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 해마다 여직원 골프대회를 열고 대회에 참석한 여직원들과 함께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에셋 내부에서는 박현주 회장이 여직원들을 동원해 이른바 ‘황제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016년 열린 여직원 골프대회의 경우, 박현주 회장을 포함한 남성 임원 14 명은 117명의 여직원과 함께 새벽 2시 넘어서까지 뒷풀이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에서 여직원들은 조별로 노래와 춤 등 장기자랑을 하라고 강요받았고 즉석에서 박현주 회장의 ‘1인 심사’를 받아야 했다. 또 골프대회 우승자는 특별 진급 대상이 됐다.

여직원 골프대회가 열린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CC는 박현주 회장의 가족 회사나 다름없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권을 갖고 있던 곳이어서, 이곳에서 거액의 행사비를 지출한 것은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볼 수 있다. 미래에셋 내부에서도 행사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적지 않지만 사내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박 회장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는 불가능했다는 게 직원들의 증언이다.  

부서마다 여성 1명 필참.. 새벽까지 음주 가무

미래에셋 직원 A씨는 지난 2016년 5월 그룹 인사부가 작성한 공문 한 장을 전달받았다. 공문 내용은 7월 16일 그룹 전체의 여성 임직원 골프대회가 열리니 각 부점(부서와 지점)에서는 대표 여직원을 정해 참석 의사를 확인해 달라는 것. 공식적으로는 신청자가 없을 경우 ‘없다’고 회신해 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각 부서와 지점마다 한 명씩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일단은 제가 소속된 곳에서는 한 명은 꼭 가야한다, 라고 윗분이 얘기하시는 걸 들었고요, 그때 참석했던 분들 보면 관광버스가 6대에서 10대 정도 왔으니까 대부분 왔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미래에셋 직원 A씨
▲ 각 부점 별로 골프대회 참석자를 확인해달라는 미래에셋대우 인사부의 공문

A씨는 회사 행사에 주말을 희생하고 싶지 않았지만 ‘윗분’의 권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회에 참석해야 했다. A씨가 참석자로 확정되자, 그룹 인사부의 담당자는 사내 메신저로 쪽지를 보냈다. 쪽지에는 골프대회 이후 뒷풀이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담당자에게 얼마나 늦게 끝나느냐고 구두로 물으니 “지난해(2015년)의 경우 새벽 3시에 복귀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016년에도 골프대회와 뒤풀이가 끝난 뒤 A씨를 태운 관광버스가 출발지로 돌아온 시간은 새벽 4시쯤. 귀가 시간은 새벽 5시쯤이었다.

(남편이) 그렇게 늦게까지 뭐하는 거냐. 골프만 치고 와야지 왜 늦게 끝나는지 이해 못하겠다, 이런 반응이었는데. 저도 ‘나만 그렇다고 중간에 나올 수 없는 것 아니냐 행사가 이렇게 끝난다는데 어떻게 하냐, 이해를 해달라’ 이렇게 얘기를 했고요,  정말 그 시간에 가니까 진짜 이 시간에 끝나는 거 맞네... 좀 놀라는 분위기였죠.

미래에셋 직원 A씨

여직원 100여 명, 박현주 회장 앞에서 장기자랑

여직원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도착한 곳은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홍천 블루마운틴CC’였다.

숙소를 배정받고 옷을 갈아입은 뒤 골프대회가 시작됐다. 4인 1조로 진행된 골프대회에서 박현주 회장과 10여 명의 남성 임원들은 일부 조에 1명씩 배정됐다. 즉 여직원들 3명마다 박현주 회장 등 남성 임원 1명이 배치돼 한 조를 이뤄 골프를 친 것이다. 물론 남성 임원은 10여 명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직원 4명으로만 구성된 조도 있었다. 워낙 골프를 치는 인원이 많다보니 뒤에서 대기하는 조가  계속 따라붙었다고 한다.

