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블랙박스 영상 추가 입수(1) ‘깨진 창문 해수 유입’ 확인
2018년 03월 06일 15시 41분
뉴스타파가 최근 추가 입수한 세월호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고 당시 세월호는 단번에 왼쪽으로 52도까지 급격히 기울었다가 47도로 되돌아온 뒤 표류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순간 세월호의 최대 횡경사 각도가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분석 대상 블랙박스는 C데크 우현 선수쪽에 실렸던 흰색 디스커버리 승용차에 장착된 것이었다. 이 블랙박스는 후방 카메라 영상도 포함하고 있어, 선체가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주변의 상황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전방과 후방 차량들이 일제히 왼쪽으로 밀려가는 급격한 횡경사 순간이 포착된 영상에는 8시 47분대의 시각이 표시돼 있었다. 뉴스타파는 이전 블랙박스 분석 때와 마찬가지로 이 시각을 실제 시각으로 환산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수행했다.
사고 전날인 4월 15일 오후 이 차량이 선미 램프 연결대에 다다른 시점에 블랙박스 화면에 표시된 시각, 그리고 동일한 순간이 포착된 인천항 CCTV와 선내 CCTV의 시각을 비교한 결과, 이 블랙박스의 화면상 시각은 실제시각보다 7분 5초 빠르게 표시돼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이 계산 결과를 차량들이 일제히 왼쪽으로 밀려간 블랙박스 영상의 표시 시각에 대입했더니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가 도출됐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급격한 횡경사 발생 시점이 4월 16일 오전 8시 40분 7초여야 하는데, 기존 6개 블랙박스 영상 분석에서는 선체가 기울어진 시점이 모두 8시 49분대에서 확인됐었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이 블랙박스는 화면 표시 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빠르게 흐르는 기계적 오류를 갖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4월 15일의 특정한 두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실제 시간이 1시간 41분 42초 흐르는 동안 블랙박스 화면상 시간은 1시간 42분 34초 흘러간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블랙박스 관련 업계에 문의한 결과, 이는 장비의 결함 때문이었다. 블랙박스에는 RTC(Real Time Clock)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시각 표시장치가 내장돼 있다. 이 장치는 수정체에 전압을 걸어 일정한 주파수의 진동을 유발시키고 이를 전기신호로 변환해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그런데 수정체의 품질이 떨어질 경우, 혹은 RTC 장치와 블랙박스 회로를 정밀하게 연결해 구성하지 못한 제품일 경우, 블랙박스 화면상에서 흐르는 시간이 실제 시간과 큰 편차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블랙박스 영상의 실제시각은 인천항 CCTV와 선내 CCTV 등 다른 영상들과의 비교만으로는 정확히 계산해낼 수 없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근사값을 파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차량들이 급격히 왼쪽으로 밀려가는 영상 속에는 앞쪽 벽면에 걸려 있는 짧은 체인과 로프의 모습이 포착돼 있다. 아래쪽 수직방향으로 늘어져 있던 체인과 로프는 횡경사가 발생하는 동안 점점 옆으로 기울어지는데, 수직선과 이루는 각도가 곧 선체의 횡경사 각도가 된다.
선체 횡경사 장면이 담긴 영상 클립의 길이는 16초. 뉴스타파는 영상분석 전문가인 한국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에게 의뢰해 벽면에 걸린 체인과 로프의 기울기를 1초 단위로 측정해 횡경사 각도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블랙박스 영상이 1초 흐른 시점의 횡경사 각도는 21도, 8초가 흐른 시점에서는 34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 보도에서 다뤘던 C데크 중앙 스타렉스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와 기둥의 각도를 통해 8시 49분36초에 횡경사가 21도, 7초 뒤엔 35도였던 것으로 분석됐던 바 있다. 횡경사 각도 변화가 거의 같은 이 7초 동안의 구간은 실제시각도 같았던 것으로 추정해도 큰 무리가 없게 된다.
이에 따라 16초 동안의 횡경사 변화를 실제시각으로 환산해 정리해 봤더니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시각 오전 8시 49분 49초에 선체 횡경사 각도가 무려 52도에 달했던 것이다.
지난해 보도에서는 C데크 좌현 1톤 트럭의 블랙박스 영상을 3D로 분석해 8시 49분 59초에 선체가 최대 47도까지 기울었던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10초 전인 8시 49분 49초에 52도까지 기울었다가 47도로 되돌아와 멈춘 상태에서 표류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급격한 횡경사 당시 세월호 선체가 단번에 52도까지 기울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월호의 초기 최대 횡경사 값은 당시 선체의 복원성을 계산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최근 네덜란드에서 실시한 모형 급선회 시뮬레이션에서도 최대 50도 이상의 초기 횡경사가 발생하는 것을 기준으로 여러 조건을 변화시키면서 실험을 실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한 최종적인 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 결과는 오는 8월 말 보고서 형태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영상취재 : 김기철
영상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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