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100억짜리 짬짜미... 국회와 언론을 속였다

2018년 02월 07일 14시 05분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과 담당 국장, 과징금 무마 입 맞춰
실무 과장은 “과징금 누락 없었다”고 주장하나 입증 못해

박근혜 정부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과 박 아무개 국장이 4대 통신사업자에게 물릴 100억 원대 과징금을 덮기 위해 입을 맞춘 정황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2016년 10월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국회 국정감사 대책회의를 열어 1년 7개월 전인 2015년 3월 ‘4대 통신사업자 방송통신상품 결합판매 경품 위법 행위’를 조사하고도 과징금 처분 없이 넘어간 걸 감추는 데 쓸 거짓 답변을 짰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방통위 내부회의 녹취록을 보면 최 전 방통위원장은 2016년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건을 두고 “담당 국장이 자체 종결 처리한 것은 통신사 봐주기”라고 지적한 “근거가 있느냐”고 박 국장에게 물었다. 시장조사를 했음에도 처분 없이 끝낸 걸 보여 주는 증거가 남아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박 국장은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따위로 처분한 “결과물이 없으니까”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대답했고, 최 위원장은 “결과물이 없으니까!”라고 호응했다. 증거가 없어 ‘자체 종결 처리’를 입증할 수 없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과 박 아무개 국장이 2016년 10월 11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변재일 의원 지적을 두고 주고받은 대화. 두 사람이 친구 관계인 사회관계망사이트(SNS)에서 프로필 사진을 갈무리했다.

최 전 위원장과 박 국장은 2015년 3월 경품 조사를 멈춘 뒤 별다른 처분 없이 그해 9월 조사를 새로 시작한 흐름도 짚었다. “2015년 1, 2월 (사전 실태점검) 조사까지 (포함해 3월에), 조사한 자료는 (그해 9월) 2차 조사 때 활용을 했느냐”고 최 위원장이 묻자 “꼭 그렇지는 않다”고 박 국장이 대답했다.

그동안 방통위는 2015년 9월 조사가 그해 3월 조사의 보강이기 때문에 1년 3개월 뒤인 2016년 12월 6일 4대 통신사업자에게 물린 과징금 106억7000만 원으로 모든 처분이 마무리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련 증거를 내놓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2015년 3월 조사 자료를 그해 9월 조사에 활용하지 않아 서로 보강 관계일 수 없음’을 2015년 10월에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박 국장과 방통위는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2017년 2월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청구한 뒤 줄기차게 “보강 조사였다”고 강변했다.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과 박 아무개 국장이 2016년 10월 11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보강 조사 자료 활용’ 여부를 두고 주고받은 대화.

최 전 위원장과 박 국장의 대화는 끝내 국회와 언론을 속이는 쪽으로 흘렀다. 박 국장이 준비한 ‘결합상품 과다경품 조사’ 문건을 바탕으로 삼아 ‘2015년 3월 조사를 자체 종결 처리한 것이 아니라 처분을 유보하고, 2015년 9월 본격적으로 추가 보강 조사를 확대 실시했다’는 거짓 답변에 입을 맞춘 뒤 변재일 의원실과 뉴스타파에 그대로 내보였다.

박 국장은 특히 뉴스타파 취재를 두고 “(정부가 뭔가) 이야기를 하면 (그저) 그런가 보다 해야 한다”는 인식을 내보이며 거짓 답변을 밀어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전 위원장도 국회와 언론을 속이려는 박 국장의 생각을 지적하거나 바로잡지 않은 채 그가 마련한 거짓 답변에 힘을 보탰다. 최 전 위원장 스스로 “그 당시(2015년 3월) 조사가 충분치 못해서 별도로 다시 그 부분만 집중을 해서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 조사 대상으로 삼아서 조사를 했고, 제재하기 위해서 시정조치 안 의견조회를 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국정) 확인감사에서 답변하는 건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국회에 내밀 답변을 정리해 냈다.

최 전 위원장은 뉴스타파의 취재와 후속 보도를 걱정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과 박 아무개 국장이 2016년 10월 11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변재일 의원과 뉴스타파에 내놓을 거짓 답변을 마련하려고 나눈 대화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과 박 아무개 국장의 짬짜미 답변은 2016년 2월부터 방통위가 뉴스타파를 상대로 벌인 언론중재위원회 정정 보도 청구와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송에 그대로 이어졌다. 언론중재위는 정정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울지법도 2017년 12월 20일 판결에서 “(뉴스타파) 기사는 ‘원고가 2015년 3월 조사에 대해 별도의 과징금 부과 등 처분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봤다. 특히 방통위(원고)가 주장하는 2015년 3월과 9월 조사의 보강 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결정했다.

지난 1월 23일 최 전 위원장은 2016년 10월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주재한 국정 확인 감사 대책회의와 관련한 기자 질의를 두고 “더 답변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질문은 ‘2015년 3월 시장조사 결과물이 없는 까닭을 확인해 봤는지’, ‘그해 9월 보강 조사가 실제로 이뤄지게 하거나 따로따로 규제하도록 바로잡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지’, ‘2015년 3월 조사 대상 기간에 일어난 4대 통신사업자의 경품 위법 행위에 따른 과징금을 물리지 않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였다. 박 아무개 국장도 관련 질의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박 국장과 함께 2015년 3월 경품 관련 시장조사를 지휘했던 김용일 당시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지난 1월 24일 “(과징금이) 누락됐다는 것에 대해 인정을 안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통신시장조사과로 업무가 이관되면서 (2015년 3월 조사) 자료하고 직원이 같이 넘어갔다”고 주장해 왔으나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방통위 감사팀은 2015년 3월 경품 위법행위 무마 사건뿐만 아니라 박 아무개 국장이 지휘했던 시장조사 업무 전반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월 23일 최성준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가 보내온 이메일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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