▲ 2016년 7월 16일, 미래에셋 그룹 여직원 골프대회가 열린 홍천 블루마운틴CC

골프대회가 끝난 뒤 뒤풀이가 시작됐다. 여직원들은 각자 숙소에서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저녁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은 블루마운틴CC의 한 식당에서 진행됐다. 테이블당 10여 명의 여직원이 앉고 박현주 회장과 남성 임원들은 테이블당 1명씩 배치돼 여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식사가 끝난 뒤 이번에는 큰 홀로 자리를 옮겨 음주 가무가 이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주최 측이 각 테이블에 앉은 10여 명의 여직원들을 한 조로 지정한 뒤 장기자랑을 하라고 한 것. 여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장기자랑 요구에 즉석에서 곡을 정한 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야 해야 했다.

전원이 나와서 회장님 앞에서 춤과 율동을 추고 하는데 다들 성인이고. 최소 다 30대 초부터 시작해서 40대 후반도.. 쫙 이렇게 포진되어 있는데 다들 자녀 분이 계신 분들도 많이 계시고 한데..  만약 남직원 골프대회가 있어서 이런 행사를 했다면 남직원들한테 춤과 노래를 시켰을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부분이 여성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참석자로서도 어떻게 하면 저 스스로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여성성을 어필해야 나를 좋게 보겠지, 이런 저런 감정들이(들었습니다)...

미래에셋 직원 A씨

조별 장기자랑은 대체로 노래와 춤이었는데, 선곡은 박현주 회장이 좋아하는 노래 위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뭐 춤 같은 것 출 때도 회장님 좋아하는 노래 중심으로 보통 다 춤 노래하고.. 그랬으니까요. 그게 본인들이 즐기는 거였으면 우리가 좋아하고 우리가 재밌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듣고 춤추고 하는 거겠지만 이미 회장님이 좋아하는 노래는 이거라고… 당시에는 ‘그래 이 노래도 괜찮지 뭐’ 했지만 지나고 나니 아 결국은 우리가 노래 부르고 춤추고 이게 회장님 좋아하는 노래 불렀구나, 그렇게 생각되면 즐겼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미래에셋 직원 A씨

박현주 회장이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귀뜸을 해주는 역할은 자리에 함께 있던 일부 남성 임원들이 맡았다고 한다.

저희 조한테는 와서 회장님이 00000(걸 그룹)를 좋아한다고. (누가요?) 임원분이. (아, 임원분들이 다 코치를 해주는 거군요.) 네, 임원분들이 ‘회장님이 이 노래 좋아하시니까 이거 하면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죠.

미래에셋 직원 A씨

장기 자랑에 대한 심사는 박현주 회장이 혼자서 도맡았다. 관객의 박수나 호응 정도를 보고 심사한다거나 함께 동석한 다른 임원들과 함께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절차 없이, 그저 박현주 회장 개인의 취향대로 수상자를 정했다는 얘기다. 상품은 미래에셋 계열사인 포시즌스호텔의 상품권이었다.

 

장기자랑 1등은 박현주 회장님이 지정하셨죠. 몇조가 3등 몇조가 2등 몇조가 1등... 그 팀을 지정하셨고요 (혼자서요?) 네, 1등한 조는 되게 좋아했죠. 상품권 받았으니까. 1등 같은 경우 포시즌 상품권 1인당 20만원 이 정도로 받았었던 것 같고요.

미래에셋은 이에 대해 여직원 골프대회는 여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여성 임원들이 주최하는 행사로,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행사라고 주장했다. 장기자랑은 분위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마련됐으며 박현주 회장과 남성 임원들도 노래를 부르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행사는 밤 11시 전후에 끝났다며 새벽 2시가 넘어 끝났다는 참석자들의 진술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톨게이트 영수증 등 이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골프대회 우승자는 특진... “여자는 골프 연습이나 해야?”

