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의 거짓말, 그리고 “140억 원 갈취” - 14년 법정 기록 분석
2018년 01월 18일 19시 51분
뉴스타파가 다스 핵심 관계자 A씨로부터 입수한 888개 녹음 파일 중에는 A씨와 이명박의 조카인 김동혁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파일 44개가 들어 있다. 이 파일에는 다스의 고철 사업권을 놓고 이명박의 조카인 김동혁과 이동형이 치열한 암투를 벌이는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 녹음 파일들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푸는 중요한 열쇠다.
이명박 일가는 주식회사 다스를 기반으로 먹고 산다. 김동석·김동혁 형제는 이명박 일가의 첫째인 이귀선의 아들로,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고철을 다스로부터 받아 제철소에 파는 사업을 해왔다. 둘째인 이상은의 아들 이동형은 다스 부사장, 다섯째인 이명박의 아들 이시형은 다스에서 전무이자 CFO(재무책임자), 그리고 알짜 회사로 알려진 다스 중국 법인 4곳의 대표까지 겸하고 있다.
입수한 녹음 파일을 분석해 본 결과, 이들 사촌 형제들간의 불화는 이동형이 김동혁 형제의 다스 고철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4월 15일, 김동석은 A씨와의 통화에서 고철 사업권을 빼앗긴 문제를 다스 회장인 이상은이 아닌 이명박 부자에게 보고했다고 말한다.
이후 김동석의 동생은 김동혁은 A씨와의 통화에서 이명박에게 이 문제를 자신이 직접 보고했다는 말한다.
(문제를) 수습을 해야 하니까... 이명박 씨도 내가 이야기를 해도 설마설마하거든
김동혁은 이명박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검찰 고발까지 언급하며 이동형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에 들어간다. 당시 이동형은 다스 관련 회사들로부터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먼저 김동혁은 이동형의 비리 자료 수집에 나선다. 특히 이동형이 차명으로 운영하는 다스 하청업체 ‘아이엠’의 비자금 계좌 확보에 주력했다.
아이엠의 비자금 통장이 있을 거라고. 제일 키포인트가 그거야. 비자금 통장만 찾으면 끝나. 모든 게임이
김동혁은 심지어 이동형의 사생활 정보까지 수집하라고 A씨에게 요구했다.
김동혁은 다스 사장인 강경호가 이동형을 보호한다는 말을 듣자, 강경호를 회유하는 방법까지 제시했다.
강경호(다스 사장)도 안 되겠어. 다 아웃시켜버려야… 이 새끼도 감방 갈 걸 내가 살려 놓았더니...
대화의 전체 맥락을 볼 때, 김동혁이 말하는 ‘서울의 공기’란 이명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 아니라면 나오기 힘든 말이다. 김동혁은 이런 과정을 거쳐 수집한 이동형의 비리 자료를 이명박에게 직접 보고했다.
지금 내가 이명박 대통령과 두 시간 전화했어. 이 대통령과 맞장 뜨는 식으로 전화했기 때문에 너는 그대로 (이동형 부사장 처리 문제를) 진행해라.
김동혁이 이명박에게 보고한 뒤 강경호는 이동형에 대한 비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선다. 즉 강경호가 더이상은 이동형을 감싸기 어렵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명박이 강경호에게 뭔가 중요한 지시를 내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경호)사장님이 엊그제 그러더라고 자기도(내 비리를) MB에게 들었다. 감을 잡았다. (내가)옷을 벗어야할 것 같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명박 사촌들간에 비방과 암투가 벌어진 후, 다스 경주 본사의 총괄부사장이던 이동형은 부사장으로 강등됐고, 곧바로 다스 아산공장으로 쫓겨갔다. 전후맥락을 살펴볼 때, 그 결정은 결국 이명박 부자가 내린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이 녹음파일 속 내용과 관련된 입장을 듣기 위해 26일 김동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는 녹음파일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이명박에게 이동형 비리를 보고한 사실이 없으며, 이명박은 다스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닌 걸 가지고 질문하지 마라.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그런 일 가지고 전화하지 마라, 죄송하다.
취재: 최문호 한상진 송원근 강민수 임보영 김지윤
촬영: 최형석
편집: 박서영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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