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감시

'흥청망청' 평창조직위...사무실 비용만 연 39억

2015년 05월 20일 13시 22분

평창 동계올림픽이 100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16일이 G-1000, 오늘(5월 20일) 자로 계산하면 996일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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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조직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 현재 직원 298명에서 내년 12월까지 578명을 증원해 총 876명으로 조직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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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원회는 어느 정도의 예산을 쓰고 있을까요? 뉴스타파 취재진이 예산과 실제 세부 집행 내역을 물었지만, 조직위 홍보팀 측은 “예민한 문제"라며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가뜩이나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는데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잠시 들어보실까요?

도대체 예산을 어떻게 쓰고 있길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일까요? 뉴스타파 취재진은 조직위의 씀씀이를 알 수 있는 자료를 다른 경로로 입수했습니다. 지출 내역을 살펴보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국회를 통해 입수한 조직위원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특정업무경비’만 29억여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정업무경비’란 도대체 무슨 경비를 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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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이나 파견공무원 등을 예우해서 급여 이외에 더 지급하는 돈을 가리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평균적으로 이들에게 지급되는 ‘특정업무경비’는 얼마나 될까요? 조직위 재정담당 공무원과 접촉해서 세부내역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5급 사무관 기준으로 파견수당이 80만 원, 활동비 40만 원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직급에 따라 파견수당과 활동비를 받는 파견 공무원은 180명, 기업에서 온 민간 파견요원은 40명 정도라고 합니다. 지방에서 온 공무원의 경우는 파견수당이나 활동비 외에 주거보조비와 생활보조비를 따로 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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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또 다른 조직위 관계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방에서 파견 나온 7급 공무원이 이런 방식으로 받는 특정업무경비를 모두 합하면 월 200만 원 안팎이 된다더군요. 월 200만 원이면 우리나라 공무원 봉급표에 나오는 7급 7호봉 수준입니다. 결국, 조직위에 파견된 일부 공무원은 기본급만큼의 ‘특정업무경비'를 받고 있다는 말이지요.

※ 관련 기사 : 공무원 봉급표, 2015년 1~9급 본봉 대통령 연봉 실제로 확인하니(서울신문)

더 놀라운 것은 조직위가 지난 한 해 동안 사무실 비용으로 무려 39억 원을 지출했다는 것입니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조직위는 지난해 건물 임차료만 무려 28억여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무공간의 유지 보수비용이 한 해 2억여 원이었고, 사무집기 등을 임대한 비용은 한 해 7억 원이 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곳에서 사무실을 빌려 쓰고 어떤 사무집기를 쓰기에 이렇게 많은 돈이 나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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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 서울 중구 을지로의 미래에셋자산운용 건물입니다. 높이만 148m로 강북에서 가장 높은 빌딩입니다. 최신 보안시스템과 안전시설을 갖춰 3.3㎡당 관리비만 월 10만 원 안팎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정도면 서울에서 가장 비싼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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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조직위원회는 이 건물의 28층 전 층과 30층 절반 정도, 그리고 22층 일부를 쓰고 있는데요, 한 층의 면적이 1400여 ㎡(425평)정도입니다. 전체 임차 면적은 약 2100여 ㎡(700평)인데, 이 사무실 공간에 대한 임차료만 지난 한 해 13억여 원을 지출했습니다. 여기에 관리비까지 합치면 이 건물을 빌리는 데 한 해 19억 8천 3백여만 원이 나갔습니다. 또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등에 있는 다른 조직위 사무실 임차료와 관리비 등으로도 한 해 수억 원대의 돈이 지출됐습니다.

이런 막대한 운영비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조직위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조직위가 지금 쓰는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 아니라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기업 스폰서 수입이나 올림픽 티켓 판매로 수익이 창출될 것이니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미리 금융기관에서 돈을 끌어다 쓴다는 의미였습니다. 조직위의 운영경비는 도로나 경기장 건설 등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기반시설 예산과는 별도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까지 예상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적자를 고려한다면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평창 조직위원회에서 지불한 차입금 상환액은 115억여 원(11,592,510,764원)이었습니다. 지난 한 해 예산 집행액 550억여 원 가운데 20% 정도를 차입금 상환액으로 쓰고 있었던 셈이죠. 이 밖에도 조직위원회는 이런 곳에 돈을 쓰고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의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조직위원회는 2018년 올림픽 폐막 전까지 조직위원회 예산으로만 2조 2천억 원이 집행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조직위 재정담당 관계자는 그러나 올림픽 종료 시점에는 최소한 수입과 지출에 균형 수지를 맞춰 적자도 흑자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직위 측은 또 29억여 원의 ‘특정업무경비’를 경비로만 보면 곤란하다고 말하면서 능력 있는 공무원들과 민간 기업의 전문가들이 진급 등의 문제로 조직위 파견을 꺼리는 현재 상황을 비춰볼 때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을지로 빌딩의 과도한 임차비용에 대해서는 비싼 빌딩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곧 서울 시내의 다른 건물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조직위는 내년 중반까지 이미 서울 을지로 빌딩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상황입니다.

조직위 측은 더이상 평창동계올림픽이 ‘논란'거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올림픽 개막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도리어 지금부터라도 예산과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밝히고, 아낄 것은 아껴서 실속 있는 올림픽을 개최해야 할 것입니다. 비단 조직위원회의 방만한 운영비만을 지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분산개최에 대해서도 조직위 내부에서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부분은 아끼는 것이 최선입니다. 아직 되돌릴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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