골프대회 참석이 결정된 뒤부터 남직원들은 A씨에게 골프 열심히 쳐서 진급해야되지 않겠냐며 농담을 했다. 여직원 골프대회의 우승자는 해마다 특진을 시켜온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건 공공연하게 직원들 사이에서 펴져있는, 농담처럼 얘기하는 건데 골프 잘치는 게 여직원은 더 빠르다. 골프 연습해라 골프 연습하는 게 더 빠르다, 승진이고 이런 게. 그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람들이 했었고, 사실 지금도 그렇게 이야기는 하고 있고요.

미래에셋 직원 A씨

실제로 이날 골프대회 우승자였던 B모 씨는 1년 뒤인 2017년 7월 대리에서 과장(미래에셋 사내 명칭은 선임매니저)으로 승진했다. 그룹 창립 20주년을 기념한 특별 승진이었다. B씨의 경우 대리로 진급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통상 대리에서 과장으로 진급하는데 4년, 특히 여성들의 경우 5-6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진 대상은 물론 골프대회 우승자 1명 뿐이었지만, 그 1명으로 인해 조직 전체에 여직원들의 업무능력이 폄하되는 분위기가 생긴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대회에 참석해서 골프 잘 치는 걸로 일반 승진도 아니고 특진을 하면, 뭐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되는 거죠. 그리고 은근히 그런 게 퍼져서 남성직원들도 ‘골프 잘쳐서 특진해야지’,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더 속상하죠. 일로 평가받는 게 너무 당연한 건데 나는 골프를 잘쳐서 평가를 받는 건가?

미래에셋 직원 A씨
▲ 2016년 여직원 골프대회 우승자는 특진 형태로 진급했다.

미래에셋은 이와 관련한 뉴스타파의 질의에 대해 지금까지 치른 6번의 여직원 골프대회에서 우승자가 진급한 것은 2015년과 2016년 2차례에 지나지 않으며, 업무 실적과 역량 평가에 따른 진급일 뿐 골프대회 우승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3천궁녀? 기쁨조?” 남직원들의 조롱

주말 골프대회를 마치고 월요일에 출근하자 남직원들은 골프대회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남직원들의 관심은 A씨가 골프를 잘 쳤는지에만 쏠린 것이 아니었다. 남직원들은 A씨가 ‘회장님의 눈에 들었는지’를 물었다.

가장 먼저 묻는 게  잘했냐, 몇 등했냐, 어땠냐, 회장님이 너를 봤냐, 등등의  이야기들을 하고... 장기자랑을 하고 늦게까지 있었던 게 이미 소문이 나서 남직원들도 다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부 짓궂은 남성 직원들은 우리가 마치 박현주 회장님의 눈요기 이런 느낌으로 말씀을 하시면서 ‘특진하는 거 아니야?’ 이런 뉘앙스…

미래에셋 직원 A씨

골프대회에 참석한 여직원들의  외모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소문이지만 박현주 회장님이 예쁜 여직원을 예뻐한다. 이런 것도 은근히 바닥으로부터 약간 유언비어 비슷하게 나왔던 얘기니까, 그냥 남성직원들이 얘기할 때 걔는 예쁜데 이번에 눈에 안 띄었대? 이런 식의 반응이었죠. 그럴 때 저도 같은 여성직원으로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일부 참석한 직원들 중에는 예쁘다고 많이 이야기하는 직원들도 참여를 했는데, 그 친구가 예쁘다고 회장님이 했다던데, 이런 소문부터… 이런 얘기부터 시작해서, 그 친구는 눈에 띄었으니까 특진하는 거야? 이런 이야기도 간간히 하고. 분명 농담반 진담반이지만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요.

미래에셋 직원 A씨

심지어 어떤 남직원들은 골프대회에 참석한 여성들을 가리켜  “박현주의 삼천궁녀” 혹은 “박현주의 기쁨조”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하기도 했다.  A씨는 이런 말을 듣고도 화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삼천궁녀 아냐, 이런 식의 발언... 그렇다고 거기서 화를 내면 인정해버리는 게 되어버려서 그런 부분이 정신적으로 좋지는 않았어요. 사실은 굉장히 기분이 나빴지만... 모든 여성들이 느끼겠지만 성희롱이든 성추행이든 내가 당했다고 말하거나 기분 나빠하면 그게 더 자존심 상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재밌었다라고 하는게 자존심 덜 상하고 기분이 덜 나쁘니까 그렇게 대응을 했었던 것 같아요.

