어 한 달이 더 지난 3월 30일에는 ‘법령해석을 철회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모든 것을 백지화시킨다.

지난달 27일 해수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이와 관련한 질의에 나섰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처음에는 특조위 활동시한에 대한 해석이 불분명하다고 생각해 법제처 해석을 의뢰했다가 내부 검토 결과 명확하게 해석되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요청을 철회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몇몇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발견됐다. 우선 최초 법령해석을 의뢰했던 해수부 내 부서와 최종 철회를 요청한 부서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2일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한 공문과 2월 24일 해석 보류를 요청한 공문의 작성 부서는 기획조정실 산하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이었던 반면, 최종 철회를 요청한 공문의 작성 부서는 해양정책실이었다.

더욱 이상한 점은 최초 법제처 해석을 의뢰하기 전까지는 해수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직원 3명(김모 사무관, 최모 담당관, 박모 법무관)과 본부 소속이던 김남규 서기관 등이 법령해석을 위한 협의를 거친 끝에 ‘법제처 해석을 의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던 반면, 법제처 심의를 유보하고 최종 철회하는 과정에서는 이들 실무진의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의 김모 사무관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법제처 해석을 의뢰하기 전 김남규 서기관을 포함한 ‘세월호 특조위 관련 업무 지원 TF’ 직원들과 함께 특조위 활동기한에 대한 법령해석을 위한 회의를 몇 차례 가졌는데, 참석자들마다 견해가 모두 달랐고, 이에 따라 법제처 해석을 의뢰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공문으로 정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얼마 뒤 김남규 서기관으로부터 ‘내부적으로 좀 더 검토할 것이 있으니 법제처에 법령해석 유보 공문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렇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당시 해수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에 파견 근무 중이던 박모 법무관의 기억도 거의 같았다. 그러나 박 법무관은 “법제처 해석 의뢰 단계에서는 직원들의 견해가 각각 제시되고 취합되는 과정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이 요청이 철회되는 과정에서는 특별한 회의나 의견 취합 절차는 없었다”면서 “그 판단은 실무선이 아니라 ‘윗선’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당시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직원들과 함께 법령해석 논의에 참여했던 김남규 서기관(현 해수부 선원정책과장)에게 연락해 ‘법령해석 철회 과정에서 어떤 단위에서 어떤 주체들 간에 협의가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김 서기관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법제처 의뢰를 철회한 공문의 최종 전결자였던 연영진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내부적으로 상당한 검토를 한 결과 부칙 제3조를 우선 적용하는 것이 명확한 해석이라고 판단되어 법제처 의뢰를 철회한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을 뿐 역시 이런 결정이 누가 어떤 단위에서 논의해 판단한 결과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리하면 해수부는 세월호 특조위가 설립준비를 하고 있던 지난해 1월 말부터 이미 활동시한을 언제까지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실무 단위의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얻을 수 없어 법제처에 공식적인 법령해석을 의뢰했지만, 이후 이를 유보하고 최종 철회하는 단계에서는 누가 어떤 근거로 판단을 내렸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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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당시 해수부의 법제처 법령해석 철회 공문의 결제라인에 이름이 올라 있는 두 공무원의 전력이 눈길을 끈다. 먼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과의 법령해석 논의를 주도하고 법제처 해석 철회 공문의 결제자로도 이름이 올라 있는 김남규 서기관은 앞서 2014년 12월 말부터 세월호 특조위 설립준비지원단에 파견돼 있었다. 김 서기관은 2015년 1월 16일 조대환 당시 특조위 부위원장(여당 추천)의 지시로 특조위 내부 자료를 김재원 새누리당 수석부위원장에게 전달해 결과적으로 ‘세금도둑’ 발언이 나오도록 만든 인물이다. 김 서기관은 2015년 1월 21일 특조위 전원위원회 도중 김재원 의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조대환 부위원장에게 바꿔주다가 뉴스타파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인 22일 김 서기관은 조대환 부위원장이 특조위 파견 공무원 전원을 무단으로 철수시키는 조치에 따라 해수부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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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해석 요청 철회 공문의 최종 결제자였던 연영진 정책실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인 연 실장은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돼 있다가 2015년 1월 7일부로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으로 복귀해 세월호 특조위 관련 업무를 주도했다. 연 실장은 특히 2015년 11월 큰 파장을 일으킨 ‘특조위의 BH 조사에 대한 대응 문건’을 국회 새누리당 농해수위 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특조위 활동시한에 대한 법제처 법령해석 철회 공문의 최종 결제자로 기재된 두 인물이 청와대와 여당 사이를 오가며 특조위 활동 방해에 조력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은, 당시 세월호 활동시한을 최대한 단축시키려는 방향의 논의가 해수부 차원을 넘어서 ‘윗선’의 의중에 따라 진행됐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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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로 활동 종료 통보를 받은 특조위는 여전히 내년 2월까지가 활동 시한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정부 전산망이 끊기고 홈페이지 관리 권한마저 박탈당해 실질적으로 어떤 업무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인양된 선체에 대한 조사도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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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야기한 것은 근본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상의 특조위 활동기한에 대한 해수부의 일방적인 해석이었지만, 해수부는 당초 실무진들의 판단에 따라 법제처에 의뢰했던 법령해석을 누가 어떤 기준과 판단에 따라 최종 철회하기로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해수부를 상대로 이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오는13일 예정된 종합감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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