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이동형 비리 수시로 보고 받았다
2018년 01월 26일 18시 47분
다스가 이명박과 옵셔널벤처스(이하 옵셔널)와 함께 김경준 등을 상대로 미국에서 공동 소송을 하면서 이명박 측이 지급해야 할 소송 비용을 대신 지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들이 발견됐다. 다스가 이명박 측의 소송 비용을 대신 지급했다면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중요 근거가 될 수 있다. 현재 검찰도 이 같은 자료를 입수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스가 이명박 측의 소송 비용을 대신 지급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들은 다스의 전 경리팀장 채동영의 이메일에서 발견됐다. 채동영은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에서 경리팀장으로 일했다. 그의 업무 중 중요한 부분은 다스가 미국과 스위스 등에서 김경준 등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지난 2004년 1월 다스와 이명박, 그리고 옵셔널이 공동소송을 계약할 때도 채동영이 당시 다스 사장을 대리해 계약서에 서명했다.
뉴스타파는 채동영의 동의를 얻어 그가 다스에 재직할 당시 사용했던 이메일을 확인했다. 이메일에는 다스가 진행한 소송 자료가 남아 있었다. 당시 다스는 공식적인 회사 메일이 없어서 직원들이 개인 메일을 업무에 사용하던 때였다. 메일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스의 미국 내 변호를 맡았던 법률회사 림루거킴(LIM, RUGER & KIM, LLP)이 보내온 비용 청구서다. 변호사비는 매월 청구됐는데 특히 2006년 1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림루거킴이 청구한 내역이 원본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채동영이 청구서를 받을 때마다 한 사람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었다. 이명박의 대리인 자격으로 공동소송에 참여하고 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다. 공동소송인만큼 다스 측의 소송 비용 자료를 이명박 측에도 참고용으로 제공했을 수는 있지만 반대로 림루거킴이 이명박 측에 요구한 변호내역과 비용은 다스 측에는 공유되지 않았다. 물론 한때 공동소송에 참여했던 옵셔널도 자료를 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림루거킴은 이명박과 다스를 각각 대리했지만 비용 청구는 다스 측에만 했을 가능성이 있다.
메일 내용을 확인하면 다스가 이명박 측의 소송 비용을 냈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변호 비용 청구는 매달 같은 형식으로 이뤄졌다. 예를 들어 2007년 6월 청구내역의 경우 “다스와 LKe뱅크의 변호 내역과 이에 따른 비용을 첨부한다”는 내용과 함께 4개의 파일이 첨부돼 있다. 우선 한 달 동안 다스를 변호한 내역과 참여 변호사, 여기에서 발생한 비용 등을 합한 청구 내역서가 있다. 또 다른 파일 역시 같은 형식인데 이번에는 김백준을 대리한 변호 비용 내역서다. 청구 내역을 월별로 정리한 다른 파일에는 다스와 함께 이명박 측에 대한 청구 내역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다. 이렇게 정리한 후 림루거킴은 문서상으로는 다스를 변호한 비용만 다스에 청구한 것으로 돼 있었다.
경리팀장이던 채동영은 그러나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다스가 이명박 측의 변호비용까지 대신 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스가 초창기에 LKe뱅크 변호사비를 몇번 낸 걸로 기억이 되요. 검찰에서도 그렇게 얘기했고…
특히 그는 이명박 측이 변호사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정확한 내역 등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다스가 비용을 대신 내준 적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LKe뱅크는 변호사비를 낸 게 있을 거예요. 저희가 100% 다 내주지는 않았거든요. 3자 합의 관련해서 그렇게 해서 부담한 것도 있고, LKe뱅크 쪽에서 다스에 변호사비를 좀 내달라고 한 것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기억이 정확하진 않아요.
채동영의 이메일에서 확인된 자료를 바탕으로 이명박 측에게 청구된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동안의 변호사 비용을 계산했다. 2004년에 2만 8천 달러, 2005년엔 만 8천 달러, 그리고 2006년과 2007년엔 각각 8만 3천과 8만 8천 달러 정도가 청구됐다. 4년 동안 청구된 비용은 모두 21만 8천 달러, 우리 돈으로 2억 3천만 원 가량이었다.
변호사 비용이 청구된 시기는 대부분 이명박이 서울시장이던 시기와 겹친다. 뉴스타파는 이명박이 서울시장이던 때의 재산신고 내역을 찾아 봤다. 이명박이 직접 비용을 지불했다면 재산신고 내역 어딘가에 흔적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직후 이명박은 186억 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했다. 빌딩과 상가가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김경준과 동업한 LKe뱅크 출자금 30억 원도 재산목록에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2006년 서울시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그의 재산신고 내역 어디에서도 억대의 소송비용을 지불한 흔적은 확인할 수 없었다. 다스가 이명박 측의 미국 내 소송 비용을 공식적으로 또는 몰래 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지는 대목이다.
다스와 이명박 측의 소송 비용 내역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스와 이명박 측이 미국과 스위스 등에서 진행한 소송의 비용을 누가 냈는지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취재: 최문호 한상진 송원근 강민수 임보영 김지윤
촬영: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