미래에셋 직원 A씨
▲ 뉴스타파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미래에셋 여직원 A씨. 신원 노출을 우려해 모자와 목도리를 착용한 채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A씨에게 가장 상처가 됐던 것은, 남직원들의 이러한 조롱과 모욕적 언사를 마냥 부인하기만은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A씨는 여직원 골프대회와 그 뒤풀이에서 박 회장이 마치 황제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자신의 권한으로 대회 우승자를 특진시키고 장기자랑 심사를 혼자 도맡아 하는 상황에서 현장에 있던 여직원들 누구나 박회장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가장 큰 위치와 힘을 가지고 있고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여직원들이 약자인 건 맞잖아요.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분위기가 됐다고 생각이 들고.. 특진을 또 시켜주니까 그러니까 다들 잘 보이고 싶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당연히 황제라고 느꼈겠죠.

이렇게 느낀 것은 비단 A씨 뿐이 아니었다. 지난 2016년 6월 1일 익명 SNS 서비스인 ‘블라인드’의 미래에셋 게시판에는 여직원 골프대회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는데, 해당 글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미래에셋의 미인대회?”

“거기서 눈에 들면 바로 승진 및 꿀팀 발령납니다. 가시는 여자분 계시면 무조건 예쁘고 세련되게 가세요”

“합법적으로 대장님이 여자 데리고 놀려고 만든 대회”

“골프 잘 치시면 미래 오삼. 바로 진급 가능. 대신 미모가 좀 돼야함”

“사실은 사실이니까.. 골프 + 외모 → 족보에 없는 초고속 승진”

▲ 익명 SNS인 ‘블라인드’ 미래에셋 게시판에서 여직원 골프대회를 비판한 글과 일부 댓글들

1인당 비용 80만 원.. 회사 비용으로 박현주 가족 회사 수익 올려줘

미래에셋 여직원 골프대회의 문제는 또 있다. 1인당 80만 원 정도인 골프대회 비용은 미래에셋의 계열사들이 참석 인원별로 블루마운틴CC 측에 지불했다. 이 블루마운틴CC의 운영권을 소유하고 있던 곳은 미래에셋컨설팅이라는 계열사다. 골프대회와 장기자랑 경품으로는 포시즌스호텔 상품권이 지급됐는데, 포시즌스호텔의 운영권을 가진 회사도 역시 미래에셋컨설팅이다.

그런데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 본인과 아내, 자녀 등 박회장의 가족 및 친인척이 지분 91.86%를 가지고 있는, 사실상 박 회장의 가족회사이며 미래에셋 그룹 지배구조에서 매우 핵심적인 회사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과거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에버랜드(현 삼성물산), 현대자동차 그룹 지배구조에서 현대 글로비스, 한화그룹 지배구조에서 한화 C&C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총수 일가가 적은 돈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계열사에서 발생한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회사의 덩치를 키워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꼼수에 사용된 회사인 셈이다.

이렇게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에서 행사를 치르고, 행사에 따르는 경품도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포시즌스호텔 상품권으로 지급한 것은 비록 그 액수는 크지 않더라도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직원 1인당 80만 원의 비용이 들었고, 참여한 여직원이 100여명에 이르기 때문에, 8천만 원 가량의 불필요한 비용이 미래에셋 계열사들로부터 박 회장의 가족 기업으로 이전된 것이다. 여직원 골프대회뿐만 아니다. 미래에셋은 해마다 전체 계열사 직원 8천여 명을 상대로 기업문화 연수를 실시하는데, 이 연수가 열리는 곳도 블루마운틴CC다. 비용을 적게 잡아서 1인당 20만 원으로만 계산해도, 전체 직원 수를 곱하면 16억 원의 비용이 박 회장의 가족 기업인 미래에셋컨설팅으로 이전되는 셈이다. (정부가 바뀐 직후인 2017년 7월, 미래에셋컨설팅은 블루마운틴CC의 운영권을 자회사인 와이케이디 디벨롭먼트에 넘겼다.)

A씨 역시 이런 점이 문제라고 느꼈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한다. 익명 SNS 서비스인 블라인드의 미래에셋 게시판을 봐도, 이런 불만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 6월 23일 미래에셋 임직원들로 하여금 오로지 블루마운틴CC만 이용하도록 한 것이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는데, 한 미래에셋 직원이 이 기사를 퍼와서 게시하자,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솔직히 저렴하지도 않고 먼 곳까지 가서 회사 돈 쓰는 건 배임이라고 볼 수밖에”

“초대형 IB 인가 대주주 도덕성 적격 심사에서 탈락하겠네요”

“적정한 수준에서 가는 거야 뭐라 하겠냐마는 정도를 벗어난 노골적인 몰아주기는 이번 정권에서 쉽지 않을 듯”

“블루 마운틴은 계열사가 먹여 살림.. 거지같은 교육 잡아서 직원들 연수다 뭐다 해서 겨울엔 그걸로 수입 창출... 홍천까지 눈오는데 버스 빌려서 어이 없는 교육 받으러 내려갈 때는 눈길에 차가 굴러 뉴스에 좀 나와라 기도했음”

“홍천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자. 근데 최소한 최고급 클럽하우스에서 식중독같은 건 안 걸리게 하자”

미래에셋은 이에 대해 블루마운틴CC는 고객들에게 보다 쾌적한 골프환경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골프장이며, 국내에는 골프장을 대신 운영해줄 마땅한 임차업체가 없어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에 그 운영을 맡기고 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또 박 회장의 가족 기업에 대한 계열사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난 3년간 적자를 내면서 주주에 대한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박 회장 일가가 이로 인해 이득을 취한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또 미래에셋 컨설팅의 매출 가운데 내부 거래의 비중이 12% 이하라면서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가 없었을 경우 적자 폭이 더 커지지 않았겠냐는 반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변을 주지 않았다.

‘박현주 수령’ 지나친 권력이 부조리 온상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 내부에서 ‘수령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직원 골프대회라는 부적절한 관행이 해마다 계속되는 이유도, 누구도 이 부적절한 관행에 대해 안된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도 박현주 회장의 지나친 권위 때문이라고 A씨는 말한다.

직원들이 박현주 회장님을 수령님, 이렇게 부르거든요. 선배들도 그렇게 불렀으니까 저도 어느 순간 따라 불렀던 것 같은데.. 회장님이 모든 의사 결정을 다 하기 때문에 순종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리고 인사권 같은 것도 갖고 계시니까 순종적일 수밖에 없겠죠. 수령이라는 말에 직원들의 그런 마음이 담겨있다고 봐요. 대들고 싶지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나의 안위와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 어쩔 수없이 순종하고 들어야 하는 그런 마음이 수령이라는 말로 표현되지 않았을까...

미래에셋 직원 A씨

익명 SNS 서비스 ‘블라인드’ 에는 박 회장이 행사하는 절대적인 권력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함축되어 있는 글도 올라와 있었다. 2017년 4월 21일 게시된 글이다.

“누가 감당할 수 없이 빚내서 합병하라고 했는가?

누가 강원도 산골짜기에 골프장 지어서 직원들이 겨울에 식중독 걸려가며 비용지출 연수를 하라고 하였는가?

누가 여직원들 불러놓고 술파티를 즐기는가?

(중략)

대주주는 그냥 주총와서 사은품 받아가고 배당이나 받아가시고 참견하지 마시길 “

미래에셋은 뉴스타파 취재에 대해 “미래에셋의 여성 임원 비율이나 여성 진급자 비율이 금융회사 가운데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는 등 여성 인재 육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여직원 골프대회도 이러한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부적절한 관행에 대해 참석자들이 불만을 느꼈다면 이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재 : 심인보
촬영 : 김남범
영상제작 : 박종